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0 05:10:55 기준
  • #데일리팜
  • 제약
  • #제품
  • 공장
  • 비만
  • 비대면
  • #침
  • 의약품
  • 신약
  • GC
네이처위드

서울대병원 교수가 시각장애 환우와 나란히 걷는 이유

  • [인터뷰]유형곤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 "새 유전자치료제 등장…더 밝은 세상 오리라 믿는다"
  • "공익 목적으로 시작한 지 6년째…환자 지원 확대되길"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망막변성 환자와 의료진 40여명이 삼삼오오 남산 산책길을 걸었다. 그러나 누가 환자인지 누가 의료진인지 알 수 없다. 각자 성큼 다가온 가을을 즐길 뿐이었다.

이번 '밝은 세상 만들기' 행사를 주최한 한국망막변성협회 유형곤 회장을 남산에서 만났다.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인 그는 "보셔서 알겠지만 환우와 비환우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며 "망막변성만 놓고 보면 우리가 비환우일 수 있지만, 다른 질병에선 또 다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망막변성협회는 여타의 단체나 학회와는 조금 다르다.

환자들만으로 구성돼 있지도, 그렇다고 의사가 전면에 나서지도 않는다. 유전성 망막변성을 연구하는 동시에 환자 지원과 사회적 인식개선에도 나선다.

'환우와 비환우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 유형곤 회장은 협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협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중증 망막질환의 치료를 지원하고 함께 연구하는 단체입니다. 처음엔 의료진만 모인 소규모 스터디그룹이었습니다.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초기 멤버 모두가 공익적인 단체를 만들자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기부금도 없이 각자 교수가 출연금을 모아서 사단법인을 만들게 됐습니다.

보통의 학회는 의사를 중심으로 꾸려집니다. 그러나 여기서 나아가 실제 환자도 참여하는 단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이렇게 환자와 의료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단체가 많습니다. 점차 협회가 커졌습니다. 현재는 각 대학병원 의료진과 생명공학 연구자 등 50여명과 환우 30여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정회원은 아니지만, 협회 밖에서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함께하고 있죠. 치료연구 사업에서 대국민 교육·홍보사업, 정책개발 사업까지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밝은 세상 만들기라는 행사는 어떻게 기획됐나요.

"밝은 세상 만들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시각장애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를 제공해 이들이 빛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다른 하나는 장애가 있고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이 함께해서 세상이 더 밝아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밝은 세상 만들기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올해로 6회째입니다. 지난 다섯 번의 행사에선 환우와 비환우가 함께 걷고, 한강에서 조정 체험을 했고, 탭댄스도 했습니다. 행사 내용은 달랐지만 모두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하고자 하는 뜻은 같았습니다."

▶유전성 망막변성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최근엔 망막이식이나 유전자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했다고 들었습니다.

"둘 중에 더 최근에 등장한 것은 유전자치료입니다. 1년 반 정도 됐습니다. 한국에도 빠르면 내년쯤 도입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30만개의 유전자 중에 260개 정도가 유전성망막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중 하나가 'RP65'라는 유전자입니다.

현재 승인받은 치료제는 RP65라는 유전자의 결함을 치료합니다. 망막신경세포의 사멸을 막고, 어느 정도 기능을 회복시켜줍니다. 시력이 약간 좋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기존에 죽은 걸 다시 살려내지는 못합니다. 다만,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대부분 망막변성은 20대 이후에 발견하기 때문에 이후의 삶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인공망막은 유전자치료가 이렇게까지 발전하지 못했을 때 많이 시도했습니다. 빛을 보지 못하는 세포 대신 칩을 넣어 대신 빛을 인식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시각을 인공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죠. 다만, 망막세포를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망막세포가 완전히 죽은 뒤에 시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인공망막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상당히 부담이 큽니다."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주로 성인기에 병이 나타나나요?

"보통 20대 이후 병을 인지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일부지만, 1세 미만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레버라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레버스선천성흑암시'라고 하는 질병입니다. 병의 경과는 보통의 망막성세포변성과 같은데 굉장히 일찍 시작됩니다. 이 경우도 문제 유전자가 RP65라면 유전자치료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30만 개 중에 260개가 현재 원인 유전자로 알려져 있고, 그 중 하나가 RP65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유전성망막변성 환자 100명 중 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얼마나 되나요?

"대략 환자 100명 중 1명입니다. 혹은 그보다 안 될 수도 있죠. 상당히 적어보이지만, 치료제 하나가 출시됐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 이 치료제의 성공 이후, 다른 수많은 제약회사가 유전성 망막변성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만 26개에 달합니다. RP65뿐 아니라 'MYO7A'라는 유전자에 대한 임상시험도 활발합니다."

▶협회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진행 중인 연구가 있나요?

"사실 독자적으로 치료제 연구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필요한 시설이나 장비가 많고, 들어가는 비용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으면 해외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임상시험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임상시험의 경우 협회 내에 영상분석센터를 만들어서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선 종근당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27개 대학병원이 참여하고 있죠. 이외에도 국내 업체의 3~4개 물질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물론 해외 제약사의 물질도 많습니다."

▶치료제 연구와 별도로 코호트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특징으로 새로 발견된 게 있는지요?

"일반적인 유병률은 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관찰됩니다. 2000명 중 한 명이 심각한 유전성 망막변성을, 1000명 중 한 명이 심하지 않은 유전성 망막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정리해서 2차례 개정판으로 책을 냈습니다.

유전성 망막질환으로 온 환자 중에 적지 않은 경우가 다른 원인인 것으로 관찰됩니다. 눈 속 염증인 포도막염인 경우가 가장 많고, 영양결핍증이나 매독·결핵 등 감염질환의 증상 중 하나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유전성 망막변성 진단을 위해선 200개에 달하는 유전자검사를 해야 합니다. 환우 1명당 100만원이 조금 되지 않는 금액이죠. 여기부터 비용이 만만찮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환우를 선정하고 이 진단을 지원하려 합니다. 모든 환우에게 지원하고 싶지만 협회 살림이 넉넉하진 않습니다. 최대한 많은 환우를 지원하고자 합니다. 목표는 200명입니다. 예산을 확보하는 중입니다.

현재 협회가 6년째입니다. 처음 연구회 수준에서 협회로 올 때는 우리 협회가 어떻게 될지 예상을 못했습니다. 공익적으로 하자는 처음의 목표만 갖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동안 발은 세상 만들기나 심포지엄,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와 활동이 달력에 채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행사와 활동을 다음 단계로 성숙시켜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원래 우리가 추구하려했던, 창의적인 연구를 진짜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환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 뚜렷한 치료는 없어서 힘드시겠지만, 좋은 치료제가 하나씩 나오고 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협회에서도 환우가 불안하지 않게 여러 정보를 제공하고 치료를 지원하겠습니다.

다 함께 간다는 생각이 중요합니다. 환우와 비환우를 나누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망막만 보면 그렇지만 다른 질병으로 보면 이분법적으로 나눠지지 않습니다. 환우와 비환우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또, 이 자리를 빌어 협회에서 활동 중인 환우분들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환우가 처음 협회에 들어올 땐 단순히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활동을 거듭할수록 본인 경험을 토대로 다른 환우를 돕겠다고 생각이 확장됩니다. 사실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렇게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두가 함께 가려고 합니다. 다함께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