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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규제특구 원격의료 태풍과 의·약사정부가 의료계·약계 반발로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혔던 원격의료를 규제자유특구 추진 형태로 순식간에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시행 예고 시점은 오는 9월. 강원도 원주·춘천 내 의원급 1차의료기관을 선정해 연 200명 만성 당뇨·고혈압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2년 동안 원격의료를 최초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원격의료 규제특구만 한정해 살필 때, 선봉에 선 중소벤처기업부를 보건복지부와 강원도가 지원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시행 예고시점 1개월여가 남은 지금 중기부와 복지부, 강원도(원주·춘천)가 제대로 된 세부 정책 계획을 투명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원격의료 도입 후 의료기관은 어떻게 선정할 계획인지, 환자 모집방법은 무엇인지, 방문 간호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의사 원격진료 후 발생할 처방전과 처방의약품의 환자 전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당장 떠오르는 1차원적 후속조치에 대해 중기부와 복지부, 강원도는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했다. 실제 강원도와 중앙정부는 원격의료를 둘러싼 견해차마저 보였다. 강원도청은 "당초 원격 모니터링 수준의 정책 계획을 중기부가 이달들어 갑자기 원격의료로 방향을 틀었다"며 지난 5월 개최한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특구 공청회 내용마저 공개했다. 중기부도 이를 인정했다. 사업 논의 과정에서 원격 모니터링만으로는 규제특구 성격이 약해 원격진료로 내용을 구체화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덧붙여 강원도가 참여 의료기관이 많아 사업이 잘 되도록 힘써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자 의·약사 혼란과 반발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와 약계 의견조회 절차를 무시하는 '의·약사 패싱'에 이어 부처 간 합의조차 되지 않은 무계획적 규제완화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규제특구', '시범사업'이란 단어로 국민건강과 보건의료체계에 자칫 치명적일 수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원격의료 관련 규제와 절차를 한꺼번에 무너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는 사전논의 없는 갑작스런 원격의료 공표에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약계 역시 원격의료로 1차의료기관 간 빈부격차가 심화돼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 인근 약국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막연한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의약품 택배나 온라인 약국 등 약계 미칠 파장이 치명적인 규제개혁도 규제특구로 단박에 풀리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마저 감지된다. 결과적으로 정부 부처, 지자체 간 일치된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설익은 원격의료 정책에 의·약사가 강제 승차하게 된 양상이다. 절룩이는 원격의료 규제특구 등 위에 올라 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발생할 불이익을 없애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같은 의·약사의 막연한 고민 해결을 위해 원격의료가 미칠 파장을 제대로 분석해 세부계획을 공표하고 의·약사 의심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아쉬운 건 규제특구 발표에 앞서 정부가 충분한 의견조회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의·약사 반발을 미리 예측하고 혼란을 미연에 방지해 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일, 정부의 의무다.2019-07-27 10:20:37이정환 -
[기자의 눈]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전쟁은 시작됐다바이오시밀러 시장경쟁이 본격화했다. 화이자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맙테라(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룩시엔스' 판매허가를 받았다. 룩시엔스는 비호지킨림프종(NHL)과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다발혈관염을 동반한 육아종성림프종 등 3가지 적응증을 확보했다. 이번 허가를 계기로 2016년부터 3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화이자와 셀트리온은 국면전환을 맞이하게 됐다. 셀트리온은 작년 11월 맙테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 중 가장 먼저 '트룩시마'의 FDA 허가를 따냈다. 올해 4분기 '트룩시마'의 북미 판권을 보유한 테바와 손잡고 미국 발매에 나설 전망이다.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맙) 시장에서 존슨앤드존슨(J&J)에 함께 맞서 싸우는 동지 관계이지만, 리툭시맙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 경쟁업체로 정면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비단 미국 시장만의 상황은 아니다. 화이자는 룩시엔스의 유럽허가도 추진 중이다. 다만 산도스의 '릭사톤', 셀트리온의 '트룩시마'가 먼저 진출했다는 점에서 추격이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2017년 4월 유럽에 발매된 '트룩시마'는 매출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트룩시마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36%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고한 트룩시마의 수출실적은 6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올랐다. 뒤늦게 맙테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착수하면서 시장진입이 늦어진 화이자는 오리지널 개발사 로슈와 특허합의를 통해 적응증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택했다. 암젠은 지난 18일(현지시각)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칸진티'와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엠바시' 2종을 기습발매하면서 경쟁업체들의 허를 찔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마일란·바이오콘, 화이자 등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 4곳과 달리 로슈와 특허합의 없이 시장에 내놓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암젠은 아바스틴 특허 관련 법률분쟁도 지속 중이었지만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강행하면서 선점효과를 노렸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의 바이오시밀러 진출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전략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시장 진입 시기가 시장점유율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면, 점차 가격이나 특허권, 세부적응증과 같은 변수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분위기다.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에 맞서는 오리지널 개발사들의 대응도 거세지고 있다. 그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시장 개척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잘 감당해왔다. 빅파마들의 합류로 더욱 치열해진 바이오시밀러 전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2019-07-26 06:15:02안경진 -
[기자의 눈] NOAC 오프라벨, 이제 그만 합시다신규경구용항응고제(NOAC, New Oral Anti-Coagulant)는 더이상 '신규', 혹은 'New'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2011년 첫 허가 후 2013년 급여등재가 이뤄졌고 지금은 4개 NOAC들이 이미 임상 현장에 안착했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DOAC(Direct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우리나라의 NOAC의 오프라벨 처방은 줄지 않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2017)에 따르면, 국내에서 NOAC 복용 환자 중 절반이 넘는 64.4%가 저용량 NOAC을 처방 받는다. 원인은 출혈(bleeding)에 대한 걱정이다. 아시아인이 서양인에 비해 체격이 작고 유전학적인 특성이 달라 표준용량 복용시 출혈 위험이 올라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저용량 처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약물의 오프라벨 사용은 처방권을 가진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약물 역시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적정 용량을 찾아 허가된 산물이다. 근거 역시 쌓이고 있다. 최근에는 '자렐토(리바록사반)'를 처방 받은 정상 신기능(크레아티닌 청소율 50mL/min 이상) 비판막성 심방세동(NVAF) 한국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용량과 저용량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대규모 리얼월드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해당 연구를 통해 자렐토의 표준용량인 20mg가 가장 높은 임상적 편익과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밋는 점은 출혈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으로 저용량을 처방하고 있지만 확인된 사실은 저용량을 쓴다고 출혈 위험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다. NOAC의 궁극적인 사용목적은 뇌졸중 예방이다. 출혈이 두려워 저용량 처방이 이어지고 후에 뇌졸중 환자가 늘어난다면 이는 막대한 손일이 된다. 오프라벨은 양날의 검이다. '와파린에 지친 환자들, 또 고가의 모니터링 장비의 부재와 처방 관리의 어러움으로 항응고제에 대한 접근을 꺼렸던 개원의들까지 NOAC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길 고대한다.2019-07-24 12:16:55어윤호 -
[기자의 눈] 인보사 태풍에 흔들리는 리더십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홍을 겪으며 이의경 처장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현재 인보사 사태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고, 국회는 이 처장이 성균관대 약대 교수 시절 실시한 인보사 경제성평가 연구용역 이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식약처 현직 심사관은 국회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3월 "전문성 있는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며 새로 '키'를 잡은 이의경 처장이다. 그렇지만 인보사 사태 직격탄을 맞은 지금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식약처라는 거대한 배의 균형을 잡는데 힘들어하고 있다. 식약처 내부에선 지난 12일 있었던 국회 보건복지위 업무보고와 관련 이의경 처장 리더십에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날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이 처장에게 인보사 사태의 미흡한 대처를 질타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인보사 허가 특혜 의혹을 거론하며 "당시 허가에 개입한 관계자는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식약처가) 국민이 납득할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처장은 "2017년 당시 심사과장은 대기발령 조치했고 허가 담당 과장은 다른 직위로 이동시켜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식약처 조직과 허가 시스템 문제를 개인의 능력, 자질 부족으로 전가했단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이 발언을 뉴스로 접한 식약처 일각에선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검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담당 과장의 인사 발령이 인보사와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실무자급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했단 얘기다. 바꿔 말하면 국민에게 식약처 입장을 설명하는 이 자리에서만은 식약처장이 모든 책임을 지는 '수장'으로서 모습을 기대했단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식약처 내부에서 곪아왔던 문제도 밖으로 터져나왔다. 바로 지난 18일 식약처 현직 심사관이 국회 앞 1인 시위를 펼친 것이다. 그는 "식약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허가가 너무 쉽게 이뤄지며, 시판 후 부작용 등 안전성 검토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폭로했다. 시위자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어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이 처장 또한 문제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처장의 리더십은 인보사 경제성평가 연구용역 의혹 제기로 한 번 더 휘청거린 상황이다. 이 처장은 "부당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처장직에서 사퇴할 수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사퇴가 억울함을 대체하는 명분이 되선 안 된다. 국회는 작년 발사르탄 파동과 올해 인보사 사태로 식약처의 고강도 내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처장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기관장은 회피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군대에선 북한 목선 사태로 군단장과 사단장 등 주요 지휘관이 보직해임됐다. 군대에서 명령이 가지는 힘의 근간은 군법이 전부가 아니다. 상급자가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란 상호 신뢰관계에서 나온다. 실무자의 전문성은 지휘관이 얼마나 책임을 지고 재량권을 부여하느냐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과오를 책임져줄 사람이 없다면 소신있는 결정을 내릴 식약처 공무원은 찾기 힘들 것이다.2019-07-22 06:15:25김민건 -
[기자의 눈] 표제기 확대와 일반약 활성화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의약품 표준제조기준 일부개정안 행정예고를 진행했다. 현행 표제기 제도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인데, 식약처가 지난 3월 7일 발표한 '의약품 표준제조기준 확대 추진'의 연속선상으로 보면 된다. 일부개정안에는 새로운 효능이 추가되지는 않았지만, 정장생균 유효성분 중 장구균 관련 항생제 사용 등의 기준이 정비됐다. 미약하지만, 오랜만에 표준제조기준 확대를 위한 걸음마가 시작됐다. 이번 행정예고는 지난해부터 식약처가 진행한 의약품 허가·심사제도 개선의 결과물 중 하나다. 지난해 발사르탄 고혈압약 파동 이후, 식약처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춰 제도 개선 움직임을 보여왔다. 규제 강화 방안은 전문약 뿐 아니라 일반약에도 칼을 겨눴다. 식약처는 지난 2월 27일 열린 '식약처장-제약업계 CEO' 간담회에서 제네릭 공동생동 금지안을 발표하면서 의약품 품목신고 대상에서 '해외 선진 8개국(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캐나다) 의약품집에 실려 있는 품목'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했다. 이 조항을 빼면 '대한민국약존 또는 식약처장이 인정하는 공정서에 실려 있는 품목', '표준제조기준에 맞는 품목', '식약처장이 따로 기준 및 시험방법을 고시한 품목'만 신고만으로 의약품 제조와 판매가 가능하다. 나머지는 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이 된다. 표제기 성분 확대 없이 일반약의 안전성·유효성 면제 규정 삭제는 일반약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지름길이다. 대한약사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국내 일반약 시장은 평균 1.4%의 저조한 성장률을 보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선진 8개국 의약품집 근거 안전성·유효성 면제 규정을 삭제하려면 선진국 수준에 맞는 표제기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약사들은 말한다. 일반약이 약리작용상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과 오남용 우려가 적어 고령사회 셀프메디케이션 측면에서 비용 효과적인 제품 분류군으로, 시장이 활성화되면 건강보험 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지난 3월 식약처의 표제기 확대 추진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현행 제도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고시 개정안이 공개됐다. 앞으로 일반약 활성화를 위해 표제기 효능군과 성분이 확대된 고시 개정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2019-07-19 06:12:25이혜경 -
[기자의 눈] '전문약이 공공재'가 되기 위한 조건약국에도, 드라마에도, 의약품 배송차량에도 '전문약은 공공재입니다'가 가득하다. 대한약사회가 국민과 정부에 제안하는 모든 정책적 건의를 함축한 문장인데, 약사회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생산, 유통, 공급되는 전문의약품이 약국 안에서는 사적인 재산처럼 다뤄지며 나타나는 부작용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이 말을 구상했다. 이 캐치프레이즈를 두고 약사사회 안팎으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불용재고, 낱알반품, 카드수수료, 종합소득세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텍스트라는 호응부터, 과연 전문약이 공공재냐는 원론적인 지적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전문약은 정말 공공재라 할 수 있을까. 공공재란 국민 모두가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재원을 투입해 저렴하게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다. 이러한 공공재에 '전문약'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선 먼저 국민에게 약국이 개인의 영업장이 아닌 공적인 장소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의약분업 되자마자 병원 앞으로 몰려가 처방전 쟁탈전을 벌이고, 수천수억 원의 보증금과 권리금을 감당하면서까지 좋은 자리에 들어가려고 경쟁하는 약국이 과연 국민들에게 '공공재를 공급하고 주민에게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 보일까요. 공공성을 이야기하기에 지금 약국은 너무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뼈아픈 지적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현직 약사다. 이 약사는 사석에서 약국이 정체성을 분명히하고 일관된 주장을 해야 국민도 정부도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가 원하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끌어온 '공공재'라는 단어가 약국의 공공성을 지적하는 화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모든 약국이 처방전과 무관한 약국을 운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위에서 같이 극단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약국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약국에 대한 국민 인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한 약사는 지방의 아주 작은 소도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존경하는 선배 약사를 언급했는데, 그 선배 약사의 약국을 운영하는 철학이 일반 약국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공공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은 소도시의 의사나 약사는 환자가 많이 찾아 돈을 벌면 수도권에서 의원·약국을 하려고 합니다. 더 큰 물에서 일하는 게 목표죠. 그런데 이런 의사와 약사만 있다면 지방 주민들은 계속해서 수도권보다 뒤떨어진 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잘 하는 사람'은 모두 서울로 가버리니까요. 그 선배는 한 자리에서 꾸준히 약국을 하며 병원 앞 좋은 건물을 매입하고도 다른 어려운 약사에게 약국 자리를 양보했어요. 임차인들에게 건물 임대료도 올려받지 않고요. 자신이 약국을 열어 돈을 벌게 해준 이 지역에 자기가 받은 것을 최대한 다시 베푸는 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약국의 공공성은 다른 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약사로부터 나오는 것 아닐까. 거창하게 큰 돈을 사회단체에 기부하거나 큰 복지재단을 만들지 않더라도, 약국의 공공성은 지역 주민을 아끼고 지역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약사는 보여주고 있다.2019-07-16 19:30:14정혜진 -
[기자의 눈] 유한양행 스핀오프형 오픈이노베이션유한양행이 최근 바이오벤처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에 6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여기까지는 유한양행이 수년째 진행하고 있는 일반적 오픈이노베이션 전략과 흡사하다. 다만 업계 일각에는 다른 견해가 있다. 유한양행의 아임뉴런 파트너십을 사실상 스핀오프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스핀오프는 다각화된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 사업을 독립적인 주체로 만드는 회사분할을 뜻하는 용어다. 보통 조직을 간소화해 경영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아임뉴런 김한주 대표는 유한양행 R&D 전략 팀장 출신이다. 최근 1년새 유한양행의 베링거인겔하임, 얀센, 길리어드 등 기술이전에 관여했다. 벤처 설립이 목표였던 김한주 대표는 지난해 유한양행 이정희 대표와 면담을 통해 아임뉴런 설립 계획을 밝혔고 이때 유한양행의 투자 유치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은 달라졌지만 인연은 유지됐다. 공백없는 인연으로 R&D 지속성도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김한주 대표는 유한양행 R&D 전략을 꿰뚫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다. 업계는 이런 측면에서 아임뉴런을 유한양행의 스핀오프 개념 바이오벤처로 보고 있다. 제약사의 스핀오프형 오픈이노베이션은 R&D 분야에서 전략적 활용이 가능하다. 먼저 떼어져나간 독립 주체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하다. 아임뉴런은 뇌질환 치료 영역에 도전한다. 자금 조달도 수월하다. 아임뉴런은 유한양행과 성대 킹고투자파트너스로부터 각각 60억원, 40억원 자금 조달을 이끌어냈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시작됐어도 신약 개발 기대감으로 인한 자금 유입은 여전히 활발하다. 모체의 자금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 유한양행은 동시다발적 R&D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기술이전한 항암제, 비알콜성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등 종류가 다양하다. 올해만 1500억원 가량의 R&D 비용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유한양행의 아임뉴런 투자가 스핀오프와 흡사하다는거지 기업분할이라는 뜻은 아니다. 유한양행은 아임뉴런 지분을 갖고 있지만 20% 미만이다. 아임뉴런은 유한양행 자회사가 아닌 독립된 회사다. 다만 양사는 언제든지 합쳐질 수 있다. 유한양행의 스핀오프형 오픈이노베이션 투자. 업계 1위 기업의 새로운 R&D 투자 형태가 단순 협력 관계로 그칠지 아니면 자회사 등으로 엮여질지 주목된다. 유한양행 행보에 업계 바이오벤처 투자 형태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2019-07-15 06:15:45이석준 -
[기자의 눈] 기허가 제네릭 생동은 행정 낭비기허가 제네릭의약품의 생동성시험을 놓고 제약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동성시험에서 동등성 입증에 실패할 경우 해당 제품을 회수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약사법에 의거해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의약품을 회수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삼은 것이다. 제약업계는 리스크를 안고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복지부는 생동성시험을 안 할 경우 약가를 인하하겠다는 입장이다. 애초 기허가 제네릭의약품의 생동성시험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들 제품이 이미 생동성시험을 통해 동등성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단지 판매자만 다른 위탁 제네릭이라 해서 생동성시험을 진행한 수탁 제네릭과 품질이 다른 것은 아니다. 모두 같은 공장에서 나오는 똑같은 약이다. 다만 품질의 균일성은 GMP의 문제이지, 안전성·유효성의 영역은 아니다. 식약처가 이미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약을 다시 심사하는 것은 분명한 '행정 낭비'이다. 심사 인력 부족으로 허가 수수료 인상을 추진 중인 식약처가 '했던 일을 또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따라서 이런 말도 안되는 정책에 힘빼지 말고, 지금이라도 기허가 제네릭의약품의 생동성시험 약가유지 방안을 재고해야 한다. 차라리 제약업계가 심하게 반대하는 일괄 약가인하가 더 정당해 보일만큼 아이러니하다. 아니면 신규 제네릭의약품에만 약가를 차등 적용하길 바란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허가의약품의 생동성시험은 비정상적 발상이며, 기업과 정부 둘 다 힘 빼는 일이다.2019-07-12 06:07:10이탁순 -
[기자의눈] 약국 개설기준 마련에 거는 기대"큰 병원도 아니고, 기사거리가 되나요. 다른 지역에도 이런 사례들 많아요. 그곳들도 전부 취재하시나요. 전국적으로 몇 군데나 되는지 아세요?" 편법 원내약국 논란과 관련해 모 지역의 보건소를 취재하며 약국개설 담당자에게 듣게된 답변이다. 보건소 담당자의 원망섞인 답변에는 '왜 이 곳만 가지고 문제를 삼으려고 하냐'는 뜻이 담겨있었다. "문제가 있다는 걸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지적받은 사안들에 대한 검토와 판단을 확인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하며 담당자를 진정시키려고 했으나, 보기좋게 실패했다. 담당자의 언성은 이미 높아져 있었고, 내게 전국에 있는 많고많은 사례들을 확인해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결국 담당자의 '종합적 검토'를 거쳐 약국은 개설 허가됐다. 해당 약국의 불법 여부는 차치하고, 보건소 담당자의 태도를 보며 왜 편법 약국의 개설이 반복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동안 복지부가 편법 약국 개설과 관련해 '현장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지역 보건소에서 판단하라'며 발을 빼온 결과였다. 또한 복지부가 뒤늦게 재가동한 '약국개설등록업무협의체'가 난관에 봉착하리라 예상되는 지점이었다. 서울 지역의 한 약사는 의약분업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게 개설기준을 마련해야겠지만, 이미 개설된 층약국과 부딪히지 않아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소 담당자의 말처럼 이미 곳곳에 개설사례가 있는 상황이라면, 협의체는 가이드라인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약사들은 편법 약국개설을 뿌리뽑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만으론 이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또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을 던져놓고 다시 몸을 숨긴다면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복지부는 약사법 개정이 동시에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보건소의 유권해석 및 질의에 대해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의 답변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2019-07-09 17:33:16정흥준 -
[기자의 눈]사노피의 노림수는 부적절했다환자는 자신의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는 듯 울분을 토해냈다. 객석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울림은 기자에게도 전해졌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2019 중증 아토피피부염 국가지원 토론회' 자리였다. 환자들은 한 목소리로 사노피의 중증 아토피피부염 신약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를 하루 속히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해달라고 촉구했다. 한 달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약값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의료계도 급여화 촉구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곧이어 모든 시선이 한 사람에게 쏠렸다. 보건복지부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작은 토론회장 안에서 그는 유일한 악역이었다. 원론적인 답변이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약제 급여를 담당하는 보험약제과장은 다른 일정으로 참석을 못했다. 보험약제과장이 참석했다면 속 시원한 답변이 나왔을까. 그렇지 않다. 한정된 재원으로 정해진 원칙에 따라 급여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일을 집행하는 정부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답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저 '급여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답변이다. 여기서 잠시 최근 급여 등재에 성공한 다른 약의 사례를 보자. 바이오젠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의 사례다. 적응증은 다르지만 듀피젠트와 마찬가지로 대체 불가능한 약제이면서도 오히려 비급여 약가는 훨씬 비싸다. 국내 허가 시점도 작년 1월과 3월로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한 약제는 급여화에 성공한 반면, 다른 약제는 여전히 급여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 정부 관계자는 "진정성"을 이유로 꼽았다. 스핀라자의 경우 정부와의 급여 협상 이전에 환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가동했다. 국내 환자수가 150~200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0명 이상의 적지 않은 환자가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환자 프로그램 역시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적어도 정부에 진정성을 전달하기엔 충분했다. 협상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론 급여 적용에 성공했다. 사노피에 묻고 싶다. 진짜 악역은 누구인가. 애초에 한 달 약값을 보통 직장인의 월급 수준으로 책정한 것은 누구인가. 고통 받는 환자를 위해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환자 프로그램 하나 없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것은 또 누구인가. 두 시간여의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는 적잖은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눈앞에서 울며 호소하는 환자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음이 편했을 리가 없다. 이런 점에서 사노피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사노피의 진정성은 더 흐릿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렴 환자를 앞세워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불편한 것은 기자보다 당사자인 정부가 훨씬 심할 것이란 판단이다. 환자의 딱한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듀피젠트가 하루라도 빨리 급여목록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선 정부만큼이나 제약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노피는 급여 적용을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2019-07-08 06:17:17김진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