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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근손실 과도한 우려…건강상 이점 함께 봐야"

  • 손형민 기자
  • 2026-09-21 06:00:48
  • 요약
  • 티모시 가비 미국 앨라배마대 버밍엄(UAE) 교수
  • 감량분 84%가 지방조직…근기능 유지
  • 심혈관·대사위험 개선…장기관리 강조

[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둘러싼 근손실 우려를 과도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전문가 견해가 나왔다.

윌리엄 티모시 가비(William Timothy Garvey)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버밍엄캠퍼스(UAB) 영양과학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팜과 만나 "GLP-1 제제의 근손실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체중 감량으로 얻는 건강상의 이점이 훨씬 클 수 있고,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한다면 보다 건강한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윌리엄 티모시 가비(William Timothy Garvey)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버밍엄캠퍼스(UAB) 영양과학과 교수

또 가비 교수는 체중감량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지방 감소를 실제 근육 손실과 동일하게 해석하기 어렵다고 봤다. 체성분 변화뿐 아니라 심혈관·대사질환 개선 등 치료를 통해 얻는 혜택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한비만학회 국제학술대회(ICOMES 2026) 참석차 한국을 찾은 가비 교수는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심대사질환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다.

가비 교수는 위고비(세마글루티드)의 주요 임상 연구에도 직접 참여했다. 집중적인 생활습관 교정 프로그램과 위고비 병용 효과를 평가한 STEP 3에서는 최종저자를 맡았고, 2년간 장기적인 위고비의 체중 감소 효과를 살핀 STEP 5에서는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발표된 고용량 연구 STEP UP에도 최종저자로 참가했다.

이들 연구에서 가비 교수가 주목한 지점은 단순히 체중이 얼마나 줄었느냐에 있지 않다. 감량 과정에서 어떤 조직이 감소했는지, 신체 기능은 유지되는지, 혈당과 혈압, 지질 등 심대사 위험인자와 비만 관련 합병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시각이다.

기존 근손실 관련 데이터 상당수가 제지방과 실제 근육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측정 방식에 기반한다는 점도 짚었다. 최근 MRI 기반 분석에서는 실제 근육 감소 폭이 기존 추정치보다 작게 나타났고, STEP UP에서도 감량분의 약 84%가 지방조직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찰됐다.

위고비의 역할을 체중 감량에만 한정해서도 안 된다는 게 가비 교수의 판단이다. 체중 감소와 함께 심혈관·대사 위험인자 개선 근거가 축적되고 있으며, 비만 역시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지방 감소와 실제 근손실은 달라…MRI서 확인된 지방 중심 감량

가비 교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근손실 논란을 해석할 때 체성분 측정 방식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관련 연구에서는 골밀도 검사(DXA)가 주로 활용됐다. 이 방식은 골량과 지방량 측정에는 정확도가 높지만 제지방량을 측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제지방량에는 근육뿐 아니라 체액과 뼈, 장기 조직 등이 함께 포함된다.

가비 교수는 "DXA로 측정한 제지방량 중 실제 근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50%에 불과할 수 있다"며 "체중 감량분의 3분의 1이 제지방이라는 결과가 있다고 해서 그 전체를 근육 손실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MRI를 활용해 실제 근육과 주변 조직 변화를 보다 세밀하게 평가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체중 감량 과정에서 실제 근육 감소 비중이 기존에 거론됐던 30%대가 아닌 10%대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게 가비 교수의 설명이다. 나머지 상당 부분은 근육 내 글리코겐이나 근육 주변 지방조직 감소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가비 교수는 "이는 DXA 기반 추정치만큼 실제 근손실이 크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고비 고용량(7.2mg) 효과를 평가한 STEP UP에서도 MRI를 이용한 체성분 하위분석이 진행됐다.

분석 결과, 위고비 투여 후 감소한 체중의 약 84%가 지방조직에서 비롯됐다. 지방조직과 복부 내장지방은 30% 이상 줄었고 제지방은 약 10% 감소했다.

체성분 변화에도 근기능 저하는 나타나지 않았다. 30초 앉았다 일어서기 검사에서는 위고비 투여군의 근기능이 유지되거나 소폭 개선됐으며, 위약군과 비교해서도 유의한 악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가비 교수는 "어떤 방식으로 체중을 감량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지방이 먼저, 더 많이 줄고 일부 근육량 감소도 나타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감소한 근육량이 환자에게 실질적인 해를 끼치는 수준인지 여부"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을 방문하면서 많은 환자와 미디어에서 근손실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며 "치료를 시작하기 전 기대되는 이점과 잠재적인 부작용을 함께 고려하는 것은 건전하고 비판적인 태도"라고 전했다.

그는 "근손실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체중 감량으로 얻는 건강상의 이점이 훨씬 클 수 있고, 줄어든 식사량을 단백질 위주로 보완하면서 근력운동과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한다면 보다 건강한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다만 가비 교수는 고령자와 폐경 후 여성에서는 보다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가비 교수는 "폐경 후 여성은 이미 체지방 증가와 제지방 감소 등 체성분 변화를 겪고 있다"며 "용량을 천천히 높이고 단백질과 철분, 칼슘 섭취를 충분히 유지하면서 근력운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체중감량 넘어 심대사 위험 관리…합병증 중심 치료로

가비 교수는 위고비를 포함한 2세대 비만치료제의 의미를 단순한 체중 감소폭에서만 찾아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2014년 이전 사용되던 비만치료제의 평균 체중 감소 효과가 대체로 10% 미만이었다면 위고비 등 2세대 치료제는 평균 15% 안팎의 체중 감소를 보이며 보다 많은 환자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감량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생활습관 교정을 병행한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STEP 3에서는 집중적인 식이·운동·행동 상담에 위고비 2.4mg을 추가한 결과 68주 평균 체중 감소율이 16.0%로 나타났다. 위약군은 5.7%였으며, 위고비군에서는 약 3분의 1이 20% 이상 체중을 감량했다.

가비 교수는 이 결과를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치료를 병행했을 때 추가적인 체중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했다.

더 큰 변화로는 비만 관련 합병증 개선을 꼽았다.

가비 교수는 "위고비를 2세대 치료제로 분류하는 이유는 평균 15% 수준의 체중 감소 때문만은 아니다"며 "비만과 관련된 다양한 합병증 위험을 낮추고 대사 건강을 개선하는 건강상 이득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STEP 임상 연구에서는 체중 감소와 함께 공복혈당과 공복 인슐린, 인슐린 민감도, 중성지방, 혈압, 염증 지표인 CRP 등의 개선이 확인됐다.

위고비의 심혈관 혜택을 평가한 SELECT 연구에서는 약 4년간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비당뇨 과체중·비만 환자 약 1만7600명을 추적했다. 그 결과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은 위약군 대비 약 20% 낮았다.

가비 교수는 이를 비만치료의 평가 기준이 체중 감소에서 합병증 관리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해석했다.

그는 "비만치료의 목적은 관련 합병증을 예방하고 개선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망률과 입원율을 낮추는 데 있다"며 "최근에는 임상시험도 단순히 체중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넘어 합병증 개선을 주요 평가변수로 설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고비 성분 세마글루티드는 비만과 심혈관질환 외에도 대사이상관련지방간염(MASH), 당뇨병성 신장질환 등 심대사 영역에서 임상근거를 축적하고 있다.

가비 교수는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이 지속되면 당뇨병 전단계나 대사증후군,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등을 거쳐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만성신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마글루티드는 여러 심대사 위험인자를 하나의 치료 전략 안에서 관리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요요현상, 의지 문제 아냐"…비만, 장기관리 필요

위고비 치료에서도 단기간 체중 감소보다 효과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게 가비 교수의 견해다.

체중이 줄면 인체는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려는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 포만감과 관련된 신호는 약해지고 식욕을 자극하는 신호가 강해지면서 치료를 중단할 경우 체중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체중 재증가를 환자의 의지 부족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가비 교수는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것은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 비만이라는 질환의 병태생리와 관련된 현상"이라며 "당뇨병이나 고혈압 치료제를 상태가 좋아졌다고 임의로 중단하지 않는 것처럼 비만 역시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관점은 위고비의 장기 추적 연구에서도 뒷받침됐다.

STEP 5에서는 위고비 치료를 104주간 이어간 결과 평균 약 15.2%의 체중 감소가 유지됐다. 5% 이상 체중 감소를 달성한 비율은 위고비군 77.1%, 위약군 34.4%로 집계됐다.

치료를 지속할지, 용량을 조절할지, 중단을 고려할지는 체중 변화 하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설명이다. 혈당과 혈압, 지질 등 대사 지표와 동반질환, 환자의 치료 목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가비 교수는 향후 비만치료제 개발에서도 치료 지속성을 높이는 방향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GLP-1뿐 아니라 아밀린, 글루카곤, GIP, PYY 등 여러 기전을 결합한 치료제와 경구제, 투여 간격을 늘린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가비 교수는 "비만치료에서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환자가 치료를 중도에 중단하는 것"이라며 "투여 간격을 늘리거나 경구제 선택지를 확대하는 기술 발전은 치료 지속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고용량·다양한 제형 등장…환자별 치료도 세분화

비만치료제 선택지가 늘면서 향후 치료 전략은 환자의 감량 목표와 동반질환에 따라 한층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가비 교수는 같은 위고비 치료에서도 환자별 반응과 필요한 감량 수준에 따라 용량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기존 2.4mg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추가적인 체중 감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고용량 치료가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능성을 살핀 연구가 STEP UP이다. 기존 위고비 2.4mg과 7.2mg 주 1회 고용량을 비교해 추가적인 체중 감소 효과를 살폈다.

연구에서 위고비 7.2mg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는 치료를 지속한다고 가정한 분석 기준 약 21%로 집계됐다. 2.4mg군은 17.5%, 위약군은 2.4%였다. 체중을 25% 이상 감량한 비율도 7.2mg군 33.2%, 2.4mg군 16.7%, 위약군 0%로 차이를 보였다.

가비 교수는 "환자마다 약물에 대한 반응에 개인차가 있는 만큼 더 높은 용량이 필요한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약제 선택에서도 단순히 가장 큰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치료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환자별 특성에 따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BMI가 높고 거동에 어려움이 있어 큰 폭의 감량이 필요한 환자와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등 특정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는 필요한 치료 전략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비 교수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라면 관련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세마글루티드와 같은 약제를 고려할 근거가 충분하다"며 "여러 치료 옵션 가운데 환자의 상태와 치료 목표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개인 맞춤형 접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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