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토하는 심정으로"…약대생, 정부 넘어 선배 약사에도 쓴소리
- 김지은 기자
- 2026-09-20 16:44:1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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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37개 약대 학생회 중심 총궐기대회 대거 참석
- 김백건 약대협 회장 “약배송 확대, 환자안전·건보재정 위협”
- 약사사회 향해서도 쓴소리…“직업윤리 바로 세울 자정체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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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전국 약학대학 학생 3000여명이 거리로 나와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플랫폼 업계를 향해서는 환자안전을 상업 논리에 내맡기지 말라고 촉구했다. 선배 약사들에게도 소수의 일탈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자정 체계를 마련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내놨다.
20일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 약사 총궐기대회에는 전국 37개 약학대학 학생회를 중심으로 약대생 3000여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래 약사인 학생들은 단상에 올라 약배송 확대가 가져올 환자안전과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지적하고 약사사회의 변화도 주문했다.
김백건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장은 “오늘 우리가 펜을 내려놓고 이 거리에 모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보건의료의 원칙이 특정 상업 플랫폼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플랫폼 업계가 국민 편익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상업적 이윤을 중심으로 한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약품 투약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어떤 상업적 이윤보다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윤 추구에 매몰된 플랫폼은 전문가의 검토를 무력화하고 돈이 되는 약, 환자가 원하는 약을 무분별하게 내어주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면 원칙이 무너지고 의약품 배송이 전면 확대될 경우 의료쇼핑과 과잉진료가 늘어나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플랫폼의 수익을 키우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약품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저하와 오배송 문제도 짚었다.
김 회장은 “한여름 폭염과 한겨울 혹한 속에서 일반 택배망에 맡겨진 의약품은 녹아내리거나 제형이 훼손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배송 테스트에서도 드러났다”며 “의약품이 변질되거나 다른 사람의 약과 뒤바뀌는 사고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생명의 위협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간 플랫폼에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가 축적되는 점과 환자 신원 확인의 허점도 문제로 거론했다.
그는 “국민의 민감하고 내밀한 의료정보가 사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고 있다”며 “신원 확인조차 불분명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문의약품을 받아 가는 보안상 허점을 정부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 대상을 일반 환자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회장은 “오는 12월 시행을 앞둔 개정 의료법에는 장기요양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등 의약품 배송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이미 약국 외 의약품 인도 대상에 포함돼 있다”며 “그런데도 왜 일반 환자 전체로 제도를 무리하고 성급하게 확대하려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진정 국민 건강을 책임지려 한다면 플랫폼에 특혜를 주는 대신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과 취약지역 공공약국, 방문진료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약배송 확대보다 희귀·중증질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회장은 “치료제가 있어도 높은 비용 때문에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희귀·중증질환 환자들이 우리 곁에 있다”며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어디에 먼저 사용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약을 조금 더 편리하게 배송하는 것만이 선진화와 혁신은 아니다”며 “약이 있어도 비용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대생들의 전문성이 환자 곁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보건의료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김 회장은 “약대생들은 6년 동안 치열하게 공부하고 1400시간에 달하는 실무실습을 거치며 환자를 직접 마주하고 처방 오류를 걸러내는 과정과 복약지도의 중요성을 배웠다”며 “그렇게 전문성을 갈고닦은 이유는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헌신할 준비가 된 예비 보건의료인들이 환자 곁에서 배운 지식을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와 역할을 달라”며 “전문성이 존중받고 그 땀방울이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자 올바른 보건의료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발언 말미 선배 약사들을 향해서도 작심한 듯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선배 약사들에게 호소한다”며 “지금 국민은 약사가 보건의료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된 약국 업무를 마친 뒤에도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헌신하는 약사들이 많지만, 직업윤리를 저버린 소수에게 책임을 물을 자정 시스템은 부족하다”며 “헌신하는 약사에게는 상을 주고 잘못한 약사에게는 책임을 묻는 제도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약배송 확대 논란을 약사사회 전체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김 회장은 “이번 위기를 선배 약사와 약대생 모두가 힘을 합쳐 철저히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치열하게 연구하는 약사가 국민 건강에 온전히 기여하고, 예비 약사들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임상 현장에서 빛날 수 있는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어 “환자안전이라는 대원칙이 상업 논리에 무너지는 정책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상업 플랫폼에 보건의료가 종속되려는 시도가 철회될 때까지 선배 약사,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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