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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의 귀찮은 일 줄인다"…플루토랩스가 그리는 AI 확장

  • 황병우 기자
  • 2026-08-06 06:04:43
  • 요약
  • 인용 네트워크로 논문 분류…가설·연구 기획 지원
  • 출시 3개월 만에 국내 유료 계약 2건…포스텍 도입
  • 제약바이오 경쟁 분석·실험 에이전트로 영역 확대

[데일리팜=황병우 기자]연구자의 경쟁력은 새로운 가설을 세우는 데서 시작되지만 실제 연구 시간의 상당 부분은 논문을 찾고 선행 연구를 분류하며 실험 조건을 확인하는 데 쓰인다.

인공지능(AI) 기반 학술 기술 기업 플루토랩스가 겨냥한 것도 이 반복 작업이다. 논문 검색을 넘어 연구 주제 발굴과 가설 수립, 실험 검증까지 지원해 연구자가 실행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데일리팜은 유준선 플루토랩스 대표(38)를 만나 창업 배경과 연구 지원 AI의 차별점, 제약바이오 분야로의 사업 확장 전략을 들어봤다.

논문 검색의 불편에서 시작된 창업

유준선 플루토랩스 대표

플루토랩스는 유 대표가 직접 연구에 참여하며 겪었던 불편에서 출발했다.

포스텍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던 유 대표는 기계공학 분야 논문 작성에 참여한 뒤 AI와 컴퓨터 과학으로 연구 영역을 넓혔다. 이 과정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일 못지않게 필요한 논문과 정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에 주목했다.

2017년 프로젝트 형태로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2019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유 대표는 "연구를 할 때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더 큰 불편을 느꼈다"며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시작한 회사가 플루토랩스다"라고 말했다.

플루토랩스의 핵심 기술은 논문 사이의 인용 관계를 분석해 연구 영역을 세분화하는 것이다.

같은 분야의 논문은 유사한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단순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연구 방법이나 해결하려는 문제가 다른 논문까지 함께 노출될 수 있다. 플루토랩스는 논문이 서로 어떻게 인용되는지를 분석해 연구 주제와 접근 방법에 따라 군집을 형성한다.

대표 서비스인 싸이냅스는 이를 바탕으로 논문과 연구자를 검색하고 분야별 연구 동향을 분석한다. 싸이냅스 AI는 논문 조사에서 연구 가설의 생성과 검토까지 지원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주요 유료 고객은 대학과 연구기관이다. 연구자가 보유한 기술과 장비를 고려해 도전할 만한 연구 주제를 찾거나 기존 연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공백을 확인하는 초기 기획 단계에 활용된다.

유 대표는 "연구자가 가진 기술과 장비로 어떤 문제를 풀어야 영향력이 클지, 해당 분야에 어떤 연구 공백이 남아 있는지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며 "단순한 논문 검색보다 연구 방향을 전략적으로 정하는 도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네이처급 가설보다 지금 가능한 연구

연구 가설과 연구 계획을 지원하는 AI 시장에는 글로벌 기업도 뛰어들고 있다. 유 대표는 플루토랩스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례로 딥마인드의 코사이언티스트를 꼽았다.

다만 플루토랩스는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낼 가설을 만드는 것보다 다수 연구자가 현재 보유한 자원과 시간 안에서 실행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유 대표는 "아무리 좋은 연구 가설과 계획을 제안해도 필요한 장비가 없거나 2~3년이 걸리는 실험이라면 당장 올해 논문을 써야 하는 연구자에게는 쓸 수 없는 결과"라며 "플루토랩스는 대부분의 연구자가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연구기관 시장에서의 선점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같은 용도의 소프트웨어를 여러 개 도입하지 않고 기존 제품을 장기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기관이나 대학은 한 번 도구를 도입하면 오랫동안 바꾸지 않는 보수적인 시장"이라며 "국내 유료 계약과 해외 시범사업을 먼저 확보하는 것 자체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루토랩스는 싸이냅스 AI를 2025년 10월 출시한 뒤 3개월 만에 국내 유료 계약 2건을 확보했다. 현재 해외 시범사업을 포함해 6건 이상의 파일럿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텍이 정식으로 서비스를 도입했고 카이스트에서도 시범 적용에 들어갔다.

대학과 연구기관 대상 소프트웨어는 기관의 회계연도와 예산 편성에 맞춰 계약이 이뤄져 판매 주기가 길다. 유 대표는 출시 직후 유료 계약과 시범사업이 이어진 점을 초기 시장성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했다.

그는 "기관용 연구 도구는 판매 주기를 최소 1년 정도로 보는 시장인데 출시 3개월 만에 국내 유료 계약을 확보했다"며 "대학에 판매하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프라인 분석서 실험 에이전트까지

플루토랩스는 대학과 연구기관 중심의 서비스를 제약바이오 산업으로 확장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는 논문에 포함된 기업·연구자·연구비 지원 정보 등을 분석해 신약 개발 경쟁 구도를 정리하는 방식이다. 특정 표적이나 모달리티를 연구하는 기업, 관련 분야에 투자하는 글로벌 제약사 등을 찾아 사업 개발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AI가 생성한 보고서를 통해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있으며 향후 연구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실험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에이전트도 개발 중이다. 기존 문헌과 수치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 가설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실험 데이터에서 이상치나 잡음 가능성을 찾는 방식이다.

연구자가 잘못된 조건이나 누락된 변수를 뒤늦게 발견해 실험을 반복하는 일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회사는 올가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 대표는 "타깃을 찾았다고 해서 약이 바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타깃이 실제로 유효한지 확인할 실험 계획이 필요하고 가장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부분도 실험 사이클의 반복"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실험 반복 횟수를 줄이고 연구 전체 주기를 단축하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공개된 논문뿐 아니라 연구기관 내부에 축적된 미공개 데이터와 실패 경험까지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유 대표는 현재 거대언어모델이 숫자와 분야별 맥락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같은 수치라도 연구 분야와 실험 조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지만 언어 중심 모델은 이를 충분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어떤 분야에서는 20이라는 차이가 작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말도 안 될 정도로 클 수 있다"며 "연구는 숫자와 기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현재 모델은 숫자에 대한 감각과 신뢰성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요하지만 귀찮은 일도 있고 중요하지 않지만 귀찮은 일도 있다"며 "그러한 병목을 해결해 연구자가 떠올린 상상을 실제 연구로 옮길 수 있는 범위를 넓혀주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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