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15년→음악평론가 변신...인문학 권하는 약사
- 정흥준
- 2021-03-11 16: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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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훈 약사, 수석연구원 퇴사...클래식+인문학 해설가로 활동
- 중학교 때부터 클래식 심취...음악회만 연 100회 이상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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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스피드 스케이팅을 보면 직선 코스에선 비슷하다가, 코너를 빠져 나올 때 실력차이가 드러납니다. 코로나가 바로 이 코너를 도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약사들도 지금의 이 어려움을 잘 돌아나가야 합니다."
국내 제약사 연구원으로 14년 8개월. 수석연구원이었던 정지훈 약사(45·성균관대 약대)는 지난 2016년 퇴사 후 음악평론가로 전업했다.
올해로 6년차 음악평론가인 정 약사는 음악애호가들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강의만 1000회를 넘긴 베테랑 강사이기도 하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돌연 음악평론가가 된 엉뚱한 약사로 보일 수 있겠지만, 클래식 음악은 사실 그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커다란 줄기였다.
중학교 수업 시간에 우연히 보게 된 세계 3대 테너의 공연 영상은 정 약사의 미래를 결정한 커다란 사건이었다.
"당시 음악선생님이 비디오를 틀어줬는데 그게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가 1990년 함께 한 3대 테너 콘서트였어요. 반 아이들은 모두 잠들었는데 저는 정말 감명깊게 봤죠.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도 선생님을 찾아가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들었고, 그때부터 취미가 생겨서 하나둘씩 찾아 듣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보다 더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방문판매 사원의 꼬임에 클래식 전집 테이프를 구입한 적이 있어요. 당시엔 음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카세트 테이프가 작동하는게 신기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꼭 틀어 놨었는데 아마도 그게 중학생이었던 제 마음 속의 무언가를 건드린 거 같아요."
부모님의 바람으로 약대에 진학하면서도 정 약사의 마음 한켠에는 늘 클래식이 있었다. 한때 1년에 100회 이상 음악회를 다녔고 소위 ‘공연장 죽돌이’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 제약사에 취직한 뒤에는 음악동호회를 만들며 그의 클래식 사랑은 이어졌다.
"다음 카페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다보니 금방 회원이 2000명이 됐어요. 그렇게 동호회를 이끌다보니 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야하는 기회들이 생겼죠. 음향시설이 갖춰진 곳이 필요해 홀을 빌리는 경우가 잦았는데, 어느날 강의를 본 홀 대표님이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그때부터 음악평론가 활동이 시작됐죠."
정 약사는 제약사를 다니면서 음악홀 객원직으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 회사업무와 강의 요청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동호회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됐다.
"2016년에 마흔 살이 되었고, 이젠 진짜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더 늦기 전에 원하는 인생을 살아보라는 아내의 말에 용기를 얻어 퇴사를 결심했죠."
"클래식 아닌 인문학...음악으로 삶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전업을 하고 원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정 약사는 작년 지역 약사회 10여곳에서 인문학 강의를 맡기도 했다.
클래식을 통해 미학이 아닌 인문학을 얘기하고 싶다는 정 약사는 약국, 약사들의 변화에도 좋은 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럽이 가지고 있는 일과 쉼의 선순환을 얻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인문학과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가 모든 산업의 이슈죠. 궁극적으로 클래식의 미학에 대해 얘기하려는 게 아니예요. 인문학과 삶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사실상 클래식 음악을 통한 인문학 강의예요."
"유럽과 우리는 모두 노동시간을 줄여 쉼을 얻었어요. 차이가 있다면 유럽은 50년이 걸렸고, 우리는 3년만에 이뤄졌다는 거예요. 그동안 유럽은 예술문화 콘텐츠를 잘 정비해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으로 만들었고, 그 시스템을 통해 생업과 인문학의 창의적인 접목이 자연스럽게 일어났어요. 그것이 웰빙 유럽의 원동력이 됐죠. 그런데 우린 어떻게 쉬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생산적인 쉼의 철학이 부족한 상황이예요."
요즘 TV에 인문학을 주제로 하는 강의나 예능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난 것도 사람들에게 이같은 갈증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클래식 공연이 어렵다면 뮤지컬이나 영화감상도 좋다는 그는 취향이 아니더라도 쉽게 돌아서지 말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건 호기심이라고.
"작곡가 바흐의 청년 시절을 보면 구직과 커리어 사이에서 갈등하는 요즘 청년들의 고민이 보입니다. 쇼팽이 프랑스 파리에서 18년간 살면서 여덟 번 이사를 했는데, 그 집들의 위치만 봐도 당시 그의 음악, 생활, 돈벌이, 고민까지도 손에 잡히듯 보이죠. 요즘 혼자 사는 '나홀로족' 젊은이들의 삶을 200년전 쇼팽에게서 도움 받을 수 있어요. 모차르트가 파리 여관방에서 어머니를 잃은 장면에서는 누구나 부모님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클래식이 왜 좋은지. 그것들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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