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거리로 나온 약대생들이 선배 약사에 던진 질문
- 김지은 기자
- 2026-09-22 0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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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지난 20일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약사 총궐기대회에서 유독 눈길이 갔던 이들이 있다. 전국 37개 약학대학에서 모인 3000여명의 약대생들이다.
예상을 뛰어넘은 학생들이 몰리면서 당초 마련된 집회 공간만으로 자리가 부족해 현장에서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아직 약사면허를 취득하지도 않은 학생들이 펜을 내려놓고 거리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날 집회가 약사사회에 던진 의미는 작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상에 오른 학생 대표의 발언이었다. 김백건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장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선배 약사들에게 호소한다"며 "지금 국민은 약사가 보건의료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약배송 확대 정책이나 상업 플랫폼만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었다. 오히려 선배 약사들을 향해 약사사회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질문을 던졌다.
고된 약국 업무 이후에도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헌신하는 약사들이 있는 반면 직업윤리를 저버린 일부에게 책임을 물을 자정 시스템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헌신하는 약사에게는 상을 주고 잘못한 약사에게는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도 물었다. 총궐기 현장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생각해 볼 대목이다.
약배송 확대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약사사회는 줄곧 환자안전과 약사의 전문성을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그 전문성과 신뢰를 국민에게 요구하기에 앞서 약사사회 내부에서는 이를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던진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김 회장 역시 이번 위기를 선배 약사와 약대생 모두가 함께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열하게 연구하는 약사가 국민 건강에 온전히 기여하고, 예비약사들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임상 현장에서 빛날 수 있는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했다.
결국 이날 거리로 나온 학생들이 지키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지금의 약국이나 조제 환경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대면진료와 약배송, 플랫폼의 보건의료시장 진입은 이미 약사가 일하는 환경을 바꾸고 있다. 창고형·대형 약국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통합돌봄과 방문약료는 약사의 역할을 약국 밖으로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 역시 앞으로 약사의 업무와 전문성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변화를 가장 오랫동안 감당해야 할 세대가 지금의 약대생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총궐기에 3000명의 약대생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단순히 '약사사회가 1만명을 결집시켰다'는 숫자 가운데 하나로 기억해서는 안 된다.
전국 37개 약대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약사회 입장에서는 분명 큰 힘이었다. 약사뿐 아니라 미래 약사들까지 약배송 문제에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국민에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3000명의 학생을 집회장으로 불러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집회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 이후다.
약대생들이 이번 한 번의 총궐기를 위한 동원 대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약사 직능의 미래를 논의하고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목소리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약사회가 비대면진료와 약배송에 맞서 무엇을 지킬 것인지뿐 아니라 앞으로 어떤 약사를 만들 것인지도 함께 답해야 하는 이유다.
약배송을 막아내는 것만으로 미래 약사의 불안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지역 약국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통합돌봄과 방문약료에서 약사의 전문성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플랫폼과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보건의료 환경에서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후배들이 먼저 요구한 것처럼 국민에게 신뢰받는 약사사회를 만들기 위한 자정과 전문성 강화 역시 피할 수 없는 숙제다. 김 회장은 이날 "환자안전이라는 대원칙이 상업 논리에 무너지는 정책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선배 약사와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제는 선배 약사사회가 그 말에 답할 차례다.
광화문에 모인 3000명의 예비약사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들의 숫자를 약사사회의 힘으로 활용했다면 이제 그들의 목소리도 약사사회의 미래를 만드는 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총궐기에서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함께 싸워달라고 요청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스스로 달라지고 국민에 신뢰받고 자신들이 배운 전문성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약사사회를 함께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3000명의 예비약사를 거리로 나오게 한 위기감을 결집의 숫자로만 남길 것인지, 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 기대할 수 있는 약사의 미래로 바꿔낼 것인지 이제 그 답은 선배 약사사회가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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