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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국 소모품 대란과 의약품관리료 현실[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이번에는 ‘소모품’ 대란이다. 의약품 품절에 이어 최근 약국가에서는 약포지와 시럽병, 투약병 등 조제용 소모품 수급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일부 품목은 공급이 지연되고 일부는 가격이 급등했다. 현장에서는 사재기 양상까지 나타나며 불안이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 사태가 단순한 일시적 공급난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번 수급 대란은 그간 당연하게 여겨졌던 약국 소모품의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조제용 약포지, 스틱형 포장지, 시럽병까지 환자에 제공되는 이들 용품은 대부분 별도 보상 없이 ‘무상’에 가깝게 제공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의약품관리료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의약품관리료는 2012년 수가 개편 이후 ‘방문당’ 체계에 묶인 채 14년째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약국의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장기처방은 일상이 됐고, 약가 인하는 반복됐다. 여기에 의약품 품절 장기화까지 겹치며 약국은 재고 관리와 대체조제, 환자 설명 등 추가 업무를 떠안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 이번 소모품 가격 등락은 그 부담을 경제적 비용으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과거와 동일한 수가 체계 아래에서 업무는 늘고 비용은 오르고 책임은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를 반영한 정책적 보완은 찾아보기 어렵다. 관련 문제의식과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약사회와 보건복지부는 재작년부터 의약품관리료 개편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진행해 왔다. 2012년 방문당 수가 개편 과정에서 절감된 약 900억원 규모의 재정을 다시 환원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는 진전 없음이다. 재정 부담, 정책 우선순위 등의 벽 앞에서 논의는 멈췄고 그 사이 현장은 버텨왔다. 그리고 지금 소모품 수급난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그 한계가 다시 드러나고 있다. 지금의 의약품관리료는 과연 현재의 약국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아니면 14년 전의 약국 현장에 머물러 있는가. 이번 사태는 분명한 신호다. 더 이상 현장의 희생과 관행에 기대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쯤이면 의약품관리료 조정 논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2026-04-08 06:00:40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약사가 '졸음주의 앵무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이달 2일부터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이 상향되고 운전자의 검사 불응죄가 신설되는 등 제도가 대폭 강화됐다. 약물운전 사례가 잇따르면서 음주운전과 동일한 선상에서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특히 약물에 취해 반포대교 북단에서 한강공원으로 추락하며 강변북로를 운행하던 피해 차량과 충돌을 일으킨 올해 2월 사고는 약물운전의 본인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에 해를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알코올 농도로 음주운전 여부를 판독하는 것과 달리 약물운전의 경우 약물의 종류가 광범위하다.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감기약, 알레르기약 등도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들어있다. 공교롭게 봄철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약국들 역시 바빠졌다. 기존에도 약 복용 이후 운전이나 기계조작 등을 주의하라고 구두로 안내해 왔지만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약국의 책임 소재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는 졸음주의, 운전금지 등 스탬프를 제작해 약봉투에 찍어 주고, 일반약에까지 졸음주의 라벨 스티커를 부착하기 한창이다. 지역약사회는 지역경찰 등과 함께 약물운전 캠페인이나 약국 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환자 개개인의 운전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모든 가능성을 통제 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라 있다. 자칫 제도의 화살이 약국의 복약지도 미흡으로 향하는 본말전도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전히 약국의 졸음주의, 운전주의, 운전금지 복약지도를 생소해 하는 소비자들이 대다수다. 약국을 '졸음주의 무새'로 만들기 이전에 선행돼야 할 정책은 대국민 홍보와 계도다. 약물운전이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조심하세요'라는 조언을 넘어 어떤 약이 위험한지, 어떤 약리적 효과로 졸음이 유발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또한 적발시 예외 없는 엄벌에 처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약물운전 방지의 핵심은 환자 스스로의 인식 변화와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에 있다. 약국에 행정적·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기 보다는 처방 단계에서 의사와 약물 사용을 논의하고, 약사가 전문적인 복약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 일은 약국의 일방적 희생이 아닌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시민들의 의식이 맞물릴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2026-04-07 06:00:38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특사경 두려워말고 3조원 실리 챙기자[데일리팜=정흥준 기자]건강보험공단 특사경 추진에 의료계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3월 말 공단 특사경법(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법사위 처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안건에서 제외되며 국회 계류 중이다. 의료계는 국회 앞 시위에 이어 반대 성명을 잇달아 내며 법안 통과를 막아서고 있다. 권력의 비대화, 기본권 침해, 과잉수사 등 자극적인 단어들로 법안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공단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으로 발생한 건강보험재정 누수가 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특수성을 고려한 수사가 부족하고, 절차는 길어지는 탓에 환수율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불법 업주들은 재산을 빼돌리고 유유히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건보공단 특사경이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필요하면 지원하겠다"며 힘을 실어주면서 급물살을 타나 싶었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또 다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특사경 도입에 따른 수사권 강화에 대한 일선 현장의 거부감은 이해한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수사권 남용을 이유로 보험재정 누수를 방치하자는 건 불합리하다. 의약계 내부 질서를 파괴하고 동료들의 몫을 가로채는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이 활개 칠수록 건강보험 재정은 고갈되고, 그 피해는 결국 적정 수가를 요구하는 대다수 선량한 의료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의료계는 공단이 부당 청구까지 수사를 확대해 통제권을 강화할 것이라 우려한다. 특사경의 진짜 타깃은 의약사가 아니라 병원과 약국을 운영하는 가짜 주인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특사경의 권한은 불법 개설 기관으로 수사범위를 제한하고 있고, 그것도 부족하다면 수사 남용을 예방할 법적 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우려를 해소할 제도적 보완이 어떻게 필요한지에 대한 건설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 전문가 집단다운 모습이다. 과도한 우려로 특사경법을 반대하는 사이 웃고 있는 건 건보재정을 갉아먹고 있는 불법 업주들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이 딱 지금 상황이다. 의료계도 막연한 공포심에서 벗어나 실리를 챙겨야 한다. 특사경이라는 칼날이 불법의 뿌리만 정확히 도려낼 수 있도록 감시하고 협력하는 것, 그것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재정 누수를 막는 길이다. 명분 없는 반대가 계속될수록 3조원이 넘는 재정 누수의 책임에서 의료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2026-04-03 06:00:38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준혁신형 제약 약가우대의 모순[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약가제도 개편의 일환으로 ‘준혁신형 제약기업’ 트랙을 신설했다. 혁신형과 비혁신형 사이의 완충 지대를 만들어 기업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제약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우대’라는 수식어와 달리, 현장에서는 약가 인하를 전제로 한 또 다른 ‘차등 삭감’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은 이른바 ‘우대’의 실체다. 정부는 인하 폭을 일부 완화해주겠다고 설명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결국 약가가 내려간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하액을 일부 보전해주는 것을 ‘인센티브’로 정의한 셈인데, 이는 정책 언어와 시장의 체감 사이의 간극만 키울 뿐이다. 마이너스 폭을 줄이는 것을 플러스라 부르는 정책적 형용 모순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혁신을 규정하는 논리적 모순에 있다. 이번 트랙은 연구개발(R&D) 비중 등 정량 지표를 중심으로 기업을 분류한다. 하지만 R&D 투자는 어디까지나 성과를 내기 위한 ‘투입(Input)’이지, 그 자체로 혁신의 ‘결과(Output)’를 담보하지 않는다. 투입된 자본의 양으로 기업의 등급을 매기는 것은, 공부시간이 길다고 성적과 관계없이 우등생 상장을 미리 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투입 중심 평가’는 산업의 역동성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같은 제약바이오산업 내에서도 질 높은 효율적 투자로 의미 있는 치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막대한 비용을 쏟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가 존재한다. 혁신의 본질인 ‘가치’가 아니라 단순한 ‘비율’이라는 단편적 잣대로 기업을 서열화하는 것은 결국 혁신 장려가 아닌 또 다른 ‘줄 세우기’로 이어진다. 제도의 복잡성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기업 입장에선 정작 맞춰야 할 기준만 늘었다. 이미 가산과 차감 요소가 얽힌 약가 산정 체계에 ‘준혁신형’이라는 새로운 분류 축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이 예측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 변화에 비해 구체적인 기준과 적용 방식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장 올 하반기 대규모 약가 인하가 예고됐지만, 기업들은 자신들이 준혁신형 트랙에 해당하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연 매출 1000억원 미만은 R&D 투자 비율 7% 이상, 1000억원 이상은 5% 이상이라는 큰 틀만 제시했을 뿐, 세부 기준과 적용 방식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적용 대상 기업을 12개 내외로 추산했지만, 업계에서는 30곳 안팎으로 보는 등 상당한 괴리가 나타나는 배경이다.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취지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그 방식이 ‘덜 깎아주기’식 시혜에 머물고, 성과가 아닌 투입량으로 기업을 재단하며, 세부 기준조차 모호한 상태로 추진된다면 시장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업들이 스스로 위치를 가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과 적용 방식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준혁신형’이라는 이름이 산업계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의 과제다.2026-04-02 06:00:36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견실한 제약사 영점 맞춰 제네릭 잔혹사 끝내자[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 갈등은 왜 매번 비슷한 양상을 띠며 반복될까. 복지부가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약가인하와 혁신 제약사·수급 불안정약 기여 제약사 약가우대를 골자로 한 약가 개편안을 확정했지만 양자(복지부-제약업계) 간 입장 차이는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은 분위기다. 복지부는 국회와 언론, 제약업계를 향해 제약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개편안 설계를 위한 쌍방향 소통·의견수렴을 여러차례 약속했지만 부족하고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연히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 있는 행정이나 정책 설계는 불가능하다. 신기루에 가깝다. 다만 이번 약가 개편안 의결 과정에서 복지부가 보인 태도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복지부 고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건정심 위원장인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은 제네릭 약가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 개편안 수립 과정에서 건강보험 효율성과 제약산업 육성이란 상충 과제를 동시 달성하기 녹록지 않다는 고민어린 표정을 드러냈다. 이형훈 차관 얼굴에 스민 복잡다단한 표정은 기자가 행정부 정책 운영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일부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매개가 됐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향후 약가 개편안 설계 때 제약산업과 한층 깊숙히 호흡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 간 소모적인 충돌과 뒤 이은 부작용으로 인한 진통을 최소화하고 정책 연착륙 확률 향상을 위해서다. 보건경제학자들은 복지부가 국내 제약업계와 다국적 외자 제약업계 간 형평성을 어느정도 고려한 약가제도 설계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또 국민건강보험재정을 운용하는 복지부 철학과 구체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행정 목표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뭉툭하고 모호하다고 했다. 차라리 복지부 속내를 투명하게 드러내면 제대로 된 협의가 가능할 것이란 비판이다. 복지부는 혁신신약 체질 개선을 이번 약가 개편 명분이자, 기등재 제네릭 약가인하 불가피성을 어필하기 위한 장치로 내세웠다. 틀린 방향성은 아닐지 몰라도, 그 기울기가 너무 가팔랐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여전히 제네릭 중심이다. 제네릭 품질과 자급률도 높다. 1개 성분 당 많게는 수 백여개 품목이 허가돼 처방·유통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방증한다. 반면 품목허가를 획득한 국산신약은 41개에 불과하다. 첫 번째 국산신약은 1999년 7월 허가된 선플라주(SK제약), 가장 최근 허가된 국산신약은 2025년 11월 품목을 획득한 엑스코프리정(동아에스티)으로 41번째다. 이들 중 블록버스터급 매출을 기록한 신약은 아직 없다. 25년 간 41개 신약을 탄생시키며 아직 고등학생 수준 내지는 갓 미성년자 꼬리표를 뗀 스무살 평가를 받는 국내 제약산업을 향해 제네릭 제조·판매를 멈추고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 성과를 단박에 요구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다. 복지부는 국내 제약사들이 이번 약가 개편으로 신약 연구개발(R&D)는 얼마나 위축되는지, 수급 안정 의약품 공급엔 얼마나 부정적인지, 고용 안정성과는 어떤 인과성이 있는지 어필하고 호소한 내용을 개편안에 더 반영했어야 한다. 복지부가 제시한 약가 개편안 방향성 자료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견실한 제약사'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을 분기점으로 제네릭 판촉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은 신약 개발과 필수약 안정 공급에 진심인 견실한 제약사를 길러내고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이 포부를 달성하려면 복지부는 견실한 제약사의 기준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설정하고, 평가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당연히 민관협의체를 꾸려 협의와 합의를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제약사들과 '견실함'에 대한 영점을 함께 맞추는 적극 행정, 쌍방향 소통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이번 약가 개편안 수립 과정에서 R&D 비율을 확보한 '견실한' 제약사 다수는 "복지부나 식약처가 혁신적인 제약사, 산업 발전과 국민 건강에 진심인 제약사를 가려낼 기준은 있는지, 평가 자료는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위수탁 제네릭을 핵심 매출 요인으로 한 속칭 페이퍼 컴퍼니, 종이 제약사와 진짜 제약사 간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정부 행정이 지금까지는 제대로, 세밀하게, 거칠게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옥석을 가려 낼 섬세한 기준과 철학이 정부 머릿속에 있는지, 행정력은 갖췄는지에 대한 산업 신뢰가 전무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당장 제네릭 약가를 40%까지 깎고 혁신성을 입증한 제약사를 우대하겠다는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들이 밀며 도장을 찍으라니, 답답함과 공포감이 컸다는 토로마저 나왔었다. 복지부는 개편안 추진과 동시에 견실한 제약사를 제대로 구분하고 맞춤형 지원할 채점표를 다양하고 세밀하게 만드는 후속 행정에 나서야 한다. 복지부는 이번을 기회로 고품질 제네릭이 'K-파마슈티컬' 심장이자 산업과 고용의 미래를 지탱할 두 다리란 점을 각인하고, 제네릭 다품목 구조 해소를 위한 정부 행정의 맹점을 찾아내 해결하기 위해 제약업계와 긴밀히 소통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제네릭 가격만 깎아서 건보재정 절감과 신약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향의 정책 반복을 멈추고 합리적인 제약산업 육성, 약가제도 선진화 패러다임 대전환을 위한 실마리를 현장에서 찾는 복지부 행정을 기대한다.2026-04-01 06:00:40이정환 기자 -
[기자의 눈] 바이오기업 궁여지책 사업 확장과 숙제[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세차장, 폐타이어 수집업, 암모니아 터미널 개발업, 휴게음식점, 가상자산 투자업.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새로 추가한 사업목적 면면이다. 부동산업은 거의 모든 기업이 포함하는 기본 항목이 된 지 오래다.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진 시대라지만 이들 기업의 행보는 문어발식 확장이라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사업 간 시너지가 명확하거나 자본이 충분하다면 이러한 사업 확장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핵심 역량에 기반한 신사업 진출은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오히려 유연한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작동하며 본업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사업 다각화는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위한 궁여지책인 경우가 상당수다. 코스닥 상장사는 개별 기준 연매출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당장 뚜렷한 매출원이 없는 바이오 기업으로선 본업과 무관한 영역에서라도 '숫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문제는 임시방편적 대응이 본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신약개발은 빅파마조차 10년 이상, 1조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고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분야다. 강점을 지닌 기술에 역량을 집중해도 성과 도출이 쉽지 않은 사업인데 한정된 인력과 재원이 분산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을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 매출이 없으면 상장을 유지할 수 없고 자금이 끊기면 연구개발도 멈춘다. 바이오 기업 입장에서 단기 매출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톱티어 바이오텍으로 자리 잡은 리가켐바이오 역시 상장 초기 이종 산업 진출을 시도하며 매출 요건을 맞추려 애썼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오 기업에만 무한정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공적 자본을 조달받는 상장사가 최소한의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신약의 꿈'만 내세워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이미 기업공개(IPO)·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통해 시가총액 6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매출 30억원 요건을 면제하는 등 제도를 완화한 상태다. 다른 산업군과 형평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본질은 상장사 지위가 아니라 혁신을 지속할 체력이다. 상장 유지를 위한 무리한 확장은 당장의 퇴출은 막아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만약 연구개발 성과가 지연되고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 버거운 상황이라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뒤 다시 시장 재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상장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간을 버는 전략이 아니라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2026-03-27 06:00:32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의료기기 업체들이 던진 정책 과제[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제41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6)' 전시장 곳곳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변화 흐름이 드러났다. 이제는 필수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이 늘어난 것은 물론, 무게중심이 기술을 넘어 '어떻게 활용되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전시회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기술 이후의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다. 주요 기업들은 단순히 AI의 정확도를 강조하기보다 병원 시스템(PACS/EMR)과의 연동성, 축적된 데이터의 재활용, 그리고 구독형 서비스(SaaS) 기반의 수익 구조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는 의료 AI 산업이 '도입 여부'를 논하던 초기 단계를 지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성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고민하는 성숙기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고도화가 곧바로 시장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현장에서 확인된 냉정한 현실이다.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비용 부담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실제 적용까지 이어지는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산업 현장의 흐름은 최근 출범한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2기'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1기 사업이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산 의료기기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면, 2기 사업은 해당 기술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임상, 인허가, 사업화 등 '시장 진입 중심'의 지원 구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산업의 흐름이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기 사업은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검증 단계'로서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현장의 실무자들은 여전히 각 단계의 단절을 우려하고 있다. 기술 개발 이후 병원 도입, 수가 적용, 시장 확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개별 단계에서 멈춰 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그 이유다. 결국 향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성패는 기술의 완성도가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연결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장에서는 기술의 안착을 온전히 시장에만 맡기는 것은 시간이 오래걸리고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아직 관련 시장이 글로벌 차원에서도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키메스 전시장에서 강조된 플랫폼 전략이나 구독형 모델 역시 수가 체계나 제도적 뒷받침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확산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KIMES 2026에서 확인된 산업의 지향점과 범부처 2기 사업의 정책 방향은 일치한다. 그러나 두 흐름 사이에는 여전히 속도와 실행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 정책적·실무적 간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을지가 향후 K-의료기기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 성장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D의 성과가 전시장 부스에 머물지 않고 실제 진료실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2026-03-26 06:00:36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진행성 암환자에 대한 치료 간극[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암 치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그 흐름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진행성 암환자들은 치료 옵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접근성에서는 오히려 뒤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유방암 치료만 보더라도 구조는 분명하다. 국가암검진 확대 영향으로 조기 유방암 환자는 전체의 약 70% 수준까지 늘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치료 이후 장기 생존이 가능한 건강한 생존자로 관리되고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 성과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단계에 동일하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이성(4기) 환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재발 위험이 높은 진행성 단계부터 이미 치료 접근성의 한계가 시작되고 있다. 그 출발점은 보조요법 단계다. 최근 일부 치료제는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됐지만, 정작 급여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허가는 이뤄졌지만 실제 사용은 제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조요법은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병변을 제거한 이후에도 남아 있을 수 있는 미세 전이를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단계에서의 치료 여부가 장기 예후를 좌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으로 인해 실제 적용은 쉽지 않은 구조다. 결국 이 공백은 재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발은 단순한 질병의 진행이 아니라 환자의 삶 전반을 다시 흔드는 사건이다. 치료가 재개되면서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장기간 치료로 인한 경제활동 제약도 불가피하다. 가족 돌봄 부담 역시 다시 커진다. 특히 일부 암종에 40~50대 환자가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조는 재발을 줄이는 단계보다 재발 이후를 감당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쓰는 방향에 가깝다. 예방적 치료는 비용을 이유로 제한되지만 재발 이후의 치료 비용과 사회적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 고려되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그 이유를 단순하게 짚는다.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 규모가 커질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고 그 부담이 결국 급여 문턱을 높이는 구조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환자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접근을 제한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그 부담은 결국 환자와 사회 전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특정 암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방암뿐만 아니라 위암 등 주요 고형암에서도 보조요법 적응증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재발을 줄이기 위한 치료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실제 접근성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치료제의 유무가 아니다. 치료가 가장 필요한 시점 모두에서 접근성이 제때 열리지 않는 구조에 있다. 재발을 줄일 수 있는 단계에서의 개입을 비용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2026-03-25 08:03:46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돌봄통합 시대 개막, 약사는 어디에 서 있나[데일리팜=김지은 기자] 3월 27일 ‘돌봄통합 지원법’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의료와 돌봄을 하나로 엮겠다는 이 제도는 보건의료 환경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 축에는 분명 ‘약사’가 있다. 지난 주말 열린 전국여약사대회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국민건강을 위한 약(藥)속, 약료에서 돌봄까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16개 시도지부와 대한약사회가 준비한 특별 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각 지역과 중앙이 그간 돌봄통합 제도 시행을 대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온도는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제도 시행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약사들의 관심과 체감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변화의 방향은 제시됐지만 그 안에서 약사의 위치는 아직 또렷하게 자리 잡지 못한 모습이다. 이 같은 괴리는 이미 여러 지점에서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다제약물관리 사업은 10년 가까이 시범사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령 환자의 약물 안전관리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돼 왔지만 제도화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제한적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단위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지자체의 돌봄 관련 조례에는 여전히 약사의 약물관리나 복약지도 역할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방문간호, 요양, 복지 서비스는 설계되면서도 정작 약물관리의 전문가는 빠져 있는 구조다. 돌봄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제도 설계에서 배제되고 있는 셈이다. 돌봄통합은 단순히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끝나지 않는다. 고령 환자의 복합질환, 다제약물 복용, 부작용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약물관리는 돌봄의 핵심 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가장 전문성을 갖춘 직역이 바로 약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사의 역할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직역 내부의 준비와 참여 부족이라는 자성도 필요해 보인다. 변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리를 만들어갈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약사사회는 돌봄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 약물관리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구체화하고, 단순 참여를 넘어 ‘필수 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관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돌봄의 지속가능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약사의 전문성을 제도 안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돌봄통합 지원법 시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 직역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돼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약사가 어떤 위치에 설 것인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돌봄통합 시대 속 약사는 더 이상 약국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2026-03-24 08:50:32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GMP 처분 수정이 약가개편에 남긴 질문[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국회와 정부가 의약품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적합 판정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전면 개선키로 했다. GMP 위반에 ‘지정 취소’라는 무관용 철퇴를 내리는 제도를 도입한 지 4년 만이다. 이번 개정안은 ‘효력 정지’ 처분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시 취소 이전에 중간 단계 처분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2022년 12월 약사법 개정으로 도입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반복적 허위기록이나 허가사항 미준수 등이 단 한 번만 적발되더라도 해당 공장을 퇴출할 수 있도록 했다. 품질 관리 강화라는 명분은 확실해쓰나, 공장 단위의 일괄 지정 취소가 가져온 산업적 타격은 예상보다 컸다. 의약품 공급 차질과 행정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제약업계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과도한 규제 강도를 우려했지만, 정부는 무관용 정책을 강행했다. 지난 4년간 정부 역시 제도 운영 과정에서의 적잖은 부담을 안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4년 만에 현실 부적합을 인정하며 뒷걸음질 친 셈이다. 문제는 비슷한 우려가 최근 약가제도 개편 논의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를 40%대 초중반까지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약업계는 약가인하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R&D 위축과 고용 불안을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48% 수준으로 낮추는 정도라면 수용 가능하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정부 기조는 완강하다. 현재로선 40% 초중반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궤도 수정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정책의 목적이 옳다고 해서, 수단의 과격함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4년 전의 ‘강행’이 오늘의 ‘후퇴’로 돌아왔듯, 충분한 검증 없는 약가인하 역시 훗날 제약주권 상실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신뢰는 단순히 강한 규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와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 일단 지르고 나서 고치는 식의 ‘아니면 말고’ 행정은 기업의 회복 불가능한 매몰 비용을 강요할 뿐이다. 정부는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사례를 단순한 제도 보완의 기록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정책이 치러야 할 ‘비싼 수업료’로 기억해야 한다. 약가 개편이라는 또 다른 시험대 위에서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기 전 설계의 균형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2026-03-20 06:00:32김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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