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항암제 급여기간 단축...해답은 사후평가인가?
- 안경진
- 2017-12-14 06: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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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4회 암정복포럼, 항암신약 재정독성 해결방안 재차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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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과 아스트라제네카가 8월부터 86일에 걸친 약가협상 대장정을 펼친 결과, 타그리소의 1개월 투약비용은 680만원대로 떨어졌다. 암환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34만원 대다. 타그리소의 약가협상 과정은 국산신약(올리타)의 존재 덕분에 획기적인 보장성 확대가 이뤄질 수 있었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그런데 나머지 966만원은 어디로 가버린걸까? 제약사와 정부기관이 조금씩 양보한 결과지만, 결국엔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3일 '고가 항암신약의 재정독성(Financial Toxicity) 해결방안'을 주제로 마련된 제64회 암정복포럼의 핵심 안건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건보재정의 지속성과 보장성 강화, 불가능해 보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부기관과 의약학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날 포럼에선 환자 본인부담금 차등적용과 위험분담제(RSA) 확대, 사회적 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된 가운데, 급여등재 후 사후관리 강화책이 가장 필수적이고 시급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갈수록 태산…미국서 5억원대 항암신약 등장
고가 항암제로 인한 재정적 부담은 상당히 예민한 문제다. 암환자와 가족들 입장에선 단 몇개월을 더 살더라도 수억원대 혁신신약을 써보고픈 마음이 굴뚝 같겠지만, 암을 포함해 다양한 질환들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는 골치가 아프다.
"재정절감을 위해 비용효과성을 까다롭게 따지다보면 환자들의 보장성이 떨어질 수 있고, 보장성 확대를 추구하다보면 재정 지속성에 위기가 온다. 상반되는 2가지 요소를 조화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이병일 실장(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의 발언은 실무자들의 고민을 한결 체감케 했다.
포럼 2부순서의 좌장을 맡은 허대석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패널로 참석한 곽명섭 과장(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을 향해 "우리나라 환자에게 킴리아를 투여할 수 있을지 문의했더니 5억 5000만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까지 범위가 넓어졌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CAR-T 치료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건보재정·환자안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 필요성 대두
그래서 나온 대안 중 하나가 '급여등재 후 사후관리 강화'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급여등재 후 효과가 어떤지 평가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급여등재 후 효과 유무를 판정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은 물론, 공정하게 퇴출시키는 시스템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병일 실장은 "적정 가격을 맞추면서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모델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고시가격을 책정한 다음 일정기간이 지난 뒤 사후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을 보정하는 방식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이 제시한 급여등재 후 사후평가방안은 임상현장에서도 적극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 교수는 1950~2014년까지 FDA 허가가 철회된 약제건수가 644건이라는 연구 결과도 공개했다. 철회 사유는 대개 유효성 부족보단 독성(toxicity) 문제로, 환자들의 안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기간 시행된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할 수 없었던 장기 위험이 발견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된다. 췌장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약 2주 늘린다는 임상연구 자료를 근거로 급여권에 올라 논란이 일었던 표적항암제 '타세바(엘로티닙)'다.
김범석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젬시타빈 단독투여 환자의 생존기간이 6.37개월, 젬시타빈+엘로티닙 병용환자가 5.95개월로 차이가 미미하지만 통계적 유의성(P=0.03)을 입증했다는 이유로 급여적용이 됐다. 약제비가 1500만원이나 추가되는데 생존연장 효과는 2주에 불과해 당시 종양내과 의사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젬시타빈과 엘로티닙 병용요법의 비용효과성을 평가한 결과 생존기간(중앙값) 차이가 3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지만(BMC Cancer 2016;16:443), 이미 특허만료 후 약가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
심지어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조차 몇몇 환자를 제외하곤 효과가 드라마틱하지 못한 데다, 예측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제약사 등이 후원하는 스폰서주도임상(SIT)은 환자 선정기준이 까다로워 실제 진료환경과 차이가 크다. 얼마 전에도 별도의 금기증이 없는 건선 환자에게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했다가 심한 피부 부작용이 생긴 사례가 있었다"며, "신속승인 후 정밀한 재평가를 거치되, 공익적 목적의 연구자 주도 실용 임상시험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후평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현실적인 장벽 많아
물론 급여등재 후 사후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당장 심평원은 올해 8월부터 급여등재된 면역관문억제제의 사후평가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현실화 되기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사후평가에 드는 비용이나 퇴출에 따른 사회적 저항 등 현실적인 문제가 대표적이다.
성균관약대 이의경 교수는 "선별등재제도를 도입할 당시를 돌아보면 기등재의약품에 관한 논란이 컸다. 5년에 걸친 약제재평가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일괄약가로 마무리하고 말았다"며, "급여등재 후 사후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사용 중인 항암제를 퇴출시킨다고 했을 때 제약사는 물론 의료진이나 환자들의 저항이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 교수는 "임상시험의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해 비교효과연구(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가 강화돼야 한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됐고 오바마케어에도 명시돼 있다"며, "기존에 존재하는 시스템을 연계해서 네트워킹을 유도하면 되기 때문에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인프라와 연구인력을 구성하기 위해 반드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오바마케어 시행령에 의해 설립된 환자중심결과연구소(PCORI)에 무려 9억 319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예산마련은 커녕,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집행할 기관조차 애매한 상황이다.
이상무 평가위원(심사원)은 "데이터 품질도 중요하고 연구인력이나 감사(audit)도 진행해야 하는데 비용이 없다. 리얼월드 유효성을 입장하기 위한 연구비 마련이 시급하다"며, "심평원이 독자적으로 시행하긴 어렵고 NECA 등과 연계해 컨소시엄을 만드는 게 적절해 보인다. 정부와 제약사, 학술단체 등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펀드가 조직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곽명섭 과장은 "현재로선 항암제 재평가 및 관리기준을 어떤 식으로 정할 것인지에 관해 전문적인 연구가 부재한 상황이다. 현장 적용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필요해 보인다"며, "과거 사례를 돌아볼 때 기등재 의약품 평가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식약처, 심평원 등과 함께 항암제나 중증질환 치료제의 사후평가 방안을 차차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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