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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행복"…원로교수, 야생화와 친구처럼

  • 김지은
  • 2017-05-22 06:14:52
  • 국제포토페스티벌서 전시회 중인 권순경 덕성여대 명예교수

"어영부영 퇴임했다면 뒷방 늙은이 밖에 더 됐겠습니까. 야생화를 알고 사진을 접하면서 제2의 인생이 시작됐어요.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19일 오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된 한 사진전. 전시회 문이 열리기 전부터 전시장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 중 유독 눈에 띄는 노 작가가 한명 있다.

권순경 덕성여대 명예교수(77·서울대 약대). 100명의 쟁쟁한 전문 사진 작가들이 참여한 ‘제4회 국제포토페스티벌’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1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 권 교수는 이제 약대 교수란 명칭 대신 사진 작가라는 이름이 더 어울려 보였다.

1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국제포토페스티벌은 웬만한 사진 작가들은 쉽게 참여할 수 없는 전시회로, 공모전에 참여해 작품을 심사받아야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곳이다. 권 교수의 경우 이례적으로 주최 측이 먼저 연락을해 와 야생화 전문 사진작가인 그를 초청해 참여하게 됐다.

"20년 넘게 야생화 사진만 전문으로 해오다 보니 '야생화 사진'하면 '권순경'이란 이미지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출신이 약학이다보니 야생화의 단순한 겉모습이 아닌 약초로서의 속살까지 찍게 되죠. 그게 다른 꽃을 찍는 작가들과는 차이점이겠고요. 그래서 제 사진을 더 좋아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권 교수는 대학 은퇴를 앞둔 시절 야생화 사진에 입문했다. 그 전에도 사진에 관심이 있었지만 본업에 바쁘다보니 사진에 집중하기는 힘들었다. 퇴임이 다가오던 시절 가벼운 마음에 시작한 것이 올해로 20여년이 됐다.

합성을 전공한 그이지만 약대 시절부터 접하던 약의 시발점인 약초는 그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약초의 원 식물인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꽃을 찾아 전국을 돌았다. 카메라나 사진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던 그는 처음 6~7년은 산을 돌아다니며 혼자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던 한 개국 약사를 소개받아 2년이 넘게 함께 다니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렇게 차곡차곡 실력을 쌓은 것이 지금의 전문 작가로 활동하는 밑바탕이 됐다.

권 교수가 지금까지 전국을 돌며 촬영한 야생화는 총 4500여 종. 사진을 시작한 이후로 매주 한번 이상 빠짐없이 꽃이 있는 산을 찾아 등산하고 있다. 비교적 야생화 서식 환경이 잘 보전돼 있는 백두산 등반도 연례행사처럼 진행하고 있는 그이다.

"지난주에도 같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백두산을 다녀왔습니다. 국내에선 멸종된 ‘패모’란 약용식물을 찾아 사진에 담기 위해서였죠. 원래도 등산을 좋아했지만 사진을 시작하고는 꾸준히 일주일에 한두번 크고작은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그 흔한 성인병도 없고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산에 오를 수 있는 건강도 그 덕인 것 같습니다."

2006년과 2013년 두차례 개인전과 더불어 개인 사진집을 발간한 그는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향후 자신이 찍은 야생화와 그 의미를 함께 담은 서적을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는 권 교수. 퇴임한 이후의 삶이 더 바빠졌다는 그는 제2의 인생을 사는 지금, 매일이 행복해다고 했다.

"조만간 제 모교인 서울대에 생길 생약 전시관에 제가 찍은 야생화 사진 중 일부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저는 죽을 때까지 사진을 찍을 생각입니다. 퇴임 이후 더 바빠지고 건강해진 지금의 삶이 행복하기 때문이죠. 우리 후배들도 제2의 인생을 위해 현업에 있을때부터 조금씩 여유를 갖고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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