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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 광고규제, 설명들을수록 어려워"광고는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보편적 수단이지만, 때론 현혹하거나 불필요한 지출을 유도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상업광고의 속성이다. 단, 의약품은 조금 다른 영역이다. '상품' 개념보다는 '공공재' 성격으로 인식되고 있는 특수성과 약물 부작용·오투약 우려 때문에 의약품 광고의 영역은 올바른 정보제공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광고와 정보제공이라는, 미묘한 경계선상에서 정부 규제와 산업계 혼란은 불가결한 것인지 모른다. 지난 20일 식약처는 제약업계를 대상으로 광고 심의 사례와 판단 근거, 앞으로 광고규제 운영방향 등을 소개했다. 제약계 관계자들은 식약처 설명을 들으면서 혼란스러워하거나 당혹스러워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되는 대목이다. 예외적인 부분은 논외로 하더라도 약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으면 경쟁체제에 진입하는 데 결국 공공재 성격의 의약품도 이런 매커니즘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인터넷 등에 무분별하게 퍼진 잘못된 약제 정보를 바로잡고 소비자(의약사 포함)에게 보다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광고와 정보제공, 그 모호한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한 제약사 관계자가 "가능한 최선의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빠르게 제공하는 순기능을 정부가 단순 (매출을 위한) 광고나 홍보로만 해석하는게 아쉽다. 학술적인 문제까지 너무 호전적으로 보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한 말은 정부와 현장 사이의 간극을 말해준다. 물론 규제당국의 입장에서는 오남용 우려와 부작용이 있는 의약품의 특수한 성격을 우선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정보제공을 빌미로 음성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했던 제약 광고 행태를 바로잡으면서 정보제공의 틈새를 열어둔 것 또한 식약처가 숙고를 거듭한 결과였다는 점에서 이 정책이 주는 시그널도 미뤄 짐작 가능한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의약품 정보제공과 광고가 오가는 수많은 현장 사례를 개개별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현장의 혼란을 잠재우는 것 또한 정책 당국자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의약품 광고 가이드라인설명회'가 끝난 후 제약사 관계자들은 현장 곳곳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자조석인 말을 쏟아냈다. 제도는 당사자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자칫 폭력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단순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밀어붙이기에 골몰하기보다는 바람직한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소개하고, 부당사례 공개를 보다 활성화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리는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2017-04-24 06:14:50김정주 -
[기자의 눈] 골목 곳곳 침투한 H&B스토어…속내는?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드럭스토어쇼'와 일본의 동네약국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일본 정부의 '건강서포트약국' 정책에 약국 체인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건강서포트약국이 되기 위한 일본 '동네약국'의 변화는 사실이었다. 일본 정부는 의료비를 절감하고자 헬스케어의 일정 부분을 '셀프 메디케이션'과 '약국'에 기대하고 있는데, 일본 약국은 정부 정책을 따라 점점 더 골목으로, 로컬로 찾아들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하게 변화하는 점포가 있다. 일본처럼 약국이 골목으로? 아니다. 골목으로, 지방으로 점포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헬스&뷰티 스토어다. 최근 1~2년 사이 헬스&뷰티 스토어 점포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서울에 사는 내가 느끼기에도 '여기가 롭스가, 올리브영이 생길 자리인가' 싶을 정도로 유동인구가 적은 골목에까지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었다. 헬스&뷰티 스토어는 상주 인구가 적은 지방 도시에도 거의 없는 곳 없이 찾아들었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유지비를 생각했을 때 이들 매장이 모두 수익을 낸다고 보긴 어렵다. 올리브영 등 헬스&뷰티 스토어의 영업이익이 결코 좋은 성적이 아니란 점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장을 늘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약국을 숍인숍으로 넣은 매장을 확대하는 헬스&뷰티 스토어도 있다. 이들 브랜드 역시 '올해 안에 00개까지 매장을 늘린다'는 목표 아래 꾸준히 입점 약국을 모집하고 있다. 골목 상권 진출, 약국 숍인숍 매장 확대. 무엇을 위해 이익이 불투명한 이런 투자를 대기업들이 하고 있는 걸까. 헬스&뷰티 스토어들은 법만 개정되면 즉시 언제든 '약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자리를 미리 확보하고 있다고 밖엔 보이지 않는다. 이미 눈치 빠른 약사와 약국 업체들은 이를 방어할 대안에 머리를 짜내고 있다. 기재부를 위시해 '건강'을 상품화할 수 있는 업체들은 헬스케어 시장 활성화를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 법부터 바꾸자고 종용한다. 업체들은, 자본들은 일반 국민들이 들었을 때 헬스케어 시장 활성화가 그럴 듯 하게 들리도록 이미 밑그림은 완성해놓았다. 헬스케어 시장 자본 유입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일부 약사들은 '약의 주도권을 약사가 선점할 수 있는 터를 만들고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찾자'고 주장한다. 무조건 배척하다 오히려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염려다. 무엇이 옳은지를 지금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옳은지 그른지'는 모든 과정 후에 결과가 나왔을 때에만 얘기할 수 있다. 그 결과를 위해 약사와 약국이 치열하게 고민할 때이다.2017-04-20 06:14:50정혜진 -
[기자의 눈] 한미약품과 제약바이오산업 상관관계조금은 놀랍기도 하지만, 상징적인 조사결과가 하나있다. 바로 2016년 코스피제약업종 시가총액이다. 지난해 34곳의 코스피 제약기업 시가총액은 2015년과 견줘 약 4조원이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52주 신저가 주식이 속출하는 등 제약주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그 파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34곳의 코스피제약기업 시가총액 감소액은 한미약품의 2016년 시가총액 감소금액과 일치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2015년 종가 대비 약 60% 주가가 하락했고, 약 4조원의 시총이 증발했다. 한미약품이 제약산업의 상징적인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한 조사결과다. 실제 최근 몇년간 제약주가 꽃길을 걸었던 그 출발점은 한미약품이었고, 길고 긴 터널로 유턴하게 된 계기도 한미약품이었다. 그 기간동안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 바이오산업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7조원대 라이선스아웃 계약으로 제약주 훈풍을 주도했던 한미약품은 잇단 계약해지와 늑장공시 파동으로 휘청거렸다. 혁신적 항암제로 관심을 모았던 베링거인겔하임과 '올리타(올무티닙)' 계약과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퀀텀 프로젝트' 1개 과제에 대한 계약 해지 이슈였다. 제약계 인사들은 한미약품의 악재를 보면서 집안일처럼 걱정했다. 한미가 잘돼야 산업이 잘된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어느 새 '팩트'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한미의 향후 발걸음에 제약산업계 눈과 귀가 모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졌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번째 희소식은 한미약품이 최근 자체개발한 혁신 폐암치료제 올리타정에 대한 임상 3상을 재승인 받은 것이다. 올리타정은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한 베링거잉겔하임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부작용 논란을 빚었던 품목이다. 당시 식약처는 임상시험 정지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이번에 승인을 받게됨에 따라 3상이 본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국내제약사가 개발한 27번째 국산 폐암치료제의 안전성 이슈가 해소됐다는 점이다. 혁신신약 올리타의 향후 전망은 밝다. 이어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당뇨신약과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올 하반기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높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첫번째 글로벌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는 최근 현재 진행 중인 23개의 신약 파이프라인(바이오신약 14개, 합성신약 9개)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오너인 임성기 회장이 강조했던 ‘신뢰경영의 핵심은 신약개발’이라는 것을 실천한 셈이다. 권세창 사장은 3년내 글로벌신약 탄생을 자신하고 있다. 한미의 행보를 보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제2의 전성기는 이제 진짜 눈앞에 있다. 미래의 제약 바이오 주식 시장은 단언컨대 '장밋빛'이다.2017-04-17 06:14:50가인호 -
[기자의 눈] 약국 장난감 비타민은 '계륵' 일까"약사 잘못은 분명 아니죠. 하지만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은 조금 아쉽네요." 최근 기자가 쓴 약국가의 '장난감 비타민' 실태에 대한 기사에 게재된 댓글이다. 비실명으로 쓴 글인만큼 명확한 필자 확인은 불가하지만, 이 사람은 자신을 '일반 시민'이라 밝혔다. 약국 매대 한켠을 채운 어린이용 장난감 비타민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시민이 적지 않고 일부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약국에서 취급하는 장난감 비타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지 취급하는 약사 조차 쉽게 판단할 수 없어 보인다. 경영적 측면에서 보자면 물론 잘못된 것은 없다. 하지만 건강 전문가란 측면에서 따진다면 분명 맞지 않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발끈하는 일부 약사는 약국 경영 활성화 측면에서 약 이외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그중 하나로 어린이용 장난감 비타민을 판매하는 게 문제될 것이 있냐고 되묻는다. 주 고객이 어린이와 그 부모들인 소아과약국은 더욱이 말이다. 하지만 다른 일반 의약외품들과 장난감 비타민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 봐야 될 듯 하다. 그동안 어린이용 장난감 비타민은 수차례 성분에 대한 문제가 됐고, 일부 제품은 비타민 성분보다 당분만 가득해 일명 '설탕 덩어리' 비타민이란 오명을 쓰기도 했던 문제 아닌가. 경영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약국, 그리고 약사의 전문성은 분명 고려돼야 한다. 댓글을 남긴 이 시민은 "이런 문제가 불거진다면 적어도 전문가인 약사들은 약사 단체에 건의하고 단체 차원에서 식약처에, 또는 제약사에 시정 요청 공문이라도 발송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래야 소비자도 약사를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로 믿고 의지할 수 있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다행히 최근 부산시약사회가 장난감 비타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정면 돌파를 예고했다. 약국가에 계륵인 '장난감 비타민'을 더 이상 개인약국 문제로 돌려선 안된다며 단체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것. 시약사회는 약국에 공급되는 모든 제품 공급 업체의 공급현황, 제품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 기준 미달 업체나 제품은 공급 중단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약사 회원에게도 정상적으로 검증받지 않은 제품은 판매하지 않도록 공지할 방침이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약국은 분명 일반 소매점과 차이가 있다. 드럭스토어형 약국이 늘면서 취급 제품이 늘고 셀프매대가 확대되는 추세 속 앞으로 장난감 비타민과 같은 논란은 계속 양산될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 중심에는 약, 건강 전문가인 약사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한다.2017-04-14 06:14:50김지은 -
[기자의 눈] 성상변경 약국 공지가 그렇게 힘든가환자가 약국문을 열고 들어섰다. 며칠 전 고혈압제를 처방받아 간 60대 환자다. 수 년째 고혈압약을 구매해 간 환자 얼굴을 약사도 알고 있다.환자가 조제약을 내밀며 질문을 던진다. "지금껏 먹던 약이 아닙니다. 알약이 작아졌어요. 처방 변경은 없었는데 잘못 주신 것 아닌가요?" 조제 약사가 처방전과 환자가 내민 의약품을 견줘 봤지만 제품과 용량은 정확히 일치했고, 약사는 단골환자에게 알약이 작아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한참 후 동일한 의약품이 제조일 별 약제 크기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된 약사는 성상변경을 고지하지 않은 제약사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환자와 약사에게 혼란을 야기중인 '의약품 성상변경 홍보'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이슈 중 하나다. 약사법 상 경미한 수준의 의약품 성상·제형 변경은 고지의무가 주어지지 않는다. 제약사들이 사정에 따라 알약 색깔이나 크기, 제형을 바꾸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도매상, 약국 등 외부에 변경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는 셈. 처방환자의 조제를 책임지는 약사들은 의약품 성상변경을 경미한 일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식약처는 성상변경을 법으로 강제화하면 일부 제약사들에게 규제를 강화하는 과잉입법이 된다는 시각이다.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 수 년째 같은 약을 복약중인 환자에게도 성상변경은 사소하지 않은 문제다. 색상이 옅어지거나 크기가 줄어들면 기존 복용 제품과 다른 약이 잘못 조제됐다는 의심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매일 먹는 약 모양을 모를리 없고 여러 약을 동시 복용하는 경우 어떤 약이 어떤 질환 치료용인지까지 꿰고 있는 게 만성질환자의 성상 인식률이다. 때문에 환자는 약물 오용을 피하기 위해 복약을 멈춘 뒤 다시 약국을 찾아 이유를 물을 수 밖에 없다. 제약사가 약물 성상변경 홍보를 제대로 제때 하지않아 환자 복약편의를 해치고 약사 조제신뢰도를 하락시킨 셈이다. 의약품 생산·판매·유통으로 이익을 산출하는 제약사는 성상변경 의무고지에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 개별 약사나 약사회 차원의 요구가 있을 때만 성상변경 공문을 전송하는 게 아니라, 변경 때마다 바뀐 사실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대한약사회는 이미 정식 공문을 통해 한국제약협회에 성상·제형변경 시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정확하고 오해없는 약사 조제가 목적이다. 성상변경 홍보를 태만히 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목표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 태도와 불일치한다. 제약사 입장에서 경미한 성상·제형 변경일지라도 환자에게는 다른 약이 잘못 처방·조제될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식약처도 성상변경 홍보 문제를 상시 예의주시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복약순응도 향상을 통한 국민건강 제고를 위해 성상변경 홍보 의무를 약사법 규제범위 안에 들여놔야 할 것이다.2017-04-10 06:14:53이정환 -
[기자의 눈] 한국의 '다니엘 블레이크'들을 위하여올해 초 인상깊게 본 영화가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했던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영화는 가난한 이들의 자존심을 뺏어가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영국의 복지제도를 꼬집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40여년간 목수로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 다니엘은 지병인 심장병 악화로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진단을 받지만, 돌연 상병수당 지급이 중단됐다는 통보를 받는다. 노동이력이 증명되지 않아 상병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에게 주어진 선택은 단 2가지로, 심정지 위험을 안고 근무를 지속하면서 상병수당을 받거나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구직활동을 증명하는 것이다. 통화요금마저 부담인 그는 사회보험 상담을 받기 위해 50여 분의 통화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어렵게 통화가 성사되더라도 기계적인 절차만 반복될 뿐, 정작 원했던 내용의 상담은 받을 순 없었다. 겉보기에 팔다리가 멀쩡한 다니엘이 일하지 않으면서 상병수당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영국 내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상담센터를 직접 찾아가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기조차 어려운 60대 노인에게 온라인을 통한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하기나 할까.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라며 항변을 이어가던 그는 항고심사 직전 심장발작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영화는 항고심사에서 읽으려던 그의 주머니 속 편지로 끝을 맺는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었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다큐멘터리로 오해할 만큼 잔잔하게 전개되는 이 영화가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 건,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네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복지제도가 있지만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 세계 어느나라보다 건강보험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하나의 신약이 시판허가를 받은 뒤 급여권에 진입하기까지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물론 악명 높기로 유명한 미국의 건강보험제도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보장성은 월등하다. 정부가 제한된 예산으로 보건의료서비스를 운영하는 단일보험(single payer) 제도의 특성상 분배정책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데도 공감한다. 하지만 대안이 있음에도 치료비 부담 때문에 약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환자들에 대한 부담감을 지워버릴 명분으론 부족할 것이다. 지금 국내 폐암 환자들의 관심은 4월 6일로 예정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다행히도 약평위 상정 여부를 놓고 한바탕 진통을 겪었던 면역항암제 2종(키트루다, 옵디보)은 상정이 확정됐다고 전해진다. 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그간의 논란과 고비용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성과다. 반면 기존 표적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EGFR T790M 변이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의 3세대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와 올리타는 끝내 이번 약평위 안건으로 포함되지 못했다. 각각 경제성평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감사 결과가 확보되지 못한 탓이다. 완벽한 제도란 존재할 수 없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건강보험료로 투입한들 의료현장의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앨 수 있겠냐만은, 요즘처럼 그 영화 속 메시지가 절절하게 다가올 때가 있을까.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다수의 '다니엘 블레이크'들을 위해 정부기관과 학계, 산업계가 부디 운영의 묘를 발휘해주길 바란다.2017-04-03 06:14:50안경진 -
[기자의 눈] 줄기세포, 신중해서 나쁠 게 있나요줄기세포 관련 규제 완화를 놓고 말들이 많다. 정부, 국회에서 추진중인 '첨단재생의료' 법률안은 모두 보건당국으로 지정받은 의료기관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진의 불법 줄기세포 시술 논란이 불거지며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첫 줄기세포치료제를 승인한 국가며 지금까지 상용화된 5개 의약품 가운데 4개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벤처의 승인 절차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분화되지 않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의 허가 소식 등은 진정 눈부신 성과라 할 수 있다. 지금 개발중인 치료제들도 혁신성을 무장했다. 이에 따라 몇년 동안 주식시장에서는 바이오 관련 주들이 대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해당 기업들은 물론 정부도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굳이 '황우석 트라우마'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줄기세포는 아직 신중하고 조심하게 다뤄야 할 분야다. 과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탯줄, 골수, 지방 등에서 추출·배양해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사람에 대한 줄기세포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는 아직까지도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몇몇 줄기세포치료의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어떤 경우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검증이 완벽한 상황은 아니란 얘기다. 지금은 줄기세포 치료의 성공사례만 부각돼 있을 뿐 전혀 효과를 못보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얻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얻는것 역시 사실이다. 대부분 회사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꺼린다. 한국의 줄기세포 영역 선도가 이어지려면 정확한 제도와 감시·감찰은 반드시 필요하다.2017-03-31 06:14:50어윤호 -
[기자의 눈] 적정성평가가 보여준 일차의료의 효과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가 늘어나면서 대표적 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의 효과적인 관리 중요성이 계속 부각되고 있다. 만성질환은 증세가 급성이 아닌, 완만하게 장기간 나타나는 특징이 있는 만큼 일차의료 단계에서 지속적이고도 저렴한 관리는 삶의 질과 건강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사평가원이 27일 공개한 '2016년도 고혈압·당뇨병 적정성평가 결과'에서는 이 같이 일차의료가 만성질환 관리에 미치는 함의가 잘 담겨 있었다. 전국 고혈압 진료 의원 2만1352곳과 당뇨병 진료 의원 1만6623곳을 대상으로 1년 간 외래 진료한 실적을 정교하게 평가한 결과, 고혈압 진료 의원 1곳을 꾸준히 이용한 환자가 84%인 그룹은 1만명당 입원 환자 수 43명, 그렇지 못한 반대 그룹의 입원 환자 수는 70명에 가까웠다. 당뇨병의 경우 의원 1곳을 꾸준히 다니며 약제를 처방받아 복용한 비율이 99%에 가까운 그룹은 1만명당 입원이 243명 수준이었지만, 그 반대 그룹은 460명이 입원해 결과적으로 꾸준히 관리한 그룹이 배에 가까운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보다 의원 한 곳을 집중적으로 다닌 환자가 합병증 때문에 입원한 비율이 더 낮았고, 꾸준히 약제를 처방받은 환자 비율(평가대상기간 중 80%이상 약제를 처방받은 비율)도 높았다. 의원에서 외래 처방을 받으며 비교적 가볍고 저렴한 진료로 관리할 수 있음에도 의료기관을 여기저기 다니며 띄엄띄엄 관리하면, 중증 단계인 입원 치료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이 결과는 그만큼 만성질환관리에 미치는 게이트 키퍼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방증한다. 게다가 요즘은 만성질환이 단일하게 나타나지 않고 복합질환 경향이 커지고 있다. 문턱 낮은 게이트 키퍼의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단체, 환자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통합적인 관리방안 모색이 강구돼야 할 시점이다.2017-03-28 06:14:50김정주 -
[기자의 눈] 장미대선 대비하는 의약단체들오는 5월 1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확정됐다. 일명 '장미대선'으로 7개월 앞당겨진 대선에 보건의약단체들의 정책공약 제안방법도 제각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대선을 앞두고 7개월 전부터 미래정책기획단을 운영하다가 대선일이 확정되면서 대선참여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일차의료육성 및 지원특별법 제정, 의료전달체계 확립, 보건부 분리, 국민조제선택제 실시, 건강보험 문제 개선 등 5가지 정책을 포함해 총 25개 아젠다를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정책'으로 만들었다. 대한약사회 또한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 활성화 등을 담은 공약 건의사항을 마련했다. 지역별 약사회장들은 각 유력 대선후보를 도와 보건의료정책을 건의하고 있으며, 약사 300여명이 약사포럼을 구성하고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정책적 행보에 나섰다. 과거에는 각 보건의약단체들이 유력 대선후보를 초청할 수 있는 자리 마련에 앞장섰다. 수 천명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고, 유력 대선후보들이 참석해 각 단체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공약을 열거했다. 2012년 12월,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사가족대회를 대한약사회는 전국여약사대회를 열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간호협회 또한 각각 100세 건강걷기대회, 간호정책선포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이번엔 수 천명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는 단체는 대한한의사협회가 유일하다. 한의협은 장미대선에 앞서 내달 9일 전국한의사가족대회를 열기로 하고, 한의사회원들에게 일정을 공지한 상태다. 대선이 당초 선거일 보다 7개월 정도 앞당겨진 상황에서 의약단체는 과거의 세과시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대선 정책 공약을 만들어 제시하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책 제안집을 만들고 배포만 하면 안된다. 각 의약단체별로 완성된 대선 정책 공약을 각 유력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하고 차기 정부에서 제대로 된 보건의료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행동하는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2017-03-21 06:54:32이혜경 -
[기자의 눈]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에 바란다보건복지부는 15일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위원명단과 첫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복지부와 위원회의 노력은 박수받을만한 일이다. 이런 노력이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최소화하고, 위원들에게도 책임의식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본다. 책임의식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라는 대전제에 대한 재인식이다. 위원회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더 있다. 복지부 의뢰를 받아 고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연구결과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설문조사 결과 국민 52.8%는 안전상비약 품목수를 현재처럼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야간·심야시간대 필요한 품목이 적어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43.4%로 이 보다 적었다. 품목유지나 축소 의견이 과반을 넘긴하지만 확대의견도 적지 않았는데, 이런 설문결과는 품목조정 논의가 현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안전상비약 제도를 조금 더 운영하면서 사회적 요구도가 더 커졌을 때 품목조정 논의에 착수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서는 안전상비약 제도 외 심야공공약국 등 다른 대안에 대한 논의는 배제한다.) 왜 그렇느냐고? 이번 연구보고서에서는 편의점에서 의약품 구매가 가능해진 이후 약을 더 자주 복용하는 지 물은 질문에 응답자 중 10.1%가 '그렇다'고 답했다는 설문결과가 나온다. 편의점 판매가 의약품 오남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연구진도 "의약품 구입 편의성이 증가하면서 동시에 일부 소비자들의 의약품 복용량이 증가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구보고서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질문했더니 '알고 있다'와 '모른다'는 응답비율이 각각 56.5% , 43.5%로 나타났다고 했다. 절반이상은 안전상비약도 의약품인만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적지 않은 숫자인 10명 중 4명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안전상비약 명칭에 '안전'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어서 안전불감증에 노출될 여지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자는 정부와 위원회 모두 국민건강이라는 대전제 아래서 이번 품목조정 논의를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품목조정에만 착목해 위원회가 연구보고서에서 제시된 이런 '포인트'들을 등한시 하지 않기를 바란다. 위원회 검토와 심의결과가 반드시 품목확대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2017-03-16 06:14:50최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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