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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풀린 영리병원 개설 논란...법인약국 '불씨' 여전

  • 김정주
  • 2018-12-07 06:25:31
  • 정권마다 널뛰기 행보, 영리화 추진 가시화로 공공성 '휘청'
  • 영리병원 '맞춤형' 약제 소매 유통으로 파장 주시해야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소식에 보건의료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영리병원 1호 발표가 있자마자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논란을 의식한 듯 "법적 장치로 (영리화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기우에 불과하다"고 받아쳤지만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여론의 향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회는 보건당국을 매섭게 몰아세우는 모양새다. 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현재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의 영리병원 허가 확산 우려와 정부의 책임 있는 대처를 추궁했다.

박 장관은 "병원 개설은 제주도가 했지만, 불법 투약·시술의 경우 약사법과 의료법으로 통제·간섭이 가능하다. 이를 포함해 제한적이라도 불법이 있다면 단호하게 처벌하겠다"며 "제주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 영리병원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의료영리화를 둘러싼 굴곡진 역사는 법인약국 논란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약사사회와 시민사회의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개설되는 의료기관은 의약분업 시행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법인약국 허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방이 있는 곳에 약국이 존재하고, 외국인 전용약국 등 공보험 체계를 벗어난 신종 약국 유형이 개설로 이어지면서 법인약국 문제와 방향성이 왜곡될 가능성은 충분히 잔존한다. 뇌관이 남아 있다는 우려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간의 법인약국 허용 시도와 격론, 문제제기의 흐름을 짚으면 답은 쉽게 나온다.

데일리팜은 이번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통해 20년간 이어진 영리법인약국 추진 시도를 반추해봤다. 과거는 현재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단할 수 있다.

혼란을 틈타 스며든 의약품 소매 영리화 '법인약국'

법인약국 개설 논란은 의약분업과 전국민 건강보험이 시행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도 시행 초기였던 당시, 법인 명의의 약국이 하나 둘 생겨났다. 보건당국은 전국 40여곳에 달하는 법인약국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실제로 당시 검찰은 T약국을 법인약국으로 고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의료영리화의 중심인 녹지국제병원과 같은 제주에 위치했던 약국이다.

혼란한 시기, 보건의료 공공성과 영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것은 정부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2000년 당시 김원일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사회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법인약국 설립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언해 약사사회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법인약국은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비약사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약·도매를 비롯해 대기업의 시장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을 우선으로 한 영리화와 보건의료 공공성이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상업화는 곧 이윤경쟁을 뜻하고 약국 공공성이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다. 즉, 의료기관 영리화와 법인약국은 특성상 하나의 궤를 이루는 것이다.

한편 자본을 기반으로 한 수익형 약국, 즉 법인약국에 대한 허용 시도는 국회에서 심화했다. '경제자유구역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한창 추진됐던 2002년, 외국자본을 기반으로 한 법인약국 설립 '부분 허용'은 일종의 영리화 '베이스캠프' 논란으로 비화했다.

당시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에 '국내 의료시설, 약국, 의약품 도소매업, 복지시설에 대한 외국인 투자'라는 문구가 들어가면서 우리나라도 소매약국 시장과 의료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이 같은 부분 허용 방침은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약사사회 뒤흔든 헌재의 '약사 약국개설 헌법 불합치' 결정

법인약국과 관련해 약사사회를 뒤흔든 가장 큰 사건은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졌다. 주식회사 형화길동보룡약국이 제기한 약사법 제16조 제1항에 대한 위헌 청구소송에서 2002년 헌재 전원재판부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약사가 아닌 일반인·법인의 약국개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어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는 요지였다.

이는 약사와 한약사로 제한하는 현행법을 유지하되 법인의 성격, 구성원의 범위, 법률적인 책임, 합병, 해산, 설립주체, 벌칙 등 약사법을 개정해 법인약국을 허용하라는 메시지였다.

다만 헌재는 논란을 의식해 "약국 개설권을 일반인이나 법인에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선 입법부가 판단할 사항"이라며 약사법 제16조 제1항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행법을 유지하도록 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는 개설약사 1명의 자연인 자본에 의한 1약국 개설('1약사 1약국'), 약사 공동출자를 기반으로 한 1약국 공동운영 등의 틀과 원칙을 통째로 뒤엎었다.

이후 사안은 혼돈으로 치달았다.

정부는 판단을 미루고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국회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비영리 법인으로 선회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일각에선 영리화 목소리도 강하게 나왔다. 법인약국과 약사 겸직허용 주장이 상임위에서 맞부딪혔다. 약사단체는 비영리와 전면 저지 사이에서 역할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로 진땀을 뺐다. 일부 소규모 약사모임들은 비영리법인약국을 주장하며 대안 모델을 내세우기도 했다.

2013년 당시 정부가 내놓은 보건의료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 개요.
정권 색깔 따라 엇갈린 행보…약사회장 선거에선 유행성 공약으로

법인약국 허용을 둘러싼 난제는 장기표류했다. 법인약국을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약사 겸직금지, 동종영업의 금지, 약국 구성원의 자격제한, 법인약국 개·폐업 시 약사회 경유 등의 조항을 놓고 약사사회 안팎으로 격론이 오갔고, 약사사회조차 1법인 1약국에 대한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카오스' 상태의 법인약국 문제는 약사회장 선거에도 줄곧 영향을 미쳤다. '법인약국 결사저지'는 중앙, 지부, 분회 할 것 없이 약사회장 선거 철만 되면 후보자들이 내거는 단골 공약으로 유행을 탔다.

후보자들은 '약권수호'를 내걸면서 결사저지 이슈로 표를 모았고, 사안이 불거질 수록 더욱 약심을 자극했다.

국회는 결국 약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약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떨어내지도 않았다.

헌재 판결을 둘러싼 논란으로 여야 할 것 없이 법인약국 사안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였고, 영리와 비영리 성격을 놓고 당론이 갈렸다.

수많은 관련 약사법 일부법률개정안들이 발의됐다가 폐기되기를 반복했다.

이후 복지부는 2006년 '법인약국의 법적형태에 따른 효과 분석' 연구 결과를 내놓고 영리법인 약국을 허용하면 시장독과점이 발생하고 동네약국이 도태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공공성을 우선하는 정부 입장을 연구 결과를 통해 밝힌 것이지만 헌재 판결의 불씨를 완전히 해소하진 못했다.

정권이 바뀌면서(당시 한나라당) 이명박정부의 법인약국 추진이 가시화됐다. 법인약국 허용 문제는 의료영리화와 함께 널뛰기 했다.

현재의 '서비스발전기본법(서발법)'의 모태가 되는 '서비스산업선진화방안'이 2008년 정부와 17대 국회에서 본격 논의되면서 짧은 시간동안 잠잠했던 법인약국과 의료영리화 논쟁이 재점화 됐다.

2013년에 이르러서는 약사만 참여하는 '유한책임회사' 성격의 법인약국 허용이 정부 주도로 논의됐다. 정부는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등 헌재가 지적한 위헌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양질의 약국 서비스 제공을 도입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동시에 추진된 투자활성화대책,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한 자법인 설립 허용(부대사업 허용)이 영리화와 맥락을 같이 하면서 법인약국 설립의 방향도 결국 영리화 쪽으로 기우는 형국이 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분노했다. 이들은 "교묘히 이름만 바꿔 의료영리화를 성공시키려는 꼼수"로 규정하고 크게 반발했다.

2014년 국회 토론회에서 성난 조찬휘 회장이 복지부 이창준 과장과 이야기하면서 주먹을 쥐어 들고 있다.
영리법인약국을 허용하고자 하는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는 정부의 '스텝'도 꼬이게 했다.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열린 의료영리화 진단 국회 토론회에 나섰던 복지부 주무과장은 법인약국 추진이 약사단체와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행사 동참했던 약사회 임원들의 거센 반발로 고성과 욕설이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정부 초반부터 영리 목적의 법인약국 추진이 가시화되는 모양새에 이르자 약사들의 분노가 전국 각지에서 들끓었다.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약사들은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 심판 움직임을 보였고 투쟁 태세를 갖췄다. 당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비영리화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총력 저지를 거들었다.

결국 정부는 '일단 후퇴'를 선언했다. 복지부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법인약국 추진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시간을 갖고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당시 공식 입장이었다. 정권에 따라 법인약국과 영리화 추진이 널뛰기 하는 모양새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집권당은 일파만파 휘몰아쳤던 각계의 반발로 사실상 법인약국 추진 포기를 선언했다.

2015년 새누리당은 "약사회와 합의 없이 무리한 추진 강행 시 갈등고조와 휴업 등 집단행동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사실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득실 계산을 따졌을 때 약사사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이 모두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탓이다.

이후로도 법인약국 사안은 박근혜정부 규제프리존·지역특구법과 예민하게 이어져, 약사사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를 끊임없이 긴장시켰다. 재정·산업당국의 강력한 추진의지가 수그러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5년 당시 새누리당 내부 현안검토 자료 중 법인약국 방침.
지난해 있었던 정권 교체는 정부의 영리법인약국 추진 흐름을 단박에 돌려놓는 전환점이 됐다.

올해 가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주도로 상임위를 통과한 규제프리존·지역특구법안은 본회의 통과 직전까지 보건의료 부문에 영리화 포함여부를 놓고 진통이 계속됐다.

그러나 이 사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저지로 보건의료 영리 부문(독소조항)이 제거되고 서발법 통과도 불발되면서 또 한차례 위기를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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