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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카데바를 집단 모욕한 의료윤리해부실습용 시신을 일컫는 '카데바'. 그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입가에 미소를 짓고 일명 '인증샷'을 찍고 있는 의사, 해부현장 사진을 올린 간호대생이 도마위에 올랐다.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 찍힌 사람, 그리고 자신의 SNS에 '카데바' 해시태그를 걸어 사진을 공개한 사람까지, 대한의사협회는 사건의 중심에 선 이들을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카데바는 주로 사람의 시체를 의미한다. 의료계에서는 해부실습용 시신으로 통한다. 대부분 의학교육을 위해 의대 또는 대학병원에 기증된다. 카데바를 기증 받은 대부분의 의대 또는 대학병원들은 '감은제'를 실시하거나 '감은탑'을 설치해 고인들의 뜻을 기리고 있지만, 기증자를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카데바 실습은 더욱 더 엄격했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시신 기증을 동의한 유족, 그리고 앞으로 시신 기증을 하고자 했던 이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고 탄식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비난의 목소리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흘러나왔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했고,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들을 대신해 사과했다. 카데바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보건계열 대학생들이 카데바로 장난을 치는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대학생들은 사과문을 띄웠고, 해당 대학교는 윤리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아이러니 한 점은 당시 의협과 전국의과대학·의학대학원학생연합의 반응이다. 이들 단체는 카데바 사건을 접한 국민들이 사건의 주인공을 의대생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보건계열 대학생으로 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이미 의대 내에서 윤리교육을 받고,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개원의사가 카데바 인증샷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이상 의료계도 두둔할 수 없게 됐다. 남은건 사과와 해당 사건 의사에 대한 처벌 뿐이다. 의료계 단체는 이번 카데바 사건의 진상조사를 마치고, 사과와 처벌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사과와 솜방방이 처벌로로 끝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이 같은 비윤리적인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의료인들의 윤리교육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2017-02-09 06:14:49이혜경 -
[기자의 눈] 미래부 해체설과 바이오 컨트롤타워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2017년도 복지부 R&D 정책방향 자료에 따르면 보건의료 R&D 투자액이 연평균 9.9% 증가세다. 2015년 보건의료 R&D 비용은 1.5조원으로 늘어났다. 복지부(28.1%), 미래부(37.7%), 산업부(16.2%) 3개 부처가 전체 R&D 투자액의 약 80%를 사용한다. 미래부는 2017년 바이오분야 원천기술개발사업 예산으로 2016년 대비 31.4% 증가한 3157억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니 국내 바이오·제약 육성에 어느 정도 속도가 붙는 것 같다. 그런데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미래부와 산업통상부, 복지부에 정책이 흩어져 있어 통일된 바이오 육성이 안 된다는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올해 대선을 앞두고 미래부와 산업통상부 등 바이오 R&D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에 대한 해체 및 분리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집중이 필요한 시기에 혼란이 예상된다. 미래부는 2013년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폐지하고 그 위에 만들었다. 그런데 신설 4년 만에 해체될 것 같다. 미래부가 해체되는 게 끝일까. 그러다가도 5년 뒤에는 다시 미래부 같은 정부부처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복지부나 산업통상부 등 제약·바이오 R&D 정책에 관련된 부서들도 마찬가지다. 올해 대선을 지나고 나면 바이오 R&D 육성 방향은 바뀔 수 있다. 그동안 바이오 업계가 줄기차게 외쳐 온 '컨트롤타워'를 만들 적기가 올해다. 정치권에서 과학기술부 신설이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부활 등 여러 개편안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업계가 원하는 것은 최소한 10년 이상 전문적으로 바이오 육성을 담당할 '기구'의 신설, 지속적이면서 체계적인 조직을 갖춘 통합 '컨트롤타워'다. 그래야만이 '바이오 산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R&D비용만 증대 시킨다고 신약이 뚝딱하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지난달 21일 협회 신년 하례회에서 "앞으로 5년이 10년을 결정할 것이다"며 차기 정부의 바이오 컨트롤타워 신설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이 바뀌면 조직과 계획도 바뀐다. 최근 국내 현대사를 배경으로 개봉한 '더킹'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나 "사건도 김치처럼 맛있게 묵혔다가 제대로 익었을 때 꺼내 먹어야 되는 거야" 등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사가 인기다. 미래부 해체와 바이오의 주력 산업 육성. 새로운 이슈에 변함없이 국내 바이오 산업을 숙성 시킬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해 보인다.2017-02-07 06:14:50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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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약산업 한쪽면만 바라보는 시선확실히 전보다 제약산업에 관심이 많아지긴 했다. 제약주에 몰리는 주식투자와 쏟아지는 언론기사들이 그 증거다. 그런데 관심이 너무 한쪽에만 쏠려 있다. 주로 언급되는 키워드는 신약, 글로벌시장, 바이오시밀러다. 이는 한미약품,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이른바 스타 제약사들의 영향력이기도 하다. 반면 제네릭, 내수시장, OTC(일반의약품)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고, 정부지원 순위에서도 홀대당하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내수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하며 10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어도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다. 대중언론과 투자자, 심지어 정부조차도 내수시장 성과에는 주목하지 않는 느낌이다. 국내 제약산업은 내수시장에서는 완성형에 가깝고, 해외시장에서는 생초보나 다름없다. 몇몇 기업이 해외에서 성과를 얻었다고 해도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대다수의 제약사들이 내수시장에서 돈을 벌어 직원들 월급주면서 성장하고 있다. 한쪽에 쏠린 시선은 리스크에도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작년 한미약품의 글로벌 기술수출 해지 소식이 좋은 예다. 한번의 기회가 줄어든 것 뿐인데 주식시장은 기업이 도산한양 출렁거렸다. 이로인해 일반 투자자들이 많은 피해를 봤다. 작년 한미약품은 전해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금 반영으로 인한 기저효과로 매출액이 약간 감소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내수시장 영업력을 바탕으로 제약업계 3~5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삼성전자같은 글로벌 스타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모든 제약회사가 그럴 수 없고, 필요도 없다. 내수시장에서 제네릭약물, OTC로 사업하는 기업도 필요하다. 이는 국내 환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 신약, 바이오시밀러와 대비되는 제네릭, OTC는 찬밥신세나 다름없다. 제네릭은 약가만 인하됐지, 오리지널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출시후 1년 뒤에는 오리지널약물과 가격이 똑같아지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위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도 뒷전이다. OTC 시장도 정부는 기업에 맡긴 채 시장 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약, 글로벌시장, 바이오시밀러에 쏠린 시선은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 방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내수시장을 홀대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만 매진하는 것은 올바른 육성정책은 아닌 것 같다. 정부부터 다양한 시선으로 제약산업을 봐야, 대중언론도, 주식시장도 올바른 인식을 지니지 않을까. 해외에서 돈 못벌어도 청년 일자리 만들고, 싸게 의약품 공급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지금 시대가 원하는 기업이 아닌가.2017-02-02 06:14:50이탁순 -
[기자의 눈] 포지티브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악당이 하나 있다. 손님을 침대에 눕혀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자르고, 작으면 침대에 맞게 사지를 늘린다. 당연하지만 손님은 죽는다. 프로크루스테스 얘기다. 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융통성이 없거나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간혹 약가제도 시스템, 그 중 포지티브 시스템 원리주의자(?)를 보면 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국의 약가제도는 2007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한 이후 상당부분 진화해 왔다. 해석은 가지가지다. '예외의 역사'라고도 하지만, 현실에 맞춰 모난돌을 세련되게 단련해왔다. 독특한 한국적인 건강보험시스템과 약물이용 행태도 영향을 미쳤다. 어디에도 '절대선'이 없으니 지난 10년의 역사는 이렇게 진척돼 왔다. 이런 약가제도를 놓고 우리가 진보나 보수, 이른바 '보혁'을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 토론회에서 보면 마치 이런 진영논리가 보이는 듯 하다. 포지티브의 원칙, 다시 말해 근거에 입각한 비용효과적인 의사결정은 선이고 그렇지 않은 예외는 변칙이거나 '결탁', '부정'으로 거론하는 기류가 있다. 그리고 이런 기류는 때로는 '진보'라는 외피를 쓰고 나타난다. 포지티브 10년은 붙힘이 많았다. 그리고 이 짧은 역사 안에는 '반성적 급부'가 적지 않다. 바로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한 완화된 조치들이다. 지난 20일 권미혁 의원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몇몇 전문가들은 이런 규제완화가 선별목록제를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선별목록제도가 시행된 이후 신약 접근성, 특히 대체 가능한 약제나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조차 급여권에 진입하기 어려워 반성적으로 마련된 완화조치들을 싸잡아 '친기업적인' 비정상적 왜곡으로 치부하고 비판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적어도 그 '반성'이라는 흐름, 곤궁한 환자들의 비탄에 화답할 준비가 충분치 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사실 위험분담제로 대표되는 일련의 규제완화 조치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지만 일종의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한 비상구이자 선별목록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숨통을 틔워준 작은 출구로 보는 게 합당해 보인다. 포지티브 10년, 그리고 평가와 대안을 모색할 현 시점에서 우리는 이런 변화가 진화였는 지 후퇴였는 지 똑바로 바라보고 평가해야 시점이다. 원리주의적 측면에서 ICER 탄력적용이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이런 비상구조차 원칙을 훼손하는 '불순물'이라고 치부하는 태도. 외람되지만 이런 게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비춰지는 건 왜 일까.2017-01-24 06:14:50최은택 -
[기자의 눈] 다국적제약기업과 오너십 부재개봉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 '베테랑'을 최근에야 보게 됐다. 안하무인 재벌 3세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씨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영화 속 전개가 우리네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란 생각에 가슴 한켠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왜곡된 주인의식에서 비롯된 일부 경영진들의 갑질 행태. 제약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란 생각 탓이다. 그런데 요근래 만나본 다국적 제약사 직원들은 정반대의 불만사항들을 털어놨다. 기업문화가 비교적 합리적일 것 같은 외국계 회사에서는 되레 경영진들의 '책임의식 부재'로 인해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기본적으로 한국 직원들에 대한 애착이 없는 데다, 성과를 쌓은 뒤 승진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보니 직원들 복지는 뒷전이라는 것. '본사 방침'이란 핑계로 직원들의 요구는 묵살한 채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일도 비일비재하단다. 한국인 사장도 예외는 아니라고 토로했다. '바지사장', '꼭두각시'라는 극단적 표현이 이들의 심경을 대변해주는 말이리라. 지난해 2월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은 뒤 크라우스 리베 임시대표가 9개월째 공백을 채워가고 있는 노바티스만 해도 그렇다. 내부사정이야 다르다지만 회사를 포함해 전현직 임원들이 줄줄이 연루된 법정 공방을 진행 중인 한국노바티스는 권한대행이나 다를 바 없는 임시대표 체제를 9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때문에 기약없이 '임시사장'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노바티스 직원들의 속앓이가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본사가 한국법인의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란 소문이 끊이질 않는 것도 '임시'라는 직함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며칠 전 만났던 한국노바티스의 직원은 "한국법인을 철수하다는 설은 근거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크라우스 리베 사장이 단기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에 와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임시대표 체제가 장기화 되면서 조직 내부에 불안심리가 확대되고 있음을 일부 인정했다. 리베이트 기업이란 오명을 씻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내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부 직원들은 "이러다 신임 대표가 오면 성과기반 평가방식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는 얘기였다. 임금협상 결렬로 인해 사측과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는 노조원들이나 일부 직원들의 주장만 듣고서 다국적 제약사들 전체를 매도하고픈 생각은 전혀 없다. 취재를 하다보면 "저 회사 참 다닐 맛 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기업도 분명히 있다. 다만 "부당대우를 받고 있다"거나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게 그토록 이상적인 주장인건지, 한번쯤은 다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국 직원들이 원하는 건, '진정한 오너십'이다.2017-01-16 06:14:50안경진 -
[기자의 눈] 의사 패권주의 부추기는 보건복지부?의사협회를 제외한 의료인단체나 약사단체 관계자들은 최근 몇년 새 부쩍 푸념이 늘었다. 복지부가 의사단체만 신경 쓰느라 혈안이어서 다른 단체는 존재감이 없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등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의사협회의 도움이 절실하니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복지부 입장에서는 보건의료 정책을 원만히 수행하는 데 있어서 의사단체의 협조가 필수적인 건 맞다. 그럼에도 복지부의 이런 태도는 의사단체의 패권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근래 의료계 가장 '핫이슈'로 부상한 노인외래정액제를 보자. 노인정액제는 지속적인 수가 인상으로 초진료가 정액제 구간 상한금액에 근접해지면서 개선요구가 수년째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물론 의사협회의 목소리가 가장 컸고, 요구도 훨씬 적극적이었다. 의과의원이 느끼는 체감도가 다른 기관에 비해 월등히 높은 탓이다. 실제 2015년 기준 정액제 적용을 받은 노인환자 57.6%는 의과의원 환자였다. 하지만 노인정액제는 의사협회와 의과의원만의 일이 아니다. 치과의원, 한의원, 보건의료원, 약국 등도 적용대상이다. 따라서 노인정액제 개선논의는 의사협회 뿐 아니라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틀에서 시도되는 게 합당하다. 그런데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노인정액제를 의-정 협의 의제로 삼아 샅바싸움에 한창이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노인정액제가 의과의원 고유의 정책현안으로 비춰진다. 당연히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등 다른 단체는 적어도 이 사안에 있어서는 대화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의-정 협의에서 결정된 방식대로 개선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다른 단체를 '마이너' 취급하는 복지부의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는 "의사협회의 패권적 태도가 문제이지만, 복지부도 이를 조장하거나 부치기는 형편"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복지부가 최근 들어 다른 단체와도 의-정 협의와 유사한 협의틀을 마련해 정책협의를 추진하기로 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복지부가 의사 패권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상쇄하려면 지금이라도 노인정액제는 의-정협의가 아닌 다른 협의틀에서 재논의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중 하나로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보건의료 전문직역인 비의사 보건의료인들에게 '자괴감'을 심어주지 말기를.2017-01-09 06:14:50최은택 -
[기자의 눈] 그 약사가 한말은 "뭐 필요하대요" 뿐새해 첫날 체기가 있어 집을 나섰다.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각, 문 연 약국이 있을까 싶어 당황하고 있을 즈음 반가운 불빛이 눈에 띄었다. 주말인데다 신정 연휴였던 만큼 기대치 않던 터에 왈칵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 고마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뭐 필요하대요?" 늦은 시간 찾아온 불청객 때문이었을까. 약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한껏 귀찮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증상을 이야기하자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별다른 말없이 약장에서 약을 꺼내와 건넨 약사는 '식후 하루 세 번'이란 한마디에 곧바로 손을 내밀며 약의 가격을 불렀다. 약국을 들어서 나가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고객이 '을'이 돼 버린 순간, 어찌보면 묻고 또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상태를 이야기하고 그의 조언을 들으며 더 맞는 약, 더 많은 정보를 그의 입을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손쉽게 휴대폰에 검색해 찾아볼수도 있었지만 전문가라는 약사에게서 듣는 그 어떤 '말', 그리고 '소통'이 당시는 절실했던 것이다. 좋지 않은 기억을 굳이 꺼낸 것은 최근 만났던 한 약사회장의 말을 들으면서였다. 그는 "요즘 환자는 약국에서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미디어와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을 통해 넘쳐나는 정보를 쉽게 접하면서 약국 안에서 약사와의 소통을 환자가 스스로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약국이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절실하다"고도 했다. 그의 말에 무조건 공감할 수 없다. 약국 안에서 약사와 고객 사이의 소통이 절실하다는 그의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원인을 약국이란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환자'로 불리는 고객에게만 돌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고객 이전에 그들을 맞는 약사들도 소통을 위한 마음가짐이 돼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지난 한해 어느 때보다 불통이 가져오는 참담한 결과를 보고 느꼈지 않나. 한 국가의 리더가 고수한 불통의 대가는 가혹했고, 국민 자존심은 심각하게 망가졌다. 한마디로 국가, 사회 전체가 불통의 틀에 갇혀 경청과 이해를 상실했던 2016년이다. 소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꼭 말이 아니어도 상대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눈빛, 손짓, 경청만으로도 통할 수 있는 게 곧 소통이다. 환자가 돼 보니 약사가 건네는 따뜻한 눈빛, 경청, 몸가짐, 그리고 진심어린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한지 비로소 나 역시 깨닫게 됐다. "이러니 약사들이 욕을 먹지!" 약국가만 10년 넘게 출입하고 취재하며 누구보다 약사를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그런 믿음이 새해 첫날 무너졌다. 그 약사 오늘 안좋은 일이 있었을까? 공연히 여러 생각이 겉돌았다. 그날 밤 에피소드는 '그러면 너는 어때?'라는 자문에 이르고서야 흐릿해 졌다.2017-01-05 06:14:51김지은 -
[기자의 눈] 영업시스템 변화 잘 대처해야제약·바이오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각광받으며 신약 R&D 변화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R&D 분야만큼이나 영업시스템도 급격한 변화에 휩싸여 있다. 특히 내수부진, 약가인하, 정부규제 등 삼중고로 인한 영업 전반 침체로 제약 영업시스템은 '효율성'을 담보로 한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외국계 제약사들은 영업·마케팅의 효율성을 위해 대면영업을 줄이고, 화상 디테일, 멀티채널 마케팅, 온라인 심포지엄 등 온라인 판촉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내 일부 상위제약사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제약회사의 온라인몰 설립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온라인몰을 통해 제품·상품 공급에 나서면서 약국 영업사원들은 기존 주문, 배송, 수금업무가 생략되면서 효율성이 높아졌다. 대웅제약, 한미약품, 최근 보령제약까지 온라인몰을 통해 자사 제품을 약국에 유통시키고 있고, 앞으로 일동제약도 합류할 계획이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병의원 판촉은 아직 대면영업 시스템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대신 비용절감과 효율성 확보 차원에서 자체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외주로 돌리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영업을 대행해주는 CSO는 이미 그 수가 파악조차 어려울만큼 난립해 있고, 정확하진 않지만 시장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신약이 적기 때문에 디테일이나 마케팅에 한계가 있는 국내 제약사들의 CSO 확대는 비용축소의 압박을 받는 환경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영업시스템은 더 슬림화되고,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변할 것이 자명하다. 문제는 이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재 가지고 있는 인력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것이다. 많은 경험에서 기업의 효율성 강화 차원의 시스템 개혁은 인력조정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고용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의 구조조정도 실적저하로 인한 시스템 개혁이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아 그렇지, 국내 제약사들도 여러 시스템 문제 때문에 강제퇴사 압박이 상당하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활발한 영업인력 이동도 근본적으로는 시스템 변화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위적인 감원이 없다해도 신규 영업인력 채용 축소 등으로 전체 영업인력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 기업이 연착륙하려면 기존 영업인력들을 잘 활용하면서 혁신 시스템은 과감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 이익을 위해 불법적이고 쉬운 길만 찾는다면 그 기업도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2017-01-03 06:14:50이탁순 -
[기자의 눈] 위계질서에 의한 성추행이 웬 말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올해 초 발생했던 의대 교수에 의한 전공의 성추행 사건 말이다. 얼마 전 '기사에 감사드립니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어떤 기사였을까. 이메일을 열어보았을 때 어리둥절했다. 지난 4월 기사였기 때문이다. 벌써 8개월이나 지났는데, 왜 일까 싶었다. 메일 작성자는 성추행 사건 피해자였다. 그리고, 8개월 만에 온 메일 한 통으로 당시 사건의 전말을 낱낱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잊고 싶은 과거를 스스로 들춰내며 '그 사건'을 담담히 써 내려갔다. A교수가 대학으로부터 성추행 최고 징계 수위인 '파면' 처분을 받은 건, 지난 2월이다. 하지만 이메일을 보낸 피해 인턴의 사건은 2013년 발생했다. 그리고 3년이 흘러서야 사건은 공론화됐다. 배경은 이랬다. 피해 인턴은 2013년 3월 회식장소에서 A교수로부터 성희롱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A교수의 성희롱과 강제추행 혐의는 이달 22일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물론 A교수가 항소할 수 있으니 그 결과를 섣부르게 예단할 수는 없다. 전공의 과정을 포기하고, 병원을 나왔다는 그녀는 3년 남짓한 시점에서 병원 측의 연락을 받았다. 2015년 12월 A교수가 또 다른 직원을 성추행 했고, 병원 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연락이었다. 역시 위계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었다. 결국 병원 측에 2013년 자신에게 발생했던 사건을 증언했고, 사건이 공론화 됐다. 그녀는 병원 안에서 위계에 의한 성추행 사건의 공론화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손윗사람의 가해자가 피해자들의 미래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어 문제 제기가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증거 또한 찾기 어렵다. 사회 인식도 문제다. 피해 인턴 사건의 전말을 알기 전까지, 판결문에 담긴 A교수의 성희롱 및 강제추행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 됐을까'라는 생각을 안했다면 거짓말. 문득 지난 9월 '직장 성희롱 예방교육'을 떠올렸다. 어느 순간부터 1년에 1번씩 '성희롱 없는 밝은 직장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데일리팜도 예외가 아니다. 심각하게 교육을 받다가도, 사례들을 보면 '저게 성희롱이야?'라며 서로를 쳐다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위계에 의한 성희롱, 성추행을 공론화 시키기까지 피해 인턴은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까 마음이 아팠다. 피해 인턴이 민사소송서 승소를 할 때까지 말못할 속앓이를 하는 사이 가해자인 A교수는 파면 처분의 징계 수위가 높다며 교원소청위원회에 이의제기를 했다. 드러난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병원에서 위계에 의한 성희롱 및 성추행은 만연할지 모른다. 눈을 부릅뜨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며, 스스로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회는 말이 안된다.2016-12-29 12:14:50이혜경 -
[기자의 눈] "우리는 '공정'리베이트 합니다"올해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를 가리지 않고 리베이트 관련 검·경의 수사가 진행됐다. 결과는 '2016 대한민국 제약사'에 흑역사로 남았다. 며칠 전 제약업계 관계자와 점심 식사를 하면서다. '리베이트'라는 단어가 나쁜 뜻은 아닌데 앞뒤로 '불법'과 '사건'이라는 단어가 쓰이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됐다는 얘기가 오갔다. 리베이트는 지급한 상품과 용역의 대가로 일부를 다시 되돌려주는 행위 또는 금액을 뜻한다. 오랫동안 이뤄져온 경제활동의 거래관행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리베이트가 불법이 아닌데 제약사조차 이 단어를 숨기려 한다. 감추려고만 하다보니 자꾸만 숨게 되고 '사회적 인식' 또한 나빠지게 된다. 유사한 사례가 있다. 아부를 뜻하는 '사바사바'란 말은 고등어 두 마리를 제공하면 원활히 일처리가 됐음을 뜻하는 '사바'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됐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사금 성격으로 주는 '모찌다이'는 일본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떡값으로 제공하는 부정적 의미인 '모찌다이'로 사용되고 있다. 단어의 본뜻을 벗어나 안좋은 쪽으로 쓰이다 보니 그 자체로 부정적인 상황에 쓰이는 단어가 된 것이다. 따라서 공정하게 행해지는 판촉행위, 즉 '공정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당당해져야 한다. 리베이트 자체를 안 좋게 보는 제약산업 자체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 안에서부터 바뀌어야 밖에서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지지 않을까. 불법적인 사건에 '리베이트'라는 단어가 걸리다 보면 결국 제약산업 이미지만 나빠지게 된다. 제약업계가 약사법과 CP 규정 안에서 제공하는 것도 거래관계에 따라 제공하는 것이니 '공정 리베이트'다. 다만 과도한 금액과 서비스, 기준 미달 의약품 사용을 전제로 제공하게 되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엄격한 처벌은 요구된다. 국민들은 리베이트를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돈을 받는 행위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거래해 온 의·약사와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것 조차 어려워진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리베이트라는 이름 위에 의사와 제약사, 영업사원을 올려놓고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은 이들의 노력에 대한 모독이다. 제약사 직원도, 영업사원도, 의사도 우리 가족과 친구, 지인들이다. 리베이트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한다. 정확한 리베이트 방식과 규모를 공개하고 당당한 '공정 리베이트'가 정착돼야 한다.2016-12-27 06:14:50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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