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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름 뭐야...선배님, 그래도 약사회를 사랑해요"

  • 김지은
  • 2017-07-21 06:14:54
  • 7일간 약사회관 캠핑 농성 '깨약캠' 최진혜 약사

'저희는 아직도 약사회를 사랑합니다.'

최근 일주일, 젊은 약사들의 여름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지난 13일 시작해 대한약사회 임시 대의원총회가 열리던 18일 오후까지 늘픔약사회 소속 최진혜 약사와 채진병, 이윤정 약사는 대한약사회관 입구에 텐트를 치고 '깨끗한 약사회를 위한 캠핑(이하 깨약캠)'에 돌입했다.

당장 하루 업무를 뺄 수 없던 근무약사부터 이직이 결정된 약국에서 근무가 약속됐던 약사까지. 제 시간을 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20~30대 젊은 약사들이지만, 어떤 제약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 무더위와 쏟아지던 폭우도 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7일 간 ‘특별한’ 캠핑을 마무리하던 그 시간, 이 약사들의 손에는 '저희는 아직도 약사회를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이 메시지는 임시총회 참석을 위해 약사회관 입구를 지나치는 대의원들에 보내는 젊은 약사들의 마지막 호소이자 희망이었다. 최진혜 약사와 일문일답.

-시위를 캠핑으로 한다는 발상이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떤 의도였나.

여름이지 않나. 여름이면 캠핑이 떠오르기 마련이고(웃음). 사실 처음 시작은 '뭐라도 해보자'였다. 집 안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지인들 몇몇 외에는 이런 사실을 알리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던 중 농성이나 회관 점거, 단식과 같은 구태에서 벗어나보자 하던 차에 여름이니 '캠핑'은 어떨까 가볍게 냈던 아이디어였는데 반응이 좋았다.

평화롭게, 재미나게 해보자 결심했다. 우리의 이 작은 행동으로 일련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많은 약사님들이 알았으면 했다. 대의원 임시총회 그 전에 회원 약사들에, 여론의 심판을 받아 마땅한 일 아닌가.

더불어 대한약사회 대의원들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대의원이 회원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임시총회에서 공정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랐다.

-텐트에서 일주일 버티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재밌고 값진 시간이었다. 일주일 동안 출근하는 약사회관 임원, 직원들에 인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일과 시간에는 영상 제작, 페이스북 페이지뷰 운영, 손편지 작성 등 다양한 일을 했다. 그 기간 수많은 약사님들이 우리를 찾아주셨고, 자원봉사단이란 이름으로 손편지쓰기 등의 작업을 함께 해주셨다.

대의원들에 드리기 위해 제작한 손편지는 저희뿐만 아니라 우리를 찾아주신 약사님들이 손수 내용을 생각해 직접 작성한 것들이다. 300장 모두 내용이 다르단 말이다. 그렇게 글로 적으며 약사회 상황을 더 알게 되고, 그 속에서 부당함을 새삼 느끼는 분들도 있었다. 정말 원 없이 했다 싶을 만큼 나름의 최선을 다 했던 시간이라 자평한다.

-무관심한 약사들도 많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했나. 주변에 약사회비를 납부하지 않고 싶다거나 심지어는 기존에 냈던 것을 돌려받고 싶다는 약사들도 있다. 사실 이번 일을 통해 젊은 약사로 약사회 회무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염증도 상당하다. 하지만 약사회는 누구의 자리나 명예를 위한 단체가 아닌 우리가 만들고 공들인 우리의 공동체아닌가.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의 공동체가 모르는 사이 이렇게 썩었고, 냄새나는 곳으로 변질됐다는 것을 새로 인지한 계기가 됐다.

이제 그동안 먹고 살기 바빠 관심갖지 못했거나 참아왔던 약사들도 그 한계선을 넘었다고 본다. 깨약캠을 하며 여러번 이야기했는데 우리의 공동체가 이토록 썩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수면위로 올려준 조찬휘 회장님께 오히려 감사한 마음도 있다.

아직은 우리의 공동체를 사랑하는 일말의 마음이 남았다. 이번에 열심히 한 그만큼 약사회에 그리고 선배 약사들에 실망했고, 동시에 새롭고 깨끗한 약사회에 대한 애정과 열망이 쌓였다. 그 마음에서다.

-일부 기성 약사들의 질타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기억나는 일 중 하나는 한 선배 약사가 우리쪽 텐트로 오더니 다짜고짜 우리에게 이름을 물으시더라. 그러더니 "약사들 망신을 시키면서까지 회관 앞에서 이렇게 해야해? 너희 부모님한테도 이렇게 해?"라며 훈계하셨다. 그건 약과다. 우리가 대의원총회가 있던 날 캠핑을 마무리하면서 정리하던 우리에게 한 대의원분은 "끝까지해야지, 죽을때까지 하지 왜 접냐"며 비웃었다. 참 씁쓸한 단상이다.

대의원총회장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선배들의 모습이 참담해 눈물을 삼켰었다. 구태는 너무 뿌리깊고 단단한데 반해 깨끗한 힘은 너무 미약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깨약캠의 활동은 계속되나.

우리는 이번에 조찬휘 회장님 개인과 싸운 것이 아니다. 더러운 약사회와 싸움을 시작한 것이고 아직 해결된 것은 없다. 사실 우리에게 큰 힘은 없다. 우리끼리 회의를 해도 그것이 약사회에 영향을 미치거나, 회무 거부를 할 수도 없는 위치다. 그래서 그런 힘을 가진 지부, 분회장 등 선배 약사들이 뜻을 갖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실어주고 동력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 깨약캠 활동에 뜻을 함께해주신 건약과 새물결약사회, 약준모, 전약협 등과 협력해 향후 계속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또 운영 중인 페이스북 페이지뷰도 조 회장님이 사퇴를 결정하실 때까지 운영을 계속 할 것이다. 냄새나는 쪽은 피하면 되고, 더러운 곳은 등돌려버리면 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우리에게 약사회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다. 그 애정을 제발 선배 약사들이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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