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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누명 벗은 백수오, 국내 대표 식물자원 명예 찾을것"

  • 정새임
  • 2021-05-24 06:16:12
  • 양태진 교수(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 '가짜 백수오' 프레임에 농가·기업 줄줄이 무너져
  • 당시 유전자검사법 맹점 최초로 입증...종자 개발 중요
  • 백수오 살리기 나선 유한, 철저 검증법으로 신뢰 높여

양태진 교수가 직접 재배한 백수오 뿌리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백수오는 갱년기 여성건강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인정받은 한국의 토종 자원으로 약 7년 전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5년 4월 발생한 일명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로 백수오는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피해를 입은 것은 백수오만이 아니다. 백수오 제품의 선두주자였던 내츄럴엔도텍은 연매출 급감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돼 거래정지 상태에 내몰렸고, 100여곳이 넘었던 백수오 농가는 1~2곳을 제외하고 재배를 포기했다.

'가짜 백수오'라는 명칭이 붙은 배경은 당시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백수오 제품 원료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전자 검사에서 중국 약재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되면서다. 이엽우피소가 국내 식품 원료로 등록되어 있지 않고, 과다 복용 시 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일부 논문이 인용되면서 '가짜'라는 프레임이 씌였다.

하지만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박주라이아과에 속하는 근연 식물로 식물 중에서 가장 가까운 종으로 알려져 있다. 두 식물은 조상은 같지만 백수오는 한국, 이엽우피소는 중국에 기원을 두고 있는 친척 관계로 주요 성분과 효능이 거의 유사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인용한 이엽우피소의 독성 연구도 과도하게 복용할 경우 독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한국독성학회는 해당 연구의 허점과 왜곡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결정적으로 백수오가 '가짜' 오해를 벗게 된건 학계의 노력 덕분이다. 이엽우피소가 혼입되었다는 백수오의 검사법 자체에 허점이 발견되면서다. 양태진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백수오 파동 당시 검찰로부터 외부 전문가 자문을 의뢰받고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시료 검정을 위한 유전자검사법 적용 과정을 살펴보던 중 그는 의아함을 느꼈다.

양 교수는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가까운 근연식물인데 두 식물을 구분하는데 단 하나의 유전자검사법만 적용했다. 그 검사에서도 3% 미만의 아주 미미한 혼입만이 발견돼 비의도적인 혼입으로 결론 내려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당시 이러한 검사법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직접 두 약제의 유전체 정보 전체 해독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인삼 유전체를 완전 해독하기도 했던 식물 육종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양태진 교수는백수오와 이엽우피소 유전체정보 해독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에 복제된 엽록체 조각(MTPT)이 예상하지 못한 유전자검사법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양 교수는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를 완전히 해독하고 비교분석해 두 식물의 16만개 DNA가 엽록체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에도 보존되어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에너지생산에 관여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는 염기서열 변이가 엽록체보다 더 잘 보존돼 있다. 따라서 엽록체간에는 변이가 발생했어도 미토콘드리아로 전이된 유전자 서열(MTPT)상에서는 두 종이 동일한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양 교수의 연구로 처음 입증됐다.

그동안 미토콘드리아에도 엽록체 유전체가 복제되어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엽록체 유전체에서 백수오와 이엽우피소간 차이를 보이는 한개의 뉴클레오티드를 분석해 두 종을 구분해왔다. 염기서열 순서상 T가 있어야 할 자리에 C가 있으면 이엽우피소로 판별하는 식이다.

그런데 엽록체 분석에서는 다른 유전자형이 나온 두 종이 미토콘드리아를 분석한 결과, 같은 유전자형을 보이는 경우들이 발견됐다. 결국, 현재의 유전자검사법으로는 진짜 백수오도 이엽우피소로 잘못 검증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제정된 유전자검사명령제 방식으로 백수오 농가가 생산한 순수 백수오를 검사했더니 모두 불합격을 받은 사례들이 나타났다. 이에 양 교수는 연구를 통해 자체 개발한 7가지 유전자검사법으로 재검사를 해봤다. 결과는 분석 시료 10개 모두 순수 백수오로 판별됐다. 현 검사법의 맹점이 드러난 대목이다.

특히 식물은 유전체가 크고 종내 변이가 다양해 예측하지 못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양 교수는 부연했다.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자 차이가 1.6%에 불과하지만, 식물은 같은 종 안에서도 훨씬 더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옥수수간 유전자 차이는 3%에 달한다. 식물의 광범위한 종내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제2의 백수오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유한양행과 유한생활건강이 서흥·내츄럴엔도텍과 손잡고 선보인 백수오 제품. 30 verified process를 적용해 신뢰도를 높였다.
양 교수의 노력으로 백수오는 다시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던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 살리기에 나섰다. 여기에 국내 톱 제약사인 유한양행도 손을 내밀었다. 유한양행과 유한건강생활은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 원료로 만든 완제품을 독점 공급받아 판매키로 했다. 유한양행과 유한건강생활의 브랜드를 내걸고 백수오를 활용한 다양한 갱년기 증상 완화 제품을 선보인다.

여전히 남아있는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유한양행과 유한건강생활은 독자 개발한 검증법인 '30 베리파이드 프로세스(30 Verified Process)'를 적용했다. 멀티 바코드 DNA분석법으로 원물부터 기능성 원료, 완제품까지 총 30단계에 걸쳐 철저히 검증한 제품만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다. 그 어떤 제품보다 검증과 신뢰를 강조하며 탄생한 '유한 백수오 로얄'은 백수오의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해당 검증법이 원물과 추출물에 대해 2회에 걸쳐 3가지 유전자검사법을 적용하므로 한가지 검사법으로 파생할 수 있는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 상황에서 국내 토종 자원인 백수오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가치도 크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유전자원 의존도가 식물의 경우 69%에 달한다.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해외 유전자원으로 만든 제품은 그 이익을 제공국과 공유해야 한다. 로열티 부담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토종 식물 자원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빅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백수오는 이미 갱년기 여성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았고,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부작용에서도 안전하다. 백수오에서 추출한 복합추출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캐나다 보건부, 유럽 식품안전국 등 전세계 7개국에서 원료 안정성도 인정받았다. 과거 상업성도 입증한 바 있어 토종 대표 자원으로 개발하기 최적의 조건이다.

양 교수는 "백수오 내에서도 기능성이 우수한 맞춤식 종자를 개발하면 과거와 같은 백수오 혼란을 막을 수 있다"라며 "백수오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종자 개발을 통해 모범적인 케이스로 부활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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