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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입증 못한 약, '임상재평가' 5년 동안 계속 처방

  • 이탁순 기자
  • 2026-10-13 09: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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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종덕 의원, 2012년 이후 임상재평가 17건 분석 결과 공개… "기한 연장 폐지해야"
전종덕 의원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이미 시판 허가를 받은 의약품의 효능을 다시 검증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재평가’ 제도가 장기화되면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이 수년 동안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으며 무분별하게 처방되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가 늦어질수록 제약사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반면, 그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환자들의 본인부담금 피해는 고스란히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진보당 전종덕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임상재평가 결과가 나온 17건 중 11건은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고, 1건은 일부 적응증만 인정받는 데 그쳤다. 전체의 70%가 넘는 12건이 효능을 온전히 입증하지 못해 퇴출되거나 적응증이 삭제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재평가 공고부터 최종 결과가 공시되기까지 평균 5.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재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의약품들은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계속해서 처방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퇴행성 질환 치료제로 쓰였던 ‘아세틸-L-카르니틴’이다. 이 약물은 2018년 한 해에만 약 677억 원어치가 처방될 정도로 널리 쓰였으나, 2013년 재평가 지시 이후 기한이 거듭 연장되면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차적 퇴행성 질환은 약 6년,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은 약 9년 6개월이나 걸렸다. 결국 두 적응증 모두 효능 입증에 실패했지만, 이미 수천억 원대의 건보 재정과 환자 약값이 지출된 후였다.

뇌기능 개선제로 처방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역시 2020년 임상재평가가 시작된 이래 2026년 4월까지 치매 관련 처방액이 약 6300억 원인 반면, 효능 논란이 큰 ‘치매 이외 질환’ 처방액은 4배가 넘는 약 2조6000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처방 끌기’가 가능한 배경에는 식약처의 느슨한 제도 운영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 「의약품 재평가 실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제약사는 기한 내에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진행 현황 자료만 제출하면 기한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지연 원인에 대한 제약사의 귀책사유를 엄격히 따지는 기준이 없는 데다, 원칙적으로 ‘1회, 최대 2년’으로 제한된 연장 규정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라는 예외 조항이 붙어 있어 사실상 무제한 연장이 가능한 구조다.

게다가 현행 환수 제도는 재평가에 최종 실패하더라도 ‘재평가 공고일’이 아닌 ‘건보공단과의 환수계약 이후’ 발생한 금액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적응증이 삭제돼 제약사로부터 약품비를 환수하더라도 건보 재정으로만 귀속될 뿐, 환자가 직접 지불한 본인부담금은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

전종덕 의원은 “재평가 기간에도 의약품 허가와 급여가 유지되다 보니 결과가 늦어질수록 제약사만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기형적인 구조가 고착화됐다”며 “효능 입증 책임은 제약사에 있음에도 식약처가 무분별하게 기한을 연장해 주며 방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전 의원은 “임상재평가 기한 연장 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며 “환수 기간 역시 사후 계약 시점이 아니라 애초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공표한 ‘재평가 공고일’부터 적용되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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