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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R&D 실패는 성공을 위한 마중물, 믿어야"

  • 김정주
  • 2017-08-14 06:14:59
  • 단박 |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단장

"국내 신약개발의 역사에서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정부의 신약 R&D 지원 초창기 때였던 2000년대 초반, '가물에 콩나듯' 했던 성과와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각계의 이견은 적지 않았다.

성과물을 도출하지 못했거나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한 연구와 R&D 지원은 실패로 규정해야 할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현철(고려대·45) R&D단장은 "정부가 제약기업에 투자한 신약개발이 실패로 귀결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실패가 자산으로 축적돼 오늘날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 단장은 "많은 실패를 거듭할수록, 그 실패가 마중물이 돼 성공적인 신약이 탄생하는 것이고, 지난 10여년은 그 과정을 제약사들이 경험으로 축적해온 시기였다"며, 정부 투자와 성과를 긴 안목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팜은 김 단장을 만나 보건복지부와 진흥원의 제약 R&D 투자의 큰 그림과 시각을 들어봤다.

-정부의 신약개발 R&D 지원의 특징을 설명해 달라.

제약사 신약개발은 고비용에 비해 긴 시간, 상업화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수반한다.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과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R&D에 안전판이 필요한 것이고, 정부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개발 초기에 겪는 제약 오너들의 불안감을 정부 투자로 상쇄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성공의 기미가 보이면 민간 투자가 확산되면서 신약이 시장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으로 정부 정책도 이에 부합하게 될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산업 혹은 경제적 논리의 잣대로만 기업을 지원할 순 없고, 다양한 이슈들을 판단해 '리스크 쉐어링' 역할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개발이 필요한 희귀질환 약제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R&D에 적극 뛰어들 수 없는 신약개발은 정부 투자로 산업 발전과 접근성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최근 가시화 성과,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

최근 몇년 새 정부가 투자한 제약 R&D 부문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골관절 유전자치료제인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주'와 한미약품의 대규모 라이선스 기술수출일 것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1상 임상시험 돌입까지 무려 12년이나 걸렸고, 인보사는 최근 품목허가까지 19년이 걸렸다. 경험과 개발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는 다국적사들이 통상 R&D부터 허가 취득까지 평균 12년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즉, 그간 역량이 뒷받침 되지 못한 국내 제약사들이 긴 시간에 걸쳐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쳇말로 '맨땅에 헤딩'한 결과다.

한미약품의 성과가 나오기 전인 2015년 이전만 해도 제약 R&D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투자해도 나오는 게 없고, 나와봤자 매출이 별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다가 한미가 물꼬를 트면서 최근 인보사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우리 제약 R&D가 외국계 다국적 제약사들에 비해 '+α'가 더 소요된 건 경험 축적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가 말한 '축적의 시간'을 빗대어 말하자면 우리 제약은 무수한 실패를 경험해 축적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각에서 R&D 투자 성과를 바라봐야 한다고 본다.

-그런 시각에서 정부의 R&D 투자를 재평가 해보자면.

앞서 말했듯 정부의 제약 R&D 투자의 성과가 최근 들어 조금씩 빛을 보이기 시작한 것을 되짚어 보자. 한미나 코오롱의 성과를 위해 정부 투자가 이뤄진 게 2000년대 초중반이다. 이것이 정부 투자로 성과를 독려하고 실패와 경험, 그에 따른 지식을 축적한 결과물이라면, 정부의 R&D 투자는 보다 긴 정책적 안목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는 걸 방증한다.

물론 경쟁약물 신규진입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개발 기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단축될 것이다. 2015년 이후 혁신신약의 개발 기간이 약 100개월, 즉 10년 미만이라는 통계도 나온 바 있다.

-신약 특허에 대한 시각은 어떤가.

초기 단계 R&D는 지적재산권이 나와야만 진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신약개발이 지적재산(Intellectual property, IP)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특허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타깃의 약물 개발을 할 때 보다 촘촘하게 IP를 내고 방어할 기전을 염두하는 것이 필요한 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특허 청구항이 한 개뿐인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전략 부재가 '보틀넥(bottleneck)'이 되는 것이다.

-제약 R&D와 정부 방향성을 이야기 해 달라.

오랜 시간에 걸친 R&D가 실패로 귀결될 순 있다. 그렇지만 실패를 자산삼아 마침내 결과를 내는 건, 결국 실패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란 것을 의미한다.

많은 실패가 뒷받침 돼야 성공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자산이 된다고 볼 때 실패는 모두 다 실패가 아니다. 지금의 가치를 미뤄볼 때 '마중물'이란 얘기다. 정부 또한 단순히 성공과 실패를 보고 투자하는 건 아니다. 제약산업을 둘러싸고 보다 길고 넓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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