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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불순물 제거-유기화합물 커스텀마이징 시장 리딩"

  • 정새임
  • 2021-11-15 06:16:14
  • [인터뷰]구기철 박사(머크 씨그마알드리치 한국CS랩 헤드)
  • 2019년 전세계 두 번째로 한국에 '주문합성랩' 설립
  • 불순물 화학적 제거 솔루션 제시…"기업간 협업 기대"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당시 미국 제약사의 다급한 요청으로 한 달 만에 진단키트 시약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합성 레시피를 만들어냈습니다. 까다로운 의약품 합성도 CS랩이라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구기철 한국CS랩 박사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의 씨그마알드리치(Sigma Aldrich)가 전 세계 두 번째로 설립한 한국CS랩의 구기철 박사는 신약 등 의약품 합성에서 자신감을 내보이며 국내 기업과의 협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씨그마알드리치의 CS랩(Custom Synthesis Lab)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화학물질의 합성을 진행해주는 이른바 '주문합성랩'이다. 본래 씨그마알드리치는 30만개 이상의 시약을 판매하는 최대 시약 전문 회사다.

2015년 머크가 생명과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하면서 머크 소속이 됐다. 기존에는 정해진 규격의 시약을 진열하고 고객이 필요한 걸 선택하는 방식이었는데,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화학물도 만들어내는 '커스텀마이징'에 뛰어들었다.

CS랩은 기존에 없던 물질도 새로운 최적화 경로를 찾아내 만들어낼 수 있다. 생산 단위 역시 기존 mg 단위에서 kg 단위로 늘릴 수 있다.

케미컬 합성의 경우 실제 원활하게 합성할 수 있는지, 대량공정이 가능한지, 순도가 적합한지 등을 따져야 하는데 새로운 합성물질의 경우 이러한 요소를 모두 따지면서 경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CS랩은 머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신시아(Synthia)'를 적용해 합성 경로 설계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신시아는 유기화학자와 컴퓨터 전문가들이 15년에 걸쳐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방대한 양의 유기 합성 법칙을 코딩해 만든 알고리즘이다. 문헌에 나와있는 합성 경로뿐 아니라 문헌에서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경로를 다양하게 분석한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씨그마알드리치 한국CS랩에는 6명의 석·박사 연구원이 모여있다. 제약뿐 아니라 전자재료, 폴리머, 반도체 등 유기화합물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경력도 다채롭다.

CS랩이 합성이 필요한 대부분의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들 중에서도 CS랩 헤드(Head) 역할을 하는 구기철 박사는 LG생명과학 의약연구소와 LG화학 첨단소재 재료연구소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2019년 창립부터 CS랩을 꾸려 온 구 박사는 "국내 이슈인 사르탄류 불순물 문제도 다양한 화학적 방법으로 사전에 제거할 수 있다. 불순물처럼 해결이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다룰 때 더 흥미를 느낀다"면서 "합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국내 바이오텍, 제약사와 다양한 협업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구기철 박사와의 일문일답.

한국CS랩 내부(사진: 머크라이프사이언스)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의 씨그마알드리치 CS랩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씨그마알드리치는 시약 전문 회사로 과학자 사이에서 굉장히 잘 알려져 있다. 고객들이 30만개의 시약 리스트를 보고 필요한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카탈로그에는 고객이 원하는 시약이 없을 수도 있고 있어도 양이 매우 적을 수 있다.

산업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늘어나리라 예상해 주문합성랩(CS랩)을 세웠다. 기존에 없는 시약을 우리를 통해 만들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다.

-한국에 씨그마알드리치 CS랩이 두 번째로 만들어졌다. 다른 글로벌 제약 강국이 많은데 왜 한국을 택했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케미컬을 굉장히 광범위하게 쓰는 나라 중 하나이고 케미컬 시장도 크다. 이런 한국 시장의 특성을 씨그마알드리치가 높게 평가했다. 이 공간은 2019년 마련됐는데, 당시 송도가 급격하게 바이오 허브로 성장하고 있었고, 정부에서 집중하는 이니셔티브를 머크에서 파악하고 투자에 나섰다.

-고객(기업)이 요청하는 대로 모든 합성이 가능한가?

=실제 합성이 원활히 되는지 분석을 해야 한다. 합성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예상한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잘 파악하지만, 바이오텍 등 바이오 부문에 강한 분들은 힘든 구조를 요청할 때가 있다. 이런 구조는 기존 논문에만 의지해서는 합성 경로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에 AI 소프트웨어 신시아로 경로 설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신시아로 루트를 먼저 찾고 숙련된 화학자들의 지식과 경험으로 고합성 경로를 완성하는 것이다.

합성이 불가능한 사례라면 소량으로는 제작이 가능하지만 구조가 복잡해 증량을 했을 경우 너무 고비용이 든다거나 프로세스가 가능하지 않은 경우다. 물론 우리는 '안 되는 것도 되게 하자'는 정신으로 어려운 프로젝트에도 도전하고 있다.

-실제 안 될 것 같던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나

=지난해 미국 고객사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들어갈 시약을 신속히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해당 물질은 우리 카탈로그에는 있었지만 소량 스케일의 레시피로 대량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대량 생산할 경우 수율이 30%밖에 나오지 않는다. 요리에 비유하면 4인용 가정에 적합한 레시피를 수천명이 먹을 수 있도록 변경해야 하는데, 공정 과정이 복잡해 통상 3~4달, 길게는 6개월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인도 CS랩에서는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행히 본인이 전 회사에서 양산개발이었고 학위도 전합성을 전공으로 했다. 이 경험을 발휘해 한 달 만에 공정 개발을 끝낼 수 있었다. 한국 CS랩이 높은 강도와 빠른 속도로 일을 진행한 결과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지난해 이 제품이 많이 팔렸다. 올해 9월에는 일반의약품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일반 가정에서 구입하고 있다.

또 레시피를 개발하면서 기존과 달리 공기 중에서 변성이 잘 일어나지 않도록 안정화를 시켜 유효기간을 늘렸다. 현재 이 물질이 분해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안정성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만든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분해되지 않고 있다. 빠른 개발과 동시에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한 사례다.

-진단시약 외 신약 등 의약품 합성도 진행하는가

=그렇다. 미국 제약사가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희귀의약품 신약의 원재료를 의뢰받아 진행했다. API 전 출발물질인데, 상업화가 되려면 대량생산의 순도를 맞춰야 한다. 올해 실험과 파일럿 테스트, 양산 테스트 등을 거쳐 공정개발에 성공해 곧 생산에 들어간다. 내년 인허가를 받고 시판이 되면 2023년부터 톤(ton) 단위로 생산될 예정이다.

시판이 되면 특허기간인 약 20년간 안정적으로 출발물질을 우리가 공급하게 된다. 한국 CS랩이 A물질을, 인도 CS랩이 B물질을 만들고 미국 사이트에서 A와 B를 섞어 C를 만들어 고객에게 최종적으로 넘기게 된다. 즉, 글로벌 생산 체인의 한 축을 맡는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다.

-국내사와의 협업 사례도 있나

=기존 API를 다른 형태로 바꾸는 협업도 이뤄진다. 예를 들어 특정 질환에서 환자들이 알약을 잘 삼키지 않으려 해 복용이 편하도록 섭취가 쉬운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고객사 자체적으로 실험을 해봤는데 성공하지 못해서 우리가 진행해보기로 했고, 실제 개발에 성공해 양산을 준비하는 단계다.

한국도 바이오텍들이 많아졌는데, 이들은 바이오에서 강한 반면 합성 시설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실제 약을 개발하다보니 합성의 필요성을 느끼는 회사들이 많아진 것 같다.

또 최근 사르탄류 불순물 이슈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사전에 화학적 방식으로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다. 실제 불순물 제거를 요청한 업체가 있어 솔루션을 제시한 바 있다. 크로마토그래피, 재결정 등 물리적인 방법 외에도 고혈압 약의 하이드라진 유도체를 제거하는 등 여러 기술을 써볼 수 있다.

AI 소프트웨어 '신시아'(사진: 머크라이프사이언스)
-합성 경로를 찾는 AI 소프트웨어 '신시아'의 특징은 무엇인가? 기존에 없는 합성 경로를 어떻게 판단 내리는지?

=기존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은 수많은 변수를 모두 고려하는 소프트웨어가 없어 캐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신시아는 화학자가 직접 코딩을 해 정확도가 높다. 단순한 기계적 계산법이 아닌 오랫동안 쌓인 노하우가 활용된다.

인간이 합성을 하면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신시아가 고려해 경로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기존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성능이 좋고 시간도 단축된다. 바인딩이 잘 되는 구조이지만 합성이 안 될 때 신시아로 루트를 찾아볼 수 있다. 또 새 루트를 개발할 때 규제에 위반되지 않고 좀 더 수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준다. 실제로 작년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찾지 못한 루트를 신시아가 찾은 적 있다.

이에 일본, 유럽의 대형 제약사들은 신시아를 많이 도입했고, 아예 사내에 신시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들었다. 특히 신시아는 디스커버리 단계에서 이 물질을 어떻게 하면 증량 가능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신시아는 레시피를 줄 뿐, 최종 물질을 개발하는 것은 화학자의 실력이다. 같은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어도 셰프에 따라 맛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의약품 합성에서 CS랩이 지니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제약사 자체적으로도 합성을 진행하지만 특정 물질을 대량 생산할 레시피를 개발하는 역량까지 갖추기가 쉽지 않다. 굉장히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 머크는 66개국에서 운영되는 기업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300년 이상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분명한 경쟁력이다. CS랩의 경우 요청을 하면 미국에서 레시피가 오기도 한다. 그만큼 CS랩은 솔루션을 제공할 가능성이 다른 곳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한국CS랩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처음 CS랩이 출범했을 땐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년 코로나19 진탄키트 시약을 개발하면서 글로벌에서 신용을 얻고, 국내사와도 협업할 기회가 생겼다.

개인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보다 불순물처럼 해결이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다뤘을 때 더 흥미를 느낀다. 합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국내 바이오텍, 제약사와 새롭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자 한다. 'CS랩에 맡기면 될 것 같다'는 인식을 통해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보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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