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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교수의 평생소명은 인류위한 신약 개발"

  • 김동욱 교수(의정부을지대병원 혈액종양내과)
  • 30여년 몸담은 성모병원 떠나 새 둥지…"정년 고민없이 연구 이어가고 싶어"
  • 유전체 분석부터 신약 개발·AI 진단까지 CML 치료 발전 위한 열정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지난달 24일, 의정부을지대병원 본관 2층에 위치한 혈액종양내과는 새 사람을 맞을 준비로 북적였다. 아직은 새 진료실이 어색한 김동욱(60)교수는 병원 직원을 비롯해 그를 찾아온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정식으로 개원한 지 반년이 채 안된 신생 병원임에도 혈액종양내과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동욱 교수가 30년 가까이 몸 담았던 성모병원을 떠나 의정부을지대병원에 새 둥지를 텄다.

김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에 재직하며 최초의 성과들을 이어갔다. 최초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비롯해 차세대 약물 연구를 주도했고, CML 표적항암제 중 유일한 토종약인 '슈펙트' 임상에도 앞장섰다.

환자마다 각기 다른 치료 효과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에도 힘을 쏟으며 정밀의료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김 교수의 노력이 빛을 발하며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최초로 혈액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혈액병원을 세웠고, 초대 혈액병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동욱 교수
이미 수많은 업적을 세운 김 교수에게 왜 병원을 옮겼냐고 묻자 그는 "연구를 더 많이, 더 오래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해외에서 만난 교수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세계혈액학회에서 지팡이를 짚고 좌장으로 참여했던, 아흔이 넘은 원로 교수가 인상깊었다고 했다.

5년마다 CML의 표준 진료를 만들기 위해 전세계 35명의 전문가가 모이는 백혈병 네트워크에는 여든 넘은 교수도 있다. 아쉽게도 성모병원은 평생 연구하는 교수의 꿈을 이어가기 힘든 환경이었다.

대개 우리나라 의대 풍토는 65세에 모교에서 정년퇴임하고 명예교수를 한 뒤 다른 병원으로 옮겨 5년 정도 일하다가 끝내는 것이 관행이다.

"혈액병원장으로서 선배들의 은퇴를 지켜봤는데, 여전히 팔팔하신 분이 아침까지 수술을 하다 오후에 퇴임을 하더군요. 55세가 넘어가면 진료가 줄고 연구실도 사라지곤 해요. 제 연구실 역시 점점 연구비가 줄면서 연구원수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왔습니다. 60세를 넘긴 교수에게 정부 과제는 거의 주지 않아요. 그런데 유럽, 미국은 80, 90세가 넘어도 여전히 연구를 주도하는 원로 교수들이 많아요. 우리나라와 꽤 차이가 나죠."

정년퇴임이 5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도 마음에 걸렸다. 환자들이 먼저 김 교수에게 정년을 묻곤 했다. 특히 이제 막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 김 교수는 정년퇴임이나 연구실 축소 걱정 없이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오랫동안 고민했다. 의정부을지대병원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의정부을지대병원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연구원들과 오래 같이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꾸릴 수 있도록 말이죠. 덕분에 본관 뒤 신축 건물에 새 연구소를 열심히 세팅 중입니다. 정식 오픈하면 카이스트,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운대 등과 MOU를 맺어 공동 연구를 할 예정입니다."

김 교수는 벌써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 정부 연구과제로 선정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발병/재발연관 단일세포 다이나믹 규명연구'로 병의 발병 원인과 환자마다 치료 효과가 달라지는 이유를 규명하는 프로젝트다.

환자의 유전자와 혈액 내 수만개 세포들을 분석해 원인을 찾아내려는 시도다. 여기서 백혈병과 연관된 유전자를 찾아내면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현재 김 교수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연구이기도 하다.

또 바이오벤처와 협업해 '슈펙트'처럼 또 다른 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를 제안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개발에는 2년 전부터 뛰어들었다.

정부 과제도 향후 5년 내 완성할 예정이다. 연구를 통해 환자 유전자에 따라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구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은 스크리닝을 통해 2개의 후보물질을 찾아낸 상태다. 2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인공지능은 실전 테스트 단계다. 환자의 나이와 성별, 좋아하는 음식, 유전질환 등 모든 특징을 입력했을 때 5개 CML 표적항암제 중 가장 적합한 약제를 고르고 치료 반응, 부작용에 따라 용량 조절, 중단 후 교체 등의 방안을 제시할수 있도록 설계됐다. 관련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강연을 가면 교수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약을 선택하는가'입니다. 그에 대한 완벽한 답을 줄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입니다. '기능적 완치'로 약을 중단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환자에서 재발하고, 얼마나 빠르게 재발하는지도 예측할 수 있도록 암 세포가 늘어나는 스피드, 각도, 기울기 등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그럼 첫 환자에게 이 약을 썼을 때 5년 내 약을 끊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있게 되겠죠."

김 교수의 연구는 오로지 환자를 향해 있다. 수술이 아니면 살 방법이 없던 시절, 표적항암제의 가능성을 보고 매달렸던 것처럼. 지금은 CML 환자들이 약을 중단해도 재발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놓지 않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200명 가까운 환자가 약을 중단하고 있어요. 미래에는 더 많은 환자가 약을 끊고도 여생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주변 동기들이 '이제 쉬엄쉬엄하고 즐길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말을 했을 때 제가 했던 답은 '내 인생은 교수다' 였어요. 스승 밑에서 이 분야를 시작했으니 이 병에 대해 끝장을 봐야죠. 그러려면 10년, 15년 더 오래 연구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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