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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20년된 노래수첩엔 애창곡 빼곡...동네스타 고 약사님

  • 강혜경
  • 2021-07-13 13:55:55
  • 동두천 청주중앙약국 고동석 약사
  • TV조선 '내 딸 하자' 출연
  • "노래가 위안…70넘은 지금도 심야약국 자처하는 이유"

TV조선 '내 딸 하자'에 출연한 고동석 약사.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노래방 곡 번호 외우는 약사'로 최근 화제를 모은 약사가 있다.

고동석 약사.
지난 3일 TV조선 '내 딸 하자'에 출연해 곡 번호를 줄줄 외고 노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마음껏 뽐낸 덕에 평소 약국을 이용하던 단골들 조차 색달라 하며 '그 약사님이 약사님이 맞느냐'고 묻는다.

경기 동두천에서 청주중앙약국을 운영하는 고동석 약사(74·중앙대 졸)는 "방송을 보시고 바로 약국으로 오신 분도 계시고 며칠째 계속 인사치레를 듣고 있다"며 "그저 노래를 잘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딸의 신청으로 방송에서 까지 소개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동두천시약사회 감사를 맡고 있는 고동석 약사는 이곳에서만 50년 가까이 약국을 운영해 온 동두천의 산증인이자 선후배 약사들을 잇는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1975년 보산동에서 첫 개국을 한 이후 1982년 현재 중앙동으로 약국을 이전한 뒤 40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 동두천에 위치한 청주중앙약국.
동호회 가운데 하나인 '노래사랑모임' 역시 그에 의해 탄생했다. 2000년 의약분업이 이뤄지면서 반회를 활성화 해보자는 차원에서 산악반, 테니스반 같은 동호회들이 생겨났고 평소 노래에 관심이 많던 고동석 약사는 무작정 노래사랑모임을 만들어 현재까지 15명 정도가 꾸준히 모임에 참여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작년부터 모임이 끊긴 게 내심 안타깝기도 하다. 재미난 에피소드도 무궁무진하다.

"여름에는 해가 길다 보니 좀 일찍 약국을 정리하고 저녁 나절 노래방에 갔다 나오면 세상이 훤해요. 벌써 날이 밝은 거죠. 이런 적이 몇 번이나 있고 또 6곡을 불러 연달아 100점이 나오기도 하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어려워져 안타깝죠."

멤버들 역시 고 약사를 '노래 대부님'이라고 부른다. 그는 "처음에는 노래 한 곡을 부르는데 마음대로 안 돼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현재는 장르를 불문하고 원하는 만큼의 실력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 20년간 꾸준히 노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20년간 한 곡 한 곡 노래를 분석하고 공부해 왔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모든 노래들이 나오니까 악보 보는 법부터 박자감, 포인트들을 손쉽게 분석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테이프, CD를 구입해 반복해가며 감으로 터득하는 수밖에는 없었어요."

'노래방 번호는 어떻게 외우게 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처음부터 외우고자 했던 것은 아니고, 곡이 많지 않다 보니 외우기 시작했던 것인데 점점 많아지게 됐다"며 "20년 묵은 노래수첩이 그 비밀"이라고 말했다.

20년된 노래수첩(왼쪽)과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약국 의자.
곡 번호는 물론 본인에게 맞는 키까지 600여곡의 노래가 세세하게 적힌 노래수첩은 이미 닳고 닳아 귀퉁이에 테이프가 감겨져 있고, 종이 색이 바랜 부분도 있다. 그가 더 노래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노래가 그에게 힘이 됐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전 현재 약국이 있는 위치는 '생쥐골목'이라고 불릴 만큼 동두천 내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번화가였다. 임의조제가 가능하던 때인만큼 처방과 일반약을 찾는 환자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주변에 의정부, 일산 등 신시가지가 생겨나고, IMF가 터지면서 약국은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3명이었던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약국을 지키면서 시간과의 싸움을 벌였다는 게 고 약사의 설명이다. 궁여지책으로 약국 영업시간을 늘리고 홀로 보내는 시간을 보다 잘 보내기 위해 노래를 듣고, 노래를 연구하며 위안을 찾기도 했다는 것. 덕분에 청주중앙약국은 현재도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토요일·공휴일 오후 12시부터 10시까지 문을 연다.

처방을 따라 이전하지 않았기에 힘든 침체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덕분에 처방에 얽매이지 않고 매약과 상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주민들 인식에도 '청주중앙약국은 언제고 늦게까지 열려있다'는 인식이 자리잡히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하던 장시간 근무도 이제는 고객이 헛걸음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명으로 바뀌어 힘을 내게 한다는 것.

그는 "70세가 넘었지만 아직까지 아픈 데 없이 이전처럼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라며 "누구든 내가 즐거운 일을 찾고, 틈틈이 그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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