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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가 인하의 그늘, R&D는 버틸 수 있나[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정부가 약가 제도 개편안을 내놓자 제약업계는 즉각적인 대응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제도가 향하는 방향성과 산업이 처한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산업 구조개편이라는 명분과 달리 R&D 투자 축소, 생산기반 약화, 신약 개발 동력 감소 등 다양한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그 영향이 얼마나 정교하게 고려됐는지는 분명치 않다.이번 개편안은 공급구조의 효율화, 합리적 약가 산정, 재정 건전성 강화라는 기조를 바탕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특히 보험 재정 부담 완화와 시장의 중복·비효율 제거가 핵심 방향으로 제시되며, 정부는 신약개발에 대한 적극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언급했다.하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온도차는 크다.국내 제약기업 상당수는 원가, 인건비, 임상 시험비 등 기본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환경에 놓여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약가 조정이 단행되면 당장의 수익성뿐 아니라 미래 투자 여력까지 동시에 제약을 받는 구조가 된다.정책의 속도와 강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물론 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약가 관리의 정교화라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그럼에도 글로벌 제약사 대비 R&D 기반이 취약한 국내 기업들에게 이번 변화는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정부는 최근 수년 동안 제약·바이오 분야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육성정책을 추진해 왔다.하지만 이번 약가제도 변화는 기업이 추진해야 할 중·장기 투자 계획과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단기 재정 안정이라는 목표가 거시적 산업 경쟁력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제약바이오 산업은 단기 손익보다 장기적 연구개발, 실패 가능성, 기술 축적이라는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분야다.이 때문에 약가 정책은 단순한 가격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게 마련이고, 산업 전반의 역동성에도 영향을 미친다.이번 개편안이 지향하는 목표 자체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책의 속도와 충격이 적절히 조정되지 않으면 기업들은 가장 먼저 미래 R&D 투자 축소라는 선택지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결과적으로 산업의 성장 축이 약화되고 기술경쟁력 확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국가 전략과 정교한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향후 관건이다.2025-12-04 06:00:32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약가 개편 성과는 환자가 체감해야 완성[데일리팜=손형민 기자] 한국은 세계에서 신약 진출이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였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기업들조차 한국 시장엔 발을 늦췄다. 허가에서 급여까지 걸리는 시간이 주요 국가 대비 지나치게 긴 지연도 문제였다. 자연스레 코리아 패싱이라는 단어가 업계의 상수가 됐다.그런데 내년부터 이 오래된 구조가 변하기 시작한다. 보건복지부가 이중약가 도입, 적응증별 약가, 비공개 계약 등 수년간 멈춰 있던 약가체계를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10여년간 열지 않았던 약가 개편의 문을 연 배경에는 미국의 변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약가를 최혜국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정책을 내놓자 글로벌 제약사의 조달 전략이 흔들렸고, 한국 약가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는 구조가 글로벌 가격 전략의 리스크로 부상했다. 최근 미국제약협회 관계자들이 한국 정부와 직접 만나 "이대로면 한국 환자는 혁신신약을 못 쓰게 된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한국의 낮은 약가와 긴 등재 기간은 이미 여러 신약에서 후순위 출시 또는 철수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국내 환자의 신약 접근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글로벌 신약 출시 후 1년 이내 한국 도입률은 5%에 불과해 OECD 평균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국내 신약 허가율(30%) 역시 OECD 평균(49%)과 G20 국가 평균(46%)을 밑돈다.특허 만료 후 낮은 약가 설정에 아예 한국 시장에서 손을 뗀 기업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특허 만료 후 국내 판매를 철수한 결정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조치다. 표시가격과 실제 계약가격을 분리하는 이중약가, 적응증이 늘어날수록 약가가 떨어지는 기존 구조를 바꾸는 적응증별 약가, R&D 비중이 높은 기업에 더 높은 제네릭 약가를 적용하는 방식 등은 국제 기준에 가까운 유연한 약가정책에 가깝다. 미국·유럽에서 이미 자리 잡은 방식을 한국도 뒤늦게라도 도입한 셈이다. 제네릭 약가는 대폭 낮추되, 퇴장방지의약품과 필수약은 보호하고, 혁신형 제약기업엔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성도 제약산업의 재편을 염두에 둔 신호탄으로 읽힌다.정부가 10년 만에 판을 바꿨다면, 이제는 기업도 응답해야 한다. 수십 개의 적응증을 확보한 글로벌 항암제들이 한국에서는 약가 부담 때문에 일부 적응증을 보류하거나 방치한 채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 한국 시장을 후순위로 두고, 특허 만료를 앞두고 철수하는 방식의 전략적 판단도 이제는 재고돼야 한다.정부가 제도를 손보았고, 글로벌 제약사가 문제라고 지적하던 구조적 장애물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그렇다면 기업도 그동안 미뤄왔던 적응증 확대, 급여 재도전, 출시 지연 의약품의 재검토 등 한국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넓히는 실질적 조치를 보여야 한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기사 제목에 오르내리지 않으려면, 제도 개선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기업 모두가 한국 환자를 국제 표준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치료 접근성을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확실한 행동이 필요하다.2025-12-03 06:00:50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CSO·창고형약국·플랫폼이 시장에 미칠 여파지난 주말 열린 병원약사 추계학술대회 중 강연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복지부가 추진 중인 핵심 과제 중 하나로 판촉영업자(CSO), 창고형약국,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관리 감독 강화를 꼽았다. 그는 이들을 의약품 유통판매 매커니즘의 ‘신규 플레이어’로 명명했다. 의약품 산업·시장에 새로 진입해 경쟁 구조나 흐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주체라는 의미다. 이들의 영향력과 기존 주체와의 경쟁 관계를 일정 부분 인정한 셈이다. 법으로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제제할 수 없는 이들 플레이어에 대해 복지부는 시장의 질서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안전 장치나 규제 장치는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역 약국 생태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창고형약국 이슈에 대해서는 소비자 편익 증대냐, 의약품 오남용 확대냐하는 경계선상에 있다고 했다. 특히 이들 약국이 의약품 할인 행사나 지나친 광고 행위를 하는데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경우 중개 매채로서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단순 진료, 처방 연계 기능을 넘어 일부 플랫폼이 도매업까지 사업을 확대하면서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알선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 의약품 질서의 경계를 넘어선 행위로 지적했다. CSO의 경우 약사법에서 규정하는 행위 주체에도 빠져있어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CSO의 경우 의약품 공급사에 해당되지 않아 불법행위가 적발되도 약사법에 따라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을 언급했다. 복지부는 이들 신규 플레이어들의 법을 교묘히 넘나드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제도적 장치 마련과 더불어 입법 작업을 동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CSO의 경우 관할 지자체 신고와 교육 이수, 경제적 이익 제공, 특수관계 거래 금지 등에 대한 관리체계를 지속 강화하는 한편, 관련 약사법 개정, 의약품 판매 질서 관련 3년 주기 실태조사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창고형약국은 환자 유인이나 오남용을 유도하는 약국 명칭, 표시·광고 규제에 대한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며, 플랫폼은 비대면진료 의료법 개정으로 신고제, 인증제 도입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도매상 소유, 특수관계 간 거래 제한 법 개정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약사사회를 넘어 의약품 시장 전반이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들 신종 플레이어들은 분명 관련 시장의 변화와 더불어 소비자의 니즈에 의해 만들어진 주체인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한약사회가 지난 주말 진행한 대한민국 약사 학술제 슬로건을 ‘변화의 파동 올라, 약사의 10년 미래를 선점하라!’로 잡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법과 제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가는 신종 플레이어들이 의약품 유통, 판매, 나아가 보건의약계에 최종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 볼 일이다.2025-12-02 06:00:48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재정 절감과 신약 육성의 불안한 줄다리기[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정부가 신약 개발 육성과 보험재정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이번 약가제도 개편은 재정절감이 목적이 아니라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체질 개선이 목표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켜보는 산업계의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회사에게 더 나은 약가로 보상하고, 그동안 소홀했던 회사들의 자체적인 체질 개선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보인다.정부의 이상향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는 바지만, 약가제도라는 수단이 신약 강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는 더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완전무결한 정책이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정책이 예상 외로 더 크게 실패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산업계는 우려한다. 약가제도를 손보지 말자는 게 아니라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입장이다.가령 혁신형 기업에 대한 보상 체계가 적정한지, 약가인하로 인해 혁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까지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단기적 재정 절감에 더 무게가 기울어져 있는 건 아닌지, 나아가 체질 개선이 의약품 공급의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등을 산업계와 함께 시뮬레이션 돌려볼 수 있다.이재명 정부는 AI 신약 개발에 400억의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제약바이오 민관 합동 메가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또 2029년까지 첨단 바이오 개발을 위한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또 허가 심사에 AI 도입을 시작하고, 신속심사 지원 체계도 확대한다. 제약바이오 분야 규제 완화를 통해 혁신을 유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제약바이오 강국으로 가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고, 혁신형 제약 기업을 더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은 분명하다.이번 약가제도 개편도 여러 수단 중에 하나겠지만 그 중 가장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개편안을 놓고 일부 중견 제약사들은 예상 손실액을 따져보기도 한다.혁신성을 키워 손실액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력 구조조정과 순차적인 연구개발 축소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걱정들도 있다. 신약 혁신이라는 장기적 목표도 세워야겠지만, 단기적인 대응책도 필요하기 때문이다.약가제도 개편안은 이주 발표되고 내년 2월까지 의견 반영을 통해 수정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규모가 있는 건물일수록 설계와 조감도대로 지어지지 않고, 에너지 효율과 내진 등 준공 후에는 되돌리기 힘든 점들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새로운 약가제도도 마찬가지다. 더 제대로 작동하고 되돌리기 어려운 부작용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2025-11-29 06:31:33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비대면 진료 플랫폼·창고형 약국 '혁신'에 대해"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신산업 스타트업의 혁신적 시도가 충분한 검토와 소통없이 일률적으로 제한될 경우 결국 피해는 의료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겁니다. 개별 기업의 혁신적 시도가 입법을 통해 사후적·일괄적으로 불법화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정부와 규제 체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스타트업의 도전 의지 역시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닥터나우"스타트업 혁신 동력을 약화시키는 닥터나우 방지법 입법 추진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이번 법안은 국민 편익 제고와 의무·약무 영역의 불편 해소를 위해 비대면 진료 중개 스타트업이 시도해 온 혁신을 소급적으로 불법화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제2의 타다금지법을 떠올리게 합니다."-코리아스타트업포럼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도매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하는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을 놓고 관련 업계가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다행히 닥터나우 방지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플랫폼의 도매상 겸업 금지 법안은 비대면 진료 중개업을 규제하는 것이 아닌, 플랫폼이 막강한 권한을 악용해 공공재인 의약품에 대한 유통권·처방권·조제권을 손아귀에 넣어 부당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법이라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사 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제휴약국이나 의료기관을 통해서 특정 약품을 처방하거나 조제하도록 할 수 있다는 논리다.실제 닥터나우는 제휴 약국에 대한 필수약 패키지를 구입하도록 하는가 하면, '초특가', '국내최저가 판매중' 등을 표출해 약국이 탈모약 등을 주문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나만의닥터 역시 대한파마와 손을 잡고 탈모치료제 등을 정당 200원대에 판매해 왔다.사용자에 대한 별도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 대신 약국에는 '조제확실 뱃지'를 명목으로 소위 장사를 해왔던 것이다.그럼에도 이들은 '혁신의 좌절'로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중개라는 사업을 지속 영위할 수 있음에도 도매를 겸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에 있다.코로나19라는 한시적 특수 상황으로 특혜 아닌 특혜를 받았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도매업까지 영위하며 의원·약국 나누기를 하겠다는 것은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스스로를 혁신이라고 지칭하는 데 대해 한 약사는 SNS를 통해 '음식배달앱이 식자재도매상을 차려, 도매상 거래 음식점을 우선 노출해 주는 것을 혁신하라고 하느냐'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최근에는 '창고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지자체 명령에 약국이 창고형 약국이라는 명칭을 '혁신형 약국'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혁신이라는 말의 의미와 책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2025-11-28 05:59:28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사라지는 공채와 커지는 인재 공백 우려[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입사원 공채가 사라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9~10월 공채 시즌이 마무리되고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겠지만, 요즘은 한산한 모습이다. 상당수 기업이 공채를 없애고 직무별 수시채용을 도입했다.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공채를 유지하는 곳은 손에 꼽힐 정도다. 그마저도 수시채용을 병행하며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중견·중소 제약사들은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하다. 공채는커녕 수시채용마저 줄이고 있다.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직원수 300명 이하 중소제약사들은 고용 규모가 전년대비 감소했다. 300명 이상 대형제약사의 고용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와 올해엔 이러한 불균형이 더욱 심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 양극화가 고용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의 채용 트렌드가 전환한 시점은 2020년 전후다.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채용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론 기업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며 채용 트렌드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일선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고환율로 인한 원부자재 가격 상승, R&D 비용과 판관비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 영업이익률이 1% 수준으로 내려앉은 제약사도 부지기수다.기업들은 벼랑 끝에서 단기 생존 전략을 택했다. 공채는 막대한 교육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는 장기 투자다. 당장의 수익성 압박 속에서 신규 인력 육성 비용이 가장 먼저 조정됐다. 필요한 직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 중심의 수시채용이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제약바이오업계뿐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이 이런 변화를 겪었다. ‘인재 육성’보다는 ‘인재 수혈’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기업 고유의 노하우와 문화 전수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R&D 호흡이 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기업 가치의 전승은 더욱 큰 의미가 있다.문제는 앞으로 이 흐름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 인하와 가산 제도 정비 등 큰 폭의 약가제도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도 빠듯한데 약가가 더 내려가면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약가 인하는 이익률 압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고정비 축소 압력으로 연결된다. 가장 먼저 얼어붙는 영역은 결국 ‘신입 채용’이다.이러한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확보가 가능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미 현장에선 경력 3~7년의 ‘미드 레벨’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신입을 뽑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구조가 사라지면, 3~7년 뒤 특정 직무는 공급 절벽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결국 핵심은 산업 전체의 R&D 생태계와 인재 흐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젊은 인재의 진입 경로를 확보하고, 기업 고유의 기술과 철학을 이어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인재 수혈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공채가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기조까지 더해진다면, 산업과 인재의 미래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 성장판’이 완전히 닫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2025-11-26 06:18:23김진구 -
[기자의 눈] 약가제도 '개혁 아닌 개악' 논란 피해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보건복지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약가제도 개편안 윤곽이 차츰 또렷해지면서 국내 제약업계 표정엔 시름이 깊어지는 분위기다.복지부가 현행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53.55%에서 40%로 큰 폭 낮추는 행정을 제약업계 사전 의견조율·수렴 없이 결정, 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단 회의를 시작으로 업계 일방 통보중이라는 게 국내 제약사들이 토로하는 일차원적인 부당함이다.특히 올해 10월 추석 연휴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복지부가 중폭 이상의 기등재 의약품(제네릭) 약가인하를 채비중이란 소문이 국내 제약업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약가 담당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실정이었다.이후 국감 시즌 정부여당이 "일괄 약가인하를 통한 건강보험재정 절감이 목표가 아닌 혁신신약 우대, 품절약 수급안정 환경 구축을 타깃으로 한 약가제도 개편안이 발표될 것"이란 시그널을 반복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약가체계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하지만 국감 종료 직후 분위기는 돌연 어두워졌다. 먼저 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안 관련 정부 생각을 대외 일절 공개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약가제도 함구령이 내렸다"는 얘기마저 흘렀다. 어디에서도 53.55% 제네릭 약가산정률을 얼마나 깎을지 구체적인 비율을 들을 수 없다는 게 약가 담당자들의 일관된 의견이었다.시간이 흘러 복지부가 제네릭 약가산정률을 53.55%의 25%를 깎은 40%로 낮추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정보가 도처에서 나오면서 제약사들은 매출 하락 직격타로 이어질 것이란 비판 의견을 내놓고 있다.특히 복지부가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을 보고 안건으로 상정하는 동시에 40%란 구체적인 수치까지 보고 내용에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자 약가 담당자들은 "제약업계 의견수렴 없이 복지부 홀로 결정한 약가산정률을 건정심에 못박아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추후 복지부와 제약계가 약가제도 개선안을 놓고 제대로 된 협의와 협상을 하려면 약가산정률 표기 없이 큰 틀의 방향성만 건정심에 보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복지부 약가산정률을 건정심 보고하는 순간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느니 너는 대답만 하라)' 식 협상이 될 것이란 취지다.세계 시장에서 먹히는 블록버스터급 국산 신약과 메이저급 글로벌 제약사 창출을 간판으로 내건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 약가 담당자들의 이같은 공포감 섞인 요구는 일견 타당하다.40% 제네릭 약가인하율을 넘어 한층 아쉬움이 큰 부분은 약가우대 규정이다.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여부와 신약 R&D(연구개발) 비용 투자액을 약가제도와 연동하는 방식의 약가우대안을 설계했다는 게 제약업계 중론인데, 우대 기전이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우대 폭과 기간도 크지 않아 신약 R&D 투자 등 혁신가치 보상을 이끌어 내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국내 제약사 약가 담당자들은 ▲혁신형제약기업 선정(인증) 갯수가 많지 않은 점 ▲신약 R&D 투자액뿐만 아니라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생산설비 투자 등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제약사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해 복지부가 지금보다 더 다차원적인 우대 기전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또 모든 약가우대 기전이 시행일로부터 3년 뒤를 기점으로 종료되고, 이후부터는 40% 등 지금보다 깎이게 될 약가산정률을 일제히 적용하는 복지부 방침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복지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제네릭 중심 국내 제약사 이익을 줄여 만들어진 건보재정 여유를 글로벌 빅파마(다국적사)가 국내 수입해 들여오는 신약 약가를 우대하는데 쓰게 될 것이란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아직까지 제네릭 중심 국내 제약산업 특수성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설계해 국내 제약사 역차별 논란에 재차 불을 붙이게 될 것이란 우려다.이같은 비판 움직임은 결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이 24일 오전 긴급 회의 후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기로 뜻을 모으는 결과로 귀결됐다. 복지부의 약가제도 개선안은 개혁이 아닌 개악에 가깝다는 제약업계 걱정이 비대위로 이어진 셈이다.복지부는 약가제도 수립 주무부처로서 국내 제약사들이 혁신성을 충분히 갖춘 신약, 개량신약 개발 성과 창출에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수 있도록 철학을 담은 약가제도 행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지금까지 흘러나온 복지부 약가제도 개편안은 채찍이 당근보다 갑절이란 평가를 받는다. 신약 R&D, 고품질 의약품 제조·유통, 수급불안정 의약품 안정공급 분야에 대한 충분한 투자를 독려하기엔 부족하단 얘기다. 약가 담당자들과 협의를 거친 선진적인 복지부 개편안 설계가 긴요하다.2025-11-24 16:24:00이정환 -
[기자의 눈] 제약업계, 생존 건 신약 R&D 승부수[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방향이 제네릭(복제약)에서 신약 개발로 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오랜 성장 축이었던 제네릭은 더 이상 안전한 먹거리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다. 약가 규제 강화, 경쟁 심화, 유통마진 축소 등 복제약을 둘러싼 생태계는 끝없는 가격 압박으로 내몰리고 있다.제네릭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자, 상위 제약사 중심으로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늘어나고 있다.한미약품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빠르게 국산 비만 신약을 출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며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올해 3분기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155억원 늘어난 1691억원으로매출액의 15%를 차지한다.종근당은 제네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바이오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 ADC(항체 약물접합체) 항암제를 비롯해 첨단 바이오의약품까지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2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시흥에 바이오의약품 복합연구개발(R&D) 단지를 짓는 대규모 ‘베팅’을 감행했다. 연구개발비는 2023년 1512억원, 2024년 1574억원, 올해 3분기 1265억원으로 증가세다.JW중외제약도 매년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구개발비는 749억원으로 전년 동기 590억원 대비 26.9% 증가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통풍 신약 ‘에파미뉴라드(URC102)’의 아시아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통풍 치료 시장의 성장성과 기존 요산강하제의 한계를 고려하면 중장기 파이프라인 가치가 크다는 분석이다.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생산 중심의 기업들조차 자체 파이프라인 확대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제시하며 R&D 경쟁에 뛰어드는 분위기다.셀트리온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다중항체 신약, 비만치료제 등 바이오시밀러에 머물지 않고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청사진을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바이오 투자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출범시켰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의약품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는 에피스넥스랩의 기술을 토대로 신약 개발을 강화할 방침이다.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과감하게 미래 투자를 감수하는 배경엔, 제네릭 수익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M&A 시장, 정책 기조, 투자 자본 모두 ‘혁신성’을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 제네릭 중심의 내수형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구조적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물론 R&D 강화가 곧장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임상 실패의 리스크는 어느 기업이던 크고, 자금 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분 뒤에 감춰진 리스크가 분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제약 산업의 경쟁력이 가격이 아니라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요즘 제약사들의 신년 사업 계획에는 “R&D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문장이 표어처럼 등장한다. 기자의 눈에는 생존과 직결된 전략적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제네릭 의약품만으로는 기업가치를 방어할 수 없다는 현실은 기업들로 하여금 R&D 재투자를 더 강하게 밀어붙인다.시장의 판이 바뀌는 지금, 안전한 길만 고집하는 전략은 퇴보로 이어질 뿐이다. 비효율 사업은 과감히 덜어내고, 차세대 신약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방향성도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고부가가치 중심의 체질 개선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이자, 이들의 '긴 호흡' 도전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2025-11-21 06:01:50최다은 -
[기자의 눈] K-바이오, '완주 체력'이 필요하다[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신약개발은 '쩐(錢)의 전쟁'이다. 후보물질을 개발해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그리고 허가에 도달하기까지 요구되는 자금과 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통상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평균 10~15년, 1조~2조원이 투입된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에 항체약물접합체(ADC)나 이중항체 등 고난도 모달리티를 개발하는 경우 초기 개발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바이오텍이 초기 단계 기술수출 모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출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수백억~수천억원이 필요한 후기 임상을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대부분 바이오텍은 전임상이나 초기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뒤 바로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전략을 채택한다. 신약개발 바이오텍 입장에서 기술수출은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인 셈이다.그런데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처럼 초기 단계에서 기술을 넘기기보다 핵심 파이프라인을 직접 후기 임상까지 끌고 가려는 움직임이 일부 선도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리온그룹을 최대주주로 맞으며 자금 기반을 넓힌 리가켐바이오는 일부 ADC 파이프라인을 후기 임상까지 자력으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에만 글로벌 빅파마와 두 건의 굵직한 기술수출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킨 에이비엘바이오도 핵심 파이프라인을 직접 후기 임상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이 같은 흐름은 국내 기업이 신약개발의 주도권을 직접 확보하려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의 기술수출 모델에서는 라이선스를 넘기는 순간 개발의 운명도 함께 넘어가는 구조였다. 파트너가 전략을 바꾸거나 우선순위를 낮춰 프로젝트를 접으면 원개발사가 개입하거나 되살릴 방법이 없는 것이다. 반면 후기 임상을 직접 끌고 가게 되면 신약의 가치와 향방을 기업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후기 임상까지 직접 가져가겠다는 결정은 기업가치 관점에서도 중대한 변화다. 기술수출은 후기로 갈수록 경제적 보상이 커지는 구조다.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하면 수십억~수백억원에 그치는 계약 규모가 후기 임상 진입 시점으로 가면 최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3조원 단위로 뛴다. 임상을 끝까지 주도하겠다는 방향성에는 리스크를 조금 더 짊어지더라도 그만큼 그만큼 성과와 보상을 우리 몫으로 남겨두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무엇보다도 후기 임상 단계까지 직접 밟아보려는 시도는 국내에 그동안 비어 있었던 '신약개발의 핵심 노하우'가 축적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기술수출 중심 구조 하에서는 임상 2b·3상, 글로벌 허가 전략, 미국 식품의약국(FDA) 미팅, 상업화 준비 등 신약의 성패를 가르는 후반부 경험이 대부분 해외 파트너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일부 기업이 후기 임상까지 직접 가져가겠다고 나서는 건 그동안 해외로 흘러가던 경험과 노하우를 산업 내부에 내재화해 한국 신약개발 역량을 한 단계 확장하는 데 값어치를 갖는다.기술수출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한 생존 전략일 것이다. 다만 글로벌 무대에서 승부를 보려는 기업이라면 "적어도 몇 개 파이프라인은 끝까지 가져가 보겠다"는 각오를 품어봤으면 좋겠다. 모든 바이오텍이 후기 임상을 직접 수행할 수는 없겠지만 '완주 경험'을 가진 기업을 한두 곳씩 더 쌓아가는 것만으로도 한국 바이오의 위상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기술수출이 생존을 위한 종착점이 아니라 완주를 향한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2025-11-20 06:14:36차지현 -
[기자의 눈] 간납사 논란 '꼬리 자르기'로 못 막는다[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최근 병원과 의료기기 간접납품업체(이하 간납사) 유통관계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올해 국정감사에서 몇몇 병원의 간납사 운영 방식과 특수관계 여부, 그리고 유통 마진 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오래 묵혀 있던 문제가 다시 공론화됐다.이 과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착수 움직임으로 이어지며, 단일 사건을 넘어 구조적 검토 단계로 확장되는 모습이다.국감에서 드러난 사안들은 특정 기관의 일탈적 행위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른다.최근 공개된 자료에서는 병원과 간납사 사이의 특수관계 거래 비중, 특정 도매사 편중 유통, 병원 중심의 가격 결정 구조가 여러 기관에서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이는 단일 병원의 문제라기보다 유통구조 전반에서 오랜 기간 누적돼 온 관행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공정위 조사 착수 보도가 이어진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간납사의 법적 지위와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간납사·제조사가 얽힌 유통 구조가 시장 경쟁과 가격 투명성 측면에서 적정한지 판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실제로 간납사가 중개인지, 실질적 구매조직인지 등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채 구조가 확장돼 왔다는 지적이 뒤따른다.특히 병원이 단일 조달창구를 통해 가격 협상력을 집중시키는 구조, 간납사를 경유하는 과정에서 제조사 선택권이 제한되는 구조, 특정 업체의 유통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구조적 편중은 반복적으로 문제로 지적돼 왔다.그동안 개별적 사례가 공개될 때마다 특정 병원의 일탈로 소화됐지만, 반복성과 유사성을 고려할 때 구조적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논의가 병원–간납사 간 특수관계 제한, 계약 투명성 및 정보공개 강화, 표준 조달 체계 마련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다만 제도가 단순히 규정만 강화하는 수준에서 머문다면 실질적인 유통 재편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구조적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다.특히 업계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특정 사례를 문제 삼을 경우 거래 방식 및 유통 구조에 따라 기존에 반복됐던 일부의 일탈로 규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즉, 일부를 본보기로 삼는 꼬리 자르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이번 논란이 또다시 특정 기관이나 개별 사건 중심으로 정리될 경우, 근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병원–간납사 간 특수관계 제한, 유통계약의 투명성 강화, 표준 조달체계 마련 등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시장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검증이 필요하다. 공정위 조사도 사건 처리로 끝날 것이 아니라 구조적 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이번 논란이 또다시 특정 기관의 일탈로 마무리된다면, 유통구조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병원–간납사 유통체계가 매년 국감과 언론을 오가며 반복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공정거래 조사라는 새로운 국면에 선 만큼, 이번만큼은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기준으로 문제를 다뤄야 한다.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 같은 문제는 형태만 바꿔 다시 나타날 것이다.2025-11-19 05:44:54황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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