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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껄무새'가 된 정부의 방역 대책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요즘 주식 투자자들이 즐겨 쓰는 신조어 중에 '껄무새'라는 말이 있다. 후회할 때 쓰는 '~할걸'과 같은 말을 반복하다는 의미의 '앵무새'를 합친 용어다. '그때라도 살걸', '수익 났을 때 팔걸' 등 미리 사거나 팔지 못하고 매번 후회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 정부의 방역대책도 '껄무새'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1월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에 이어 3월 감기약, 해열제 등 호흡기질환 치료제까지 올해 방역 대책으로 벌써 두 번의 품절 대란을 겪었다. 올 초 방역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급히 기업들에게 생산 확대를 요청했지만 며칠 만에 뚝딱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자가진단키트의 경우 작년까지만 해도 정부는 검사의 신뢰도를 언급하며 사용을 꺼렸다. 허가는 받았지만 약국에서 거의 팔리지 않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자연스레 업체들은 내수용을 최소화하고 수출용 생산을 늘렸다. 그런데 갑자기 정책 변경으로 정부로부터 대량 생산을 요구받게 됐다. 수출용을 내수용으로 돌리고, 덕용 제품을 한시적으로 포함해 겨우 생산량을 맞췄으나 대부분 정부가 물량을 가져가면서 시중에서는 키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키트를 소분하는 작업과 오락가락 하는 가격으로 일선 약국은 아수라장이 됐다. 소비자도 키트를 구하기 위해 약국과 편의점을 전전해야 했다.

감기약 등 호흡기질환 치료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애초 호흡기질환 치료제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 예년보다 올해 목표 생산량을 일제히 줄인 상태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은 급작스럽게 품절 폭탄을 맞았다. 이번에도 정부는 문제가 터지자 부랴부랴 제약사들을 불러모으고 공장을 방문해 생산 확대를 요청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역시 많은 생산량이 정부 물량으로 들어가면서 약국에서는 여전히 약을 찾아볼 수 없다.

정부의 안일한 정책 판단은 제약 업계 전체에 혼란을 일으켰다. 제약사들이 감기약 생산에 몰두하느라 다른 약을 만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품절 사태가 감기약과 관련 없는 다른 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뒤처리는 약을 구하지 못하는 약사들과 수많은 문의를 처리해야 하는 제약사 직원들의 몫이 됐다.

정부는 작년 중반쯤부터 위드 코로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오미크론 변이 등 여러 변수로 전환 시기는 조정됐지만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을 철저하게 시뮬레이션 했다면 충분히 사전에 비축분을 준비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 여겨진다.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이 자가진단키트로 1차 검사한다면 키트 수요가 늘 것이고, 경증 확진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감기약이나 해열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그렇게 어려운 예측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의 방역대책을 보며 과거를 후회하는 껄무새가 떠오르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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