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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창업한 한신의 정도경영..."화합만이 돌파구"

  • 정혜진
  • 2020-03-16 06:13:57
  • 약업대상 1회 유통업계 수상자 진종환 한신약품 회장
  • 1972년 창업 후 2012년 경영..."서울서 가장 오래된 종합도매"
  • "공동체의식 중요...업계가 뭉치지 않으면 종합도매 고사할 것"

[데일리팜=정혜진 기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도매업체의 설립자, 도매업계 원로이자 큰 형님, 유통협회와 도매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조언자.

약업계 3개 단체가 제정한 '대한민국 약업대상' 1회 수상자에 유통업계 부문 수상자에 선정된 진종환 회장(81)의 별칭들이다. 전과 같았으면 유통협회 정기총회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화려한 시상식이 열렸겠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정기총회도 행사도 취소된 상황. 지난 10일 협회 관계자만 참석한 조촐한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 회장은 "유통업계에 훌륭한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데도 부족한 제가 큰 상을 받게 되어 송구하고 감사할 뿐"이라고 멋쩍어했다.

진 회장에게 도매업계란 회사를 창업하고 발전시킨 곳, 가정을 이뤄 가족을 부양하고 아들에게 후임을 물려준 터전이다. 그에게 그 간의 시간과 사건에 대해 들었다. 인자한 표정과 겸손한 말투가 주변인들이 '큰형님'이라 부르는 이유를 짐작케 했다.

진종환 회장
-수상을 축하드린다. 약업계 3개 단체가 제정한 큰 상의 1회 수상자다.

서울에서 제일 오래 종합도매을 운영했다고 준 상 같다. 1972년에 설립한 도매가 없으니 말이다. 내가 협회장일 때 제약협회장이 강신호 회장, 약사회장이 故김명섭 회장이다. 김 회장 후임이 김희중 회장이고. 그 당시 고생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인 것 같다.

-49년 간 쉬지 않고 일해왔다. 지금도 회사에 출근하는지.

시대변화에 잘 대응하는 젊은 세대가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2012년에 아들 진재학 대표이사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지금은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아들도 내가 관여하지 않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

지금은 2선으로 물러나 가끔 조언하는 정도다. 건강 유지 차원으로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지만, 임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둘러보고 일찍 퇴근한다. 여가시간에는 산책과 독서를 한다. 은퇴한 업계의 지인들과 만나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처음 한신약품을 개업했을 땐 어땠나. 의약분업은커녕 의약품 유통이란 개념도 희미했을 것 같다.

처음 이 업을 시작할 때는 전국에 병원도매가 1~2곳 뿐이었고 전부 약국 대상 종합도매였다. 의약분업 전이었으니 약국이 의약품 공급의 유일한 통로였다.

그 당시 70년 대엔 가짜약이 엄청 많았다. 테트라사이클린, 클로로마이신 등 이름만 단 가짜약이 판을 쳤다. 제약사가 가짜약을 만들어 유통시키던 시절이다.

한신약품은 지방거래도 많이 했는데, 시골에 5일장이 열리면 약국·약방 진열장이 싹 비었다. 사람들이 약이라고 생긴 건 싹 다 쓸어가 약사들이 '약만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 때는 약이 귀해 약 자체를 구해서 보내주는 게 어려웠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의약품 제제도 세계적인 수준 아닌가. 한 해 몇백억 원어치 약이 폐의약품으로 버려지고 있다. 그것도 진짜약들이. 격세지감을 느낀다.

-협회장 활동도 오래 했다. 협회 일은 어떻게 시작했나.

72년 창업 후 바쁜 날을 보냈다. 자연스레 같은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분도 만들어졌다. 당시 서울에는 종오회, 한남회, 동성회 3개 모임이 있었다. 도매업체가 많이 몰린 종로, 영등포, 신설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들이다.

그 무렵 서울에는 67개 도매상이 있었는데 종로5가에만 38개 업체가 있었다. '종오회' 멤버가 서울지부 회원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영향력이 컸다. 우리끼리도 친해 매일 만나고 단합도 좋았다. 서울지부가 종오회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79년 종오회 회장을 맡았는데, 자연스럽게 81년 서울지부 회장을 하게 됐다. 연임을 거쳐 87년부터 91년까지 중앙회 회장을 했다. 2년 임기이던 시절 연임한 결과다.

-당시 협회의 주요 회무는 어떤 것들이었나.

제약사 난매 문제였다. 의약분업 때, 의약품 매입 계약을 해놓으면, 약을 서너번 받고 그 다음날부터는 10~15%씩 고정적으로 약 값이 떨어졌다. 제약사가 일단 도매에 팔았으니 나머지를 시중에 싸게 팔고 다른 도매에 더 싸게 팔고 하니 시중가가 저절로 하락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약을 받는 약국들도 약 가격을 덤핑하려 했다. 어음을 주려는 데도 있었다. 거래하기 힘들고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했다.

특히 인기품목인 삼진제약 게보린, 조선무약 청심원, 바이엘 아스피린 등이 심했다. 결국 제약사가 가격관리를 안 하니 생기는 문제였다. 제약사에 약 유통가를 관리해달라고 협회가 매일 요청하는 게 일이었다. 제약사만 잘 관리하면 난매는 발생하지 않는다. 도매협회가 이사회를 열면 대응방안으로 지불거절, 판매중지, 단체 반품하자는 얘기들이 매일 나왔다.

-지불거절, 단체 반품이라니, 지금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지금에 비해면 도매업체가 힘이 있던 시절이다. 종오회만 해도 행사를 하면 제약사들 찬조가 줄을 이었다. 지나고 보니 늘 그래왔지만 영업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져 지금은 다들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전국약국 유통망을 책임지는 종합도매는 피로도가 현저하다. 지금 종합도매가 서울에 5~6개만 남았다. 한신, 원진, 보덕, 신덕, 백광, 서울팜 정도다. 이 업체들이 제일 고생한다. 구색과 서비스를 백제·지오영 만큼 갖추면서 시장을 따라가야 하니 말이다. 이 업체들에 상을 줘야 한다. 어디 서울만 그런가. 종합도매가 전국 200여개였는데, 이제 규모 갖춘 업체는 20여 곳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한 길만 바라보던 많은 업체들이 도산과 정리를 선택했겠나.

한신약품 연혁
-의약품 유통에도 여러가지 제도가 도입되면서 도매업체에게 쉽지 않은 환경인 건 분명하다.

최근 10년 간 보아도 일련번호 제도 도입,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 홍보, 유통체계 선진화 등 많은 제도가 도입되고 그에 따라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마약류 오남용과 불법 유출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망 구축은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하고 투명한 의약품 유통 과정을 위한 일련번호 제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초기에는 많은 난관과 저항이 있지 않았나. 업체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장비와 인원 등, 많은 투자를 해야 했다. 지금은 정착되고 있어 대한민국 의약품 유통체계가 선진화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분명하지만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특히 전체 제약사의 2만 여개 의약품을 다 구비해야 하는 종합도매의 경우는 입·출고 관련 업무 시간이 대폭증가했다.

도매업체가 이런 고통을 감내했기에 의약품 생산부터 소비까지 이력 추적이 가능해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대한민국 제약 및 보건 산업에도 도매업체의 투자와 노력이 귀중한 도움이 됐다고 자부한다.

-제도 가운데 아쉬운 점은 없었나.

일련번호 제도다. 최종 요양기관인 병원·약국의 병행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니 반쪽짜리 미완의 제도로 전락할까 하는 우려감이 있다.

물론 약국이 제약사별, 도매상별로 약을 구분해 매입 정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책 없이는 오히려 제약사의 반품 거부 빌미로 남용된다. 실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안타까울 뿐이다.

-그럼에도 도매업체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그렇다. 제가 협회 일을 할 때 전국 회원사가 360개였다. 협회 가입률이 거의 100%에 달하던 시절이다. 당시 협회 이사회에서 10년 후를 목표로 도매 수를 100개로 줄여 건전유통 체계를 만들자고 결정했다. 시설평수를 661㎡(200평)으로 제한하는 방법이 거론됐다. 30년 전 200평이면 지금 기준으로 6600여㎡(2000평) 규모다. 그런 도매 100개면 우리나라 유통에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교수들 모셔 자문받고 국회에도 노력했으나 약사법에 올리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30년 전에 100개면 충분하다 봤는데, 지금은 오히려 난립하고 위수탁까지 활성화돼 3000개가 넘는다 하지 않나. 그 속에서 한신약품이 살아남은 건 천운이다 싶으면서도 품목도매 위주로 활성화되는 건 우려가 된다. 이제는 수습할 방법이 없다.

-공적도 있을텐데, 자랑한다면.

의료기관은 의약품 도매업 개설하지 못한다는 걸 약사법에 올리느라 1년 여를 고생했다. 그 때 규제를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병의원들이 하나씩 도매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건 꼭 했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전직 협회장이자 고문으로서 심정이 잘 느껴진다.

협회의 회원사 가입률을 보면 걱정이 된다. 도매허가가 3000개 나갔는데, 가입률은 현저히 떨어지지 않았나. 말이 안된다. 지금 협회는 3000개 업체를 대변할 수 없다. 조선혜 회장과 집행부들이 고민이 많을 것이다. 현명한 방안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협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가.

회원사를 위해 정부와 소통하고 의견을 개진해 영업환경을 잘 만들어가야 한다. 회원사들도 협회와 화합해 힘을 합쳐야 제약사로부터 불이익을 막아내고 유통수수료 인하에도 대응할 것 아닌가. 지금은 수수료도 안나오는 형편이다. 다국적사 의약품 시장점유율 50%를 넘었는데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제약산업 전체가 힘들어진다. 걱정되는 건 이런 도매업계 상황을 대변할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종합도매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위상을 키워나가야 한다. 팀웍이 중요하다. 이대로 가면 모두 고사한다.

-개별 도매업체들도 해야할 역할이 분명하지 않나.

그렇다. 절대적으로 상생적인 관계 구축, 파트너로서의 협력자, 동반자적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약사와 종합도매 간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거래가 자리잡아야 한다. 제약사는 적정한 유통 수수료를 인정하고 지불해야 한다. 구색을 갖춰야 하는 도매업체 특성을 이용해 낮은 수수료로 편승하려는 일부 제약사 행태는 재고돼야 한다.

아울러 도매업체도 시장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삼가고 제약사와 정부의 정책 이행에 협조하는 등 서로 간에 보람 있는 결과 도출에 힘써야 한다.

도매업체도 공공재란 의약품의 유통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긍지를 가져야 한다. 단순한 약품 배송이 아닌 정보와 경영 도우미 역할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은. 계속 강조하지만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 대형 업체와 중견 업체 모두 한 몸으로 시장에서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자 업체마다 규모에 따른 역할이 있다고 본다. 서로 건전한 경쟁을 통해 유통 질서를 회복해야 빠른 사회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

경자년 한 해 우리 업계의 더 큰 발전을 기도한다.

진종환 수상자 주요 경력 및 수상내역

1979년 경희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수료 1972 한신의약품판매 개업 1981 서울시의약품도매협회 회장 1985 의약품성실조합 부조합장 1987 한국의약품도매협회 회장 1991 한국의약품도매협회 고문

1985 국무총리 표창 1988 재무부장관 표창 1988 서울특별시장 표창 1991 국민포장 1994 보건사회부 장관 표창 2010 건강보함심사평가원 감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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