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노동력 기댄 '한국식 파우치포장'...외국도 눈독
- 정혜진
- 2017-06-08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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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통-팩단위 포장과 병행하되 '정밀한 수가' 등 제도 뒷받침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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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치 복용량, 총 1080포였어요. 기계를 사용해도 검수하고 체크하면 조제시간만 4시간이 걸렸는데, 다 조제하고 나니 환자가 청천벽력같은 말을 하는 거에요."
환자는 한보따리나 되는 조제약을 받아들더니, '먹다 남은 약이 있어 의사에게 그 양만큼 처방을 덜 받았는데, 가져온 남은 약을 함께 조제해달라고 말하는 걸 깜빡했다'며 6개월치 1080포에 자신이 가져온 남은 약을 합해 다시 조제해달라고 말했다.
"난감하죠, 당연히. 조제가 4시간 걸렸으면, 약포지를 찢어 약을 꺼내고 종류별로 구분해 기계에 다시 넣고…환자가 가져온 약을 구분해 기계에 새로 넣고 처음부터 다시 조제를 해야 하니까요. 난감해하니 환자는 금세 거칠게 나왔어요. 자기는 부산에서 왔으니 약을 다시 조제해줘도 내일 다시 올 수 없다는 거에요."
결국 약사는 '해주겠다' 약속하고 환자를 돌려보냈다. 그날 밤 약사들이 약국에 남아 밤을 새워 수시간 작업을 해서야 다음날 재포장한 1080포를 부산으로 발송할 수 있었다. 전문약 택배 배송이 불법이라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약국은 '약포지(파우치)'조제를 포기할 수 없다
극단적인 예지만, 이 사례는 지난 5월 서울의 한 문전약국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약국은 하루에도 조제와 약 재포장으로 인해 이와 비슷한 크고작은 상황에 맞딱뜨린다. 약사들이 '우리도 미국처럼 완통조제를 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외칠 만 하다. 약국에 낱알재고도 남지 않고 통약을 열어 일일이 조제도 따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1회 복용량 포장(파우치 포장)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현실에서 완통 조제는 어렵다고 봐야죠. 환자들이 통이나 PTP에서 약을 분리해 1회 복용량만큼 꺼내 복용한다는 건 말이 쉽지, 약제 가짓수가 4~5가지만 넘어가도 환자들은 혼란에 빠져요. 복용순응도 떨어지는 건 차치하고 약화사고가 엄청 늘어날 걸요."
1080포를 두차례 조제한 이 약국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우치 조제를 해야하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노인 환자와 중징질환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약사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통 조제로 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미국과 유럽이 '생산 포장' 자체를 조제하는 통약·PTP 조제 시스템을 차용해왔다. 약국의 편의보다도 안전성 때문이었다. GMP허가를 받은 시설에서 생산된 형태가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재정위기가 약국의 조제 문화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년 사이 유럽에 재정위기가 닥치면서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재포장 조제를 하도록 했다"며 "통약 조제는 3일분 약만 먹을 환자도 28일분 약을 사야 하니, 낭비되는 약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중에는 영국을 제외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현재 법 개정을 통해 재포장 조제를 허용하거나 권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포장 시스템'에 대한 북미와 유럽권 나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역시 PTP만 유통되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잦은 약화사고로 '안전한 재포장'에 대한 환자와 전문가들의 니즈가 높아졌다. PTP째로 약을 삼키거나 먹을 약을 플라스틱 병(바이알)에 담아 환자가 먹을 때마다 약을 헤아려 먹다 보니 더 먹거나 덜 먹는 약화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때 맞춰 FDA는 환자 안전을 위해 '환자가 최소단위 포장 형태로 약을 받도록 하라'고 권고하며 제약사들 사이에 덕용포장을 생산하는 곳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약국이 덕용포장을 사서 최소 복용량 만큼 재포장해 환자에게 전달하라는 뜻이다.
'최소단위 포장'이라 하면 우리나라와 같은 파우치 포장 뿐 아니라 개별 정제가 포장된 PTP, 유럽식 블리스터 포장 등이 있다. 모두 장단점이 있어 나라별, 보험제도별로 알맞은 형태를 차용하고 있다.

주목받는 재포장 '파우치'...중심은 "약사가 아닌 환자"
먼저 PTP 째로 환자에게 전달할 경우 장점은 많다. 약이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일 없이 약물정보가 표기된 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는 1회 복용량만 잘 지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복용약 가짓수가 많은 노인 환자나 만성질환 환자는 PTP가 불편하다 느낀다.
실제로 중증질환 환자가 많은 문전약국도 PTP째로 환자에게 주기보다 전부 까서 다시 조제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노인 환자가 많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약물 재포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캐나다 약국에서 근무했던 한 약사는 "블리스터는 인력과 시간, 포장비가 너무 들어 누가봐도 꼭 필요한 환자, 5가지 이상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경우 중에서도 30일 이내 단기 처방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우치 포장이 가장 좋다고 본다. 캐나다에서도 중증질환 환자가 많은 종합병원은 거의 대부분 조제실에 자동조제기를 구비해 파우치 포장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따라서 PTP와 완통 조제만 있던 미국도 덕용포장을 생산하는 제약사가 늘어나고 있다"며 "그렇다고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 말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 복용하는 환자에 따라 PTP, 완통조제, 파우치조제를 위한 덕용포장 등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소포장만 있던 외국도 덕용포장이 생겨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약사의 노동력 투하와 희생을 전제로 정제는 물론 산제·액제를 일일이 포장·조제해야 하는 구조가 선진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노동력과 들이는 시간을 보상받을 합리적인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소한 행위는 물론 조제에 필요한 기구에도 수가가 더해져야 한다는 주장이 약국은 물론 조제 기구를 생산하는 업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제약사의 포장 다양화·정부의 제도 개선 시급
한 업체 관계자는 "수가 반영되면 훨씬 고품질의 기계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약국도 비용을 들여 사서 써야 하는 소모품이고, 환자들에게 거의 무료로 제공해야 하는 형편이라 단가가 낮을수 밖에 없고 그만큼 품질을 높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파우치에 약물 정보를 인쇄하는 작업에 수가를 우선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 입장에서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파우치 포장에 유효기간, 약물 정보를 더하는 작업 만으로도 병원과 약국, 환자 편의성과 안전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약사가 PTP·소포장 통·덕용포장 통 등 다양하게 생산하면 약물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약의 낭비와 환자 복용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응급실 환자의 30% 이상이 약화로 인한 사고"라며 "환자들이 약물로 인해 일으키는 사고는 상상을 초월한다. PTP째로 약을 삼킬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나. 하지만 이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환자가 최대한 안전하고 편리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게 제약사와 약국이 서포트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그러기 위해선 정부, 제약사의 협조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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