-
[기자의 눈] 품절약 대응협의체 성과 나올까[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수급 불안정 의약품 민·관 대응협의체가 지난 8일 열렸다. 이 자리의 안건은 '슈도에페드린 제제의 안정적인 생산과 지원방안'이었다. 대한약사회가 제3차 균등배분으로 슈도에페드린을 선정했지만, 지속되는 공급 물량 부족으로 정부에 지원 요청을 진행한 결과다. 민·관 대응협의체는 올해 3월 재구성됐다. 공급자단체는 품절의약품 수급대응 민·관 대응협의체로, 정부는 수급 불안정 의약품 민·관 대응협의체로 부르는 만큼 아직까지 품절약의 정의를 완벽하게 내리진 못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열린 협의체 활동을 보면 조만간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올 모양새다. 지난 2019년 '공급중단(장기품절) 의약품 관련 대책 수립을 위한 협의회'가 구성됐다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조용히 사라졌던 때에 비하면 다른 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슈도에페드린 제제의 안정적인 생산과 지원방안을 모색한 최근 회의만 보더라도 정부가 사전적 의미의 품절약 정의를 넘어서 수급 불안정 품목까지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아내고 있다. 그동안 대한약사회는 약국가에서 이야기하는 수급 불균형, 즉 품절약 해결을 위해 균등배분 사업을 진행해 왔다. 1차 펜잘이알서방정, 2차 마그밀정에 이어 3차 사업 대상으로 슈도에페드린 제제를 택했다. 약국들 스스로 품절약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식약처는 데이터 상으로 수급 불안정 상태가 발생해야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해 왔다. 약국가에서는 유통과정의 문제로 수급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데이터만 놓고 보면 생산 수량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 많았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아세트아미노펜' 품절 사태 정도는 돼야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가능한데, 이 같은 상황에 놓이면 '뒷북 행정'이 될 수도 있어 사전적 예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이 대응협의체에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데이터 상의 품절약 뿐 아니라,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급 불안정 품목을 파악해왔다. 그 첫 안건이 슈도에페드린 제제가 되었고, 생산 및 공급량 관리 뿐 아니라 약사회의 균등배분 참여를 제약회사에 독려하는 등 유통 협조 요청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와 관련 협회가 품절약의 정의를 논의하는 동안, 식약처는 슈도에페드린 제제 때처럼 식약처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적극적인 개입을 지속적으로 하길 바란다.2023-06-19 18:01:44이혜경 -
[기자의눈] 임상재평가 급여재평가 매뉴얼 마련해야[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최근 공개된 '약제 급여적정성재평가 합리화 방안 연구'에서 임상재평가 공고 성분을 급여재평가 대상에도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2024년도 급여재평가 대상에 포르모테롤푸마르산염수화물 성분을 포함했다. 포르모테롤푸마르산염수화물 성분은 식약처가 2020년 12월 임상재평가를 공고한 품목이다. 현재 삼아제약이 기존 적응증을 좁혀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황이다. 정부는 연구용역 제안대로 임상재평가 공고 성분을 급여재평가 대상에 적극적으로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임상재평가 대상들이 결국 임상적 유용성에 의문을 가진 성분들이기 때문에 급여재평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문제는 2022년도 재평가 대상이었던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성분처럼 임상재평가가 한창 진행 중인 품목들을 굳이 급여재평가에 포함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결국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는 건보공단과 임상재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 환수협상을 체결한 품목 위주로 1년 간 급여재평가를 유예하기로 했다. 이 제제는 올해 하반기 임상재평가 결과가 나온다. 건정심이 고민 끝에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사례는 임상재평가를 진행 중인 품목의 급여재평가는 제약사 스스로 효능·효과를 입증하겠다는 동력까지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 임상재평가를 급여재평가 대상에 적극 포함한다면 이 같은 문제는 또 불거질 수 있다. 따라서 그때 그때마다 절충안을 내놓을 게 아니라 매뉴얼을 만들어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가령, 급여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한 약제가 임상재평가에서 효능·효과를 확인했다면 급여재평가 결과는 어떻게 반영되는지, 또 반대의 경우 어떻게 진행되는지 매뉴얼을 정립해야 한다. 임상재평가 약제의 건보공단 환수협상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과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성분에 적용됐지만, 정해진 것은 아니다. 복지부의 협상 지시가 떨어져야 확정되는 것이다. 앞으로 임상재평가 공고 약제를 급여재평가 대상에 선정할 계획이라면 환수협상에 대한 부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2023-06-18 16:58:35이탁순 -
[기자의 눈] ASCO 화두 '보조요법'이 남긴 숙제[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3)'에서 주목받은 주요 연구들의 공통점이 있다. 수술이 가능한 조기 암을 타깃한 보조요법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전이성·재발성 등 말기 암에서 쓰이던 신약들은 어느덧 초기 암에서도 표준치료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CDK 4/6 억제제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는 조기 유방암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 효과를 입증했다. 수술 후 3년 키스칼리를 투약할 경우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25% 낮아졌다.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비소세포폐암 수술 후에 그치지 않고 수술 전-수술-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이어지는 치료 여정을 완성했다. 2기부터 3기까지 수술이 가능한 환자들이 수술 전후 키트루다를 썼더니 재발되거나 사망할 위험이 42% 줄어들었다. 조기 환자에서 신약을 쓸 경우 실제 환자들의 전체생존율도 개선된다는 점이 입증됐다. 올해 ASCO 기조강연으로 뽑힌 연구 중 하나는 비소세포폐암 EGFR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였다. 타그리소를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썼을 때 환자들의 전체생존(OS)을 살펴본 결과, 타그리소군의 5년 시점 전체생존율은 88%로 위약군 78% 대비 사망 위험을 51% 낮췄다. 키스칼리와 키트루다, 타그리소는 모두 말기 암 환자에서 쓰이던 약이다. 최근 이 약들의 보조요법 연구가 발표되면서 조기 암에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신뢰를 쌓았다. 이들 외에도 CDK 4/6 억제제 '버제니오',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임핀지', '티쎈트릭' 등 여러 항암제가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 이름을 올렸다. 갈수록 새로운 기전의 신약을 만들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암 초기로 신약의 쓰임새를 넓히려는 제약사의 노력이 만든 성과다. 의료진과 환자 입장에서도 신약의 조기 사용은 환영할 일이다. 비교적 빨리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해도 환자들은 재발이라는 위험을 늘 안고 산다. 폐암을 예로 들면 1기 환자는 수술 후 약 20%가 재발을 겪으며, 3기 환자일 경우 재발률이 75%까지 늘어난다. 조기 암은 완치를 목표로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말기 암으로 진행되는 수순을 밟는다. 최신 약제들이 조기 암으로 진출하면서 이 환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ASCO에서 만난 한 종양내과 교수는 "그동안 Care(암 관리)를 목표로 사용됐던 표적·면역항암제들이 Cure(완치)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기뻐했다.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항암 보조요법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도 있다. 그동안 보조요법은 말기 암 치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치료로 치부돼 급여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당장 생명이 위급한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물음 앞에 보조요법은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이 조기 진단·치료를 통해 중증 환자를 줄이고 사망률을 낮추는 방향이라면, 이제는 보조요법의 가치를 제대로 매겨볼 필요가 있다. 제약사는 신약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약이라고 만능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조요법 연구 결과 중에는 어떤 환자군에서 드라마틱하게 효과가 좋은 반면, 어떤 환자군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리는 데이터가 나왔다. 결국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명확한 환자군을 찾아 규제기관을 설득하는 것이 제약업계의 과제다. 이는 모든 신약이 점점 비싸지고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는 현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가 될 것이다.2023-06-16 06:18:41정새임 -
[기자의 눈]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컨트롤타워' 필요[데일리팜=황진중 기자] 정부가 '한국형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분야 클러스터 육성·활성화를 추진하는 정부 부처와 기관만 13곳이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이 클러스터 육성에 참여한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번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방침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러 부처가 정책 과제를 이끌어가는 만큼 육성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바이오헬스 분야에서의 기술격차와 국민 불안 등을 경험했다. 국가 간 바이오 기술 패권 경쟁 등도 나타나면서 바이오헬스 분야를 안보의 중심으로 인식했다. 한국형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방안을 발표한 이유다.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 방안은 이외에도 지난 3월 발표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안 등에 기반을 두고 나왔다. 정부는 종합계획안을 발표할 당시 K-바이오 랩허브 등을 구축해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를 지원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오송과 대구에 조성된 첨단의료복합단지형 바이오 클러스터에도 사무·실험·생산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과 이번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책을 통해 향후 5년 간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규제혁신, 연구개발(R&D), 투자 등 전 영역에서 바이오 클러스터 등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정부가 예로 든 바이오 클러스터 혁신 생태계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등을 중심으로 연구소, 병원, 1000개 이상의 기업이 모여 있는 세계적 바이오 단지 중 하나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는 연구기관과 병원, 기업, 지원기관, 액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털(VC) 등이 군집해 있다. 혁신기술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지역이다. 참여 주체 간 정보 교류와 협업 등이 상대적으로 수월해 시너지 효과가 창출된다는 장점이 있다. 클러스터 활성화 방안을 보면 복지부와 과기부는 클러스터 구성원을 밀접 배치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과기부와 교육부, 산업부는 민간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R&D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기부는 유망 벤처기업을 선별하고 기업 규모 확대를 지원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기술혁신형 인수합병(M&A) 세액공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클러스터 내 교통서비스를 수월하게 만들기 위해 운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R&D와 정책금융, 세제지원, 규제개선, 인력양성 등을 포괄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관계 부처 여러 곳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에 관계 부처, 기관 등 12곳이 참여한다. 이번 바이오 클러스터 육성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범부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2023-06-15 06:13:39황진중 -
[기자의 눈] 처방전달시스템이 비대면진료 대안인가[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가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강행 속 회원 약사 권익 보호를 위해 마련한 ‘처방전달시스템’ 가입 약국이 1만2000여곳을 넘어섰다. 시스템을 개시한지 10여일만에 지역 약국의 절반 이상이 참여한 셈이다. 이번 시스템 추진 배경에 대해 약사회는 두 가지 명분을 내세웠다.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회원 약국의 종속을 막고, 환자의 약국 선택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약 배송 등 각종 제도권을 벗어나는 행위에 대한 제제는 부수적 조건이다. 약사회는 명분을 지키기에는 회원 단결이 필요했고, 민간 플랫폼의 탈퇴 유도는 여의치 않다 보니 처방전달시스템 가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서 길을 찾은 듯 했다. 시범사업 개시 이후 줄곧 시스템 가입에 역량을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뜻이 통했을까. 시스템 개시 5일만에 약사회는 가입 약국 1만곳을 돌파했다며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했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상위권 민간 플랫폼 5곳 이상이 현재 시스템 연동을 타진 중에 있다고도 밝혔다. 약사회의 집중, 약국의 기대와 희망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굳이 재를 뿌리고 싶지는 않지만, 이번 시스템이 약사사회에 명분과 실익을 모두 가져다 줄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 돌이켜보면 약사회는 정부가 한시적 허용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시범사업 추진하기까지 3년 넘게 ‘민간 플랫폼 반대’를 주창해 왔다. 하지만 이번 처방전달시스템의 기본 구조를 고려하면 더 이상 민간 플랫폼은 약사사회가 경계할 대상이 아닌 함께 갈 사업 파트너가 됐다. 더 많은 민간 플랫폼이 연동돼야 활성화되는 것이 이번 시스템의 기본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약사회는 약 배송 금지, 약국 수수료 부과 금지 등을 시스템 연동 계약 의무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사실상 민간 플랫폼의 우위를 점하고, 회원 약사의 권익을 보호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플랫폼이 연동 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약사회가 과연 우위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약국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이번 시스템 운영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데다가, 비대면 진료, 민간 플랫폼 이슈에 있어서는 공감대를 가져왔던 타 보건의료 단체들 역시 약사회와는 선을 긋겠다는 반응이다. 회원 권익 지키기가 우선인 약사회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밀려드는 현안 속 정부, 국회, 타 보건단체들과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약사회의 행보가 추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약사회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처방전달시스템은 개시됐다. 회원 가입을 마친 1만여곳 약국은 시스템을 통해 처방전이 전송될 날을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약사회는 이번 시스템을 비대면 진료 법제화 과정에서 정부가 인정하는 시스템으로 안착시키고 여기에 EMR 연동시키는 큰 뜻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스템이 약국, 나아가 약사사회의 명분과 실익을 모두 지키는 명작으로 남을지, 실익과 명분 모두 잃게 할 졸작으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약사회가 이 시점에서 되새길 부분은 처방전달시스템은 회원 약사의 권익 보호를 위한 수단이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따른 약사회, 나아가 약사사회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2023-06-13 17:49:31김지은 -
[기자의 눈] 제약바이오, 해외학회 성과 공유할 때[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은 5월 말과 6월 초 굵직한 해외학회에 참석한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USA) 등이다. 이 기간 R&D, BD 분야 핵심 종사자들은 국내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BIO USA만 봐도 행사장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500여개 한국 기업이 참가했다. 그야말로 글로벌 학회 총출동이다. 목적은 자사 파이프라인 홍보를 위해서다. 이를 통해 파트너링, 기술이전 등의 성과를 추진한다. 향후 파트너십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 쌓기 등 무형자산도 얻어온다. 출사표도 던진다. 수많은 업체가 해외 학회 전에 보도자료 등을 통해 참석 소식을 알린다. 내용은 엇비슷하다. 관련 질환 글로벌 최대 규모 학회에 '초청받았고' '발표자로 선정됐고' '다수 다국적제약사 미팅 계획이 있고' '자사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을 추진하겠다' 등이다. 일부는 포스터 참석이지만 대대적인 홍보를 서슴지 않는다. 간혹 미팅 예정인 글로벌 제약사 이름도 거론한다. 홍보전에 주가도 반짝한다. 다만 많은 업체는 학회 참석 전후가 다르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매년 추세를 봤을 때 참석 전 홍보 업체 중 절반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추가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 불현듯 어느 바이오텍 CFO 하소연이 떠오른다. 이 회사는 2015년 상장 후 매년 해외 학회에 빠지지 않고 나간다. 크고 작은 학회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가 글로벌 미팅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어만 잘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성과를 얻으려면 글로벌 제약사 프로세스를 알아야 한다. 외국계 제약사 대상 미팅에서 임상 결과를 공유하고도 어떤 방식으로 기술이전 등을 해야할 지 모른다. 연구소장이 기술이전 계약을 논의하고 CFO가 임상을 논하는 식이다. 참석자가 자기 회사 가치를 이해하지 못해 소통이 안될 때도 다반사다. 외국계 제약사는 냉정하다. 의사소통이 프로페셔널 하지 않으면 설령 임상 결과가 좋더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속성이 있다. 우리 회사가 수년간 해외 학회에 참여해도 성과가 없는 이유다. 미팅을 해도 글로벌 제약사 니즈를 끌어내지 못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다. 국내 주가 끌어올리기용으로 봐도 무방하다. 일부 바이오벤처의 사례일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다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보여주기식 해외 학회 참석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해를 벗으려면 방법은 있다.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이전 등 계약이라는 것이 비밀리에 이뤄지고 몇시간 전에도 깨질 수 있는 것이어서 기밀에 붙여야 하는 게 맞다. 다만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인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임상 진전 업데이트, 학회 참석자의 역할, 메인 트랙 발표 여부, 부스 등급, 미팅 건수, 참여 규모 등이 객관적인 지표들이 될 수 있다. 잔치는 끝났다. 이제 대부분 해외 학회를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만큼 성과 공유가 필요하다. 이미 보도자료 등을 통해 해외 학회 피드백을 공유하는 곳도 있다. 다만 대부분 국내 대형 제약사 등 일부에 그친다. 기업가치를 진정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학회 참석 전 홍보자료가 아닌 참석 후 결과물을 공유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서 성과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개할 수 있는 자료는 기업이 생각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할 수 있다.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야 투자자도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일부겠지만, 아니 일부여야겠지만 더 이상 단발성 주가 올리기용 학회 참석 전 홍보 보도자료는 없어져야 한다. 지금은 작은 성과라도 공유하고 그 가치를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때다.2023-06-13 06:00:13이석준 -
[기자의 눈] 약국 '붉은십자가' 금지령…다시보는 상표권[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적십자 표장 사용과 관련해 약국을 나타내는 표식으로 빨간 십자가를 사용하던 약국들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적십자사는 대한약사회를 통해 적십자 표장에 대한 상표 출원을 지난 3월 27일 완료했으며 적십자사, 군 의료기관 또는 적십자사로부터 그 사용승인을 얻지 않은 경우 적십자 표장이나 이와 유사한 표장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할 것을 알려왔다. ▲병원, 약국 등 간판에 적십자 표장을 사용하는 경우 ▲제품에 적십자 표장을 사용하는 경우 ▲응급처치상품, 의약품 등에 적십자 표장을 하는 경우 ▲생상과 형태가 적십자 표장과 유사해 혼동이 되는 경우 ▲디자인 등에 적십자를 더하기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 ▲적십자 표장 안에 다른 도안을 넣는 경우 ▲적십자를 변형된 타입으로 사용하는 경우 ▲적십자 또는 유사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등 오남용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적십자사의 표장 관련 안내가 처음은 아니다. 앞선 기사를 찾아보면, 대한적십자사는 2016년 의약단체에 관련 내용을 안내한 바 있다. () 이듬해인 2017년에도 적십자 표장 오남용 시정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었다. ()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가 이뤄져 왔지만 그 사이 새롭게 생겨난 약국이나, 종전 안내를 듣지 못했던 약사들은 적십자의 안내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적십자 표장은 전시 부상자 구호활동의 상징으로 1863년 첫 제정됐으며 무력충돌에 있어서 제네바 제협약과 추가의정서에 의해 구호, 의무 또는 종교요원 및 시설, 운송 수단들에게 부여된 보호를 나타내는 표시로 사용되고 있다. 적십자사는 표장 오용은 어떠한 것이든 표장의 보호적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으며, 인도적 원조의 유효성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절대금지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부적절한 사용 사례로 약국을 들고 있다. 국제인도법의 관련 조항에 어긋나게 식별표장을 사용하는 모든 경우와 표장을 사용할 권리가 없는 단체 또는 개인(기업, 약사, 개인병원의 의사, NGO, 일반인 등)이 표장을 사용하는 경우, 국제적십자사운동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목적을 위해 적십자 표장 등을 사용하는 경우는 모두 오용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적십자사 측은 "현행 국제법(제네바협약)과 국내법(대한적십자사 조직법)으로도 적십자 표장을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따르면 적십자 표장을 무단 사용하면 1000만원 이하 벌금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며 "상표 등록이 완료되는 내년 9월 이후에는 침해죄가 적용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안내했다. 상표 등록과 관련해 적십자 측은, 표장 무단 사용은 이미 불법이지만 제재가 미약해 병원과 약국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자의 무단 사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무단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자 상표 등록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국은, 관련 보도 이후 약국 유리 등에 무심코 사용하던 표장을 가리거나 없애는 분위기다. 하지만 간판이나 조명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비용적인 측면을 놓고 고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편적인 약국에서 빨간 십자가를 약국으로 그만큼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다수 약국들 역시 적십자 표장 사용이 위법인지 모르고 사용한 경우가 많은 만큼 벌금 보다는 계도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약사들이 관련한 내용을 항시 알 수 있도록 약사회 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연하게, 무심코, 몰라서 사용하고 있던 빨간 십자가, 이제부터는 다른 색이나 다른 형태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또한 벌금 위주 처분이나 일회적인 홍보 보다는 계도와 지속적인 홍보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2023-06-09 15:04:31강혜경 -
[기자의 눈] 국내제약 성토 해결할 약가정책 설계할 때[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계단식 약가제도 도입 이후 3년만의 제네릭 약가인하가 성급하다는 국내 제약사들의 성토를 정부는 수용할 수 있을까. 제네릭 가격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보건복지부 계획은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약가 전문가들의 제언을 정책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까. 데일리팜은 올해 창간을 맞아 제약사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한 CEO 53명 중 37명이 지속적인 제네릭 약가인하는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비율로 환산하면 70%가 '제네릭 약가인하=R&D 위협'이라고 답한 셈이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설문이 진행됐지만,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를 창출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3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복지부가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설문 결과다. 복지부의 제네릭 약가인하를 향한 반발감은 각 제약사 내부 약가 담당자들에게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약가 담당자들은 계단식 약가제 시행 여파로 오는 8~9월경 시행될 기등재 제네릭 기준요건 약가인하의 효과도 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파글리플로진 성분 SGLT-2억제 당뇨약의 무더기 허가를 명분으로 또 약가를 깎아선 안 된다고 했다. 약가인하를 향한 반발은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춘 상위 대형 제약사도 다르지 않았다. 현금 창출원인 제네릭 약가를 일괄인하 하면 당장 신약 R&D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임상을 이어 나갈 동력을 끊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약가는 정부가 정책을 세우지 않는 게 최고의 정책"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다소 거친 목소리까지 흘러 나오기도 했다. 누군가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때처럼 궐기대회라도 열어 복지부의 약가인하 기조를 비판하고 국내 제약사들이 단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누군가는 약가인하가 시행되면 이번에는 정말 사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는 제약사가 생길 거라고 했다. 이게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정책 효과라면, 일자리를 잃게 될 중소 제약 제조업 종사자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란 비판이다. 약가 전문가들도 복지부가 국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규제일변도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약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간판은 내걸었지만, 제약사를 정식 스테이크 홀더로 취급하지 않고 건보재정을 늘리기 위한 가장 간편한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했다. 어려운 길을 걸어야 블록버스터 신약과 글로벌 제약사를 만들 수 있는데 복지부는 자꾸만 제일 쉬운 제네릭 약가 때리기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약품 가격 인하에만 매몰되지 말고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량을 줄일 정책을 고민하거나,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외 약제비 재원을 다양화 할 노력을 기울이라는 비판이다. 써놓고도 아쉬운 건, 이 같은 제약사 불만과 약학계 약가 전문가들의 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2년 일괄약가 인하 이후 제약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별다른 제약계 소통 없이 약가 사후관리 제도를 도입하거나, 약가인하 정책을 설계할 때마다 반발했고, 우려했다. 10년째 복지부를 향해 같은 취지의 제언을 한 셈이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아직 계단식 약가제 도입 효과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약가우대 정책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약가인하를 고민하면 제약사들의 경영 의지를 꺾고 사기를 떨어뜨린다. 이번에는 제약사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반영한 약가 정책을 펴야 한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만들기를 목표로 내놓은 복지부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제네릭 약가인하 움직임에 무력감과 답답함, 자괴감을 호소하는 제약사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반영한 복지부 행정이 필요한 지금이다.2023-06-08 18:35:30이정환 -
[기자의 눈] 또 약가인하? 제네릭이 만만한가요[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다시 한 번 제네릭 약가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2020년 계단식 약가인하제도를 시행한 지 겨우 3년 만이다.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뭐가 됐든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명분은 확실하다. 약품비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약품비는 21조원으로 총 진료비 88조원 대비 2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절대금액이 지난 5년 간 매년 1조원씩 증가했다. 약품비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대전제가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해결 방식이다. 약품비는 사용량과 가격으로 구성되는데, 지나치게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0년 '의약품 사용량·약품비 모니터링 및 장기 추계모형 개발' 보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심평원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간 전체 약품비 증가율을 구하고, 여기에 각각 어떤 요소가 영향을 끼쳤는지 살폈다. 그 결과,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약품비는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사용량은 약품비 증가에 '+169%'의 영향을 끼친 반면, 가격은 '-71%'의 영향을 끼쳤다. 의약품 가격은 오히려 약품비 증가를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한 셈이다. 의약품 사용량 관리가 시급한지, 가격 관리가 시급한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연구 결과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표적인 사용량 관리 정책인 대체조제 장려금제도는 시행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대체조제율 1% 미만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다른 사용량 관리 정책도 대동소이하다.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데도 정부는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 제약업계에서 "정부가 의료계 눈치를 보느라 사용량은 건드리지 못하고 만만한 제약사들만 옥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의약품 사용량을 무작정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의약품 사용량 증가는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고령사회 진입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약가인하가 만능키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약가인하 일변도의 정책만으론 치솟는 약품비 지출을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가격 뿐 아니라 사용량까지 동시에 관리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제네릭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로만 보면 정부는 제네릭을 '언제든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만만한 존재' 정도로 인식하는 듯하다. 정부는 약품비 절감이라는 대의를 위해 제약업계에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약가인하는 약품비 절감을 위한 빠르고 편한 방법일 수 있지만,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2023-06-08 06:15:06김진구 -
[기자의 눈] 비대면 갈림길에서 본 약국의 신뢰[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기술은 신뢰를 기반으로 단단해진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이 생사 기로에 선 이유 중 하나는 지난 3년 동안 편의를 제공했으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플랫폼들이 화상 진료와 보조 디바이스 지원, 안전한 약 배송 체계 구축을 이뤄냈다면 어땠을까. 꾸준히 문제 제기된 ▲오진 가능성과 환자 본인 확인 ▲부실 진료와 복약상담 ▲약 배송에 따른 변질 및 오배송 등에 대한 불신이 신뢰로 바뀌는 경험을 국민들에게 제공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이 영세 스타트업들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적 개선엔 한계가 있었다. 그저 “이대로 운영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대응했고, 오로지 사용자 확대를 위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며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플랫폼 참여 의료진들이 진료 보조용 디바이스를 활용하기까지 서비스가 개선되고, 자체적으로 화상진료를 일반화하고, 의약품 배송만 전담하는 특화 유통업체들이 나타났다면 국민들의 누적된 경험은 지금과 무게가 달랐을 거란 얘기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약국의 대면 서비스가 환자 신뢰를 기반으로 견고했다면, 또 처방조제에 집중된 의약 종속의 행태가 아니었다면, 비대면 서비스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더 좁았을 것이다. 약사 상담은 서면으로 대체 가능하다거나, 그렇다면 약 수령이나 배송이나 다를 것 없지 않냐는 반박을 단순한 비난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 놓은 환자와의 신뢰를 돌이켜 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의약품 접근성 개선 방법으로 ▲지역거점 24시간 약국 지정 ▲안전상비약 무인자판기 도입 ▲9시까지 약국 연장 운영 ▲원격화상 투약기 설치 확대 등을 선택하도록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역거점 24시간 약국 지정이 46.2%(1124명)로 가장 많은 응답율을 보였다. 그 다음은 안전상비약 무인자판기 도입 운영이 33.7%(819명)로 많았다. 국민들이 약국, 약사에게 거는 기대의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다. 아직 국민들이 약사의 역할을 바라고 있다고 해석하거나 혹은 3명 중 1명은 약국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약국의 신뢰 회복이라는 숙제를 안고서 비대면 시대는 열렸다. 당장 정부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비대면 처방과 조제는 서서히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처방전 흐름 변화에 따라 약국에 변별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대면 진료 후 환자의 약국 선택권이 폭넓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약국의 생존 전략으로써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약사사회가 다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약국과 환자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시범사업 이후엔 법제화가 기다리고 있다. 비대면진료 후 약을 찾으러 약국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약사들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냐에 따라 이후 뒤따라 올 위기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2023-06-05 15:51:48정흥준
오늘의 TOP 10
- 1제약업계 "제네릭 약가, 데이터로 얘기하자"…정부 응답할까
- 2"10년 운영 약국 권리금 7억 날려"…약사 패소 이유는
- 3이양구 전 회장 "동성제약 인수, 지분가치 4분의 1 토막난다"
- 4아로나민골드 3종 라인업 공개…약사 300명 열공
- 5가슴쓰림·위산역류·소화불량 해결사 개비스콘
- 6제한적 성분명 처방 오늘 법안 심사…정부·의협 반대 변수로
- 7국전약품, 사명서 '약품' 뗀다…반도체 등 사업다각화 포석
- 8저수익·규제 강화·재평가 '삼중고'…안연고 연쇄 공급난
- 9의-약, 품절약 성분명 처방 입법 전쟁...의사들은 궐기대회
- 10정부, 품절약 위원회 신설법 사실상 반대…"유사기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