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제약이 전한 웃음의 하루…기억사진관에 담긴 가족의 오늘
- 황병우 기자
- 2026-09-21 06:00:5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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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구치매안심센터에 들어선 사진관…환자·가족 함께 촬영
- "가족사진 찍은 지 20년 넘어"…돌봄에 미뤄둔 일상 기록
- 임직원 봉사단도 현장 동행…서울 다른 치매안심센터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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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엄마, 표정 유지해. 카메라 봐."
카메라 앞에 앉은 가족을 향해 사진작가의 말이 이어진다. 자세를 잡아주다가도 좋은 표정이 나오면 곧바로 칭찬이 따라붙는다. 한 번만 더 찍자는 부탁에도 격려를 잊지 않는다.
"너무 잘했어요.", "하나 둘 셋. 너무 예쁘다."
지난 16일 찾은 서대문구치매안심센터. 삼진제약이 마련한 이동식 기억사진관에서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사진 촬영이 한창이었다. 평소 다니던 센터에 촬영장이 들어서고, 어르신들은 가족과 함께 카메라 앞에 앉았다. 사진작가는 어머니, 아버지라는 호칭을 건네며 시선을 모으고 웃음을 끌어냈다.
가족이 함께 사진 한 장 찍는 일. 이날 만난 보호자에게는 좀처럼 마음을 내기 어려웠던 일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내려가는 보호자에게 소감을 묻자 "너무 감동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떤 점에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다시 물었다.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차려입고 특별하게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죠. 가족사진 찍은 지가 벌써 한 20년은 넘었어요."
휴대전화로 남기는 사진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가족이 함께 준비하고 사진관을 찾아 정식으로 촬영하는 데는 시간을 내는 것 이상의 여유가 필요했다.
"사진관 찾아가서 찍을 그런 여유가 없죠. 마음의 여유가, 사실은. 너무 고마운 기회고 감사하죠."
이 보호자는 자신이 찍힌 사진만큼이나 함께 센터에 다니는 다른 가족들의 표정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돌봄으로 지친 얼굴을 마주하곤 했는데, 이날은 단장하고 밝은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같은 보호자로서 흐뭇하다는 설명이었다.

촬영장에서는 다음 가족을 맞을 준비가 이어졌다. "세 분이시죠? 여기서 잠깐 대기해 주시고."
촬영 순서를 안내하는 말과 카메라를 봐달라는 말이 오갔다. 촬영을 마친 어르신과 보호자에게는 다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을 안내했다. 센터 관계자에게 이날 분위기를 묻는 짧은 인터뷰 사이에도 가족을 맞는 인사가 전해졌다.
"아버님 오셨어요? 여기 잠깐 앉아 계세요. 어머님 올라오실 거예요."
다시 설명을 이어간 관계자는 평소 센터에서 만나던 어르신들의 표정이 이날은 확실히 밝다고 했다. 가족이 시간을 내 사진관을 방문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익숙한 공간에서 촬영하니 참여하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피어난 웃음…가족과 봉사자 함께한 하루
사진을 찍는 작가도 같은 점을 짚었다. 자신 역시 가족 중 편찮은 분이 있다며, 몸이 불편한 가족을 모시고 이동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진관이 센터로 찾아온 방식이 가족들의 수고를 덜어준 셈이다.
"이제 엄마, 김치 세 번만 하고 끝낼게요."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작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자세를 부탁하고, 카메라를 보도록 하고, 웃을 수 있도록 거듭 말을 건넸다.
기억에 남는 가족을 묻자 작가는 잠시 생각한 뒤 마지막 촬영 가족의 이야기를 꺼냈다.
촬영 전 센터 담당자로부터 어르신이 오래 촬영하면 힘들 수 있으니 짧게 진행해 달라는 당부를 받았다고 했다. 어르신의 상태를 생각하며 촬영을 시작했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밝은 표정을 만났다.

"오히려 다른 팀들보다 너무 빵긋빵긋 웃으신 거예요."
작가는 부탁하는 자세에도 잘 응해줘 생각했던 것보다 사진이 더 잘 나왔다고 돌아봤다. 촬영에 참여한 가족들에게서 느낀 기분이 자신에게도 전해졌다는 소감도 덧붙였다.
"어르신들하고 같이 찍으니까 그 밝은 에너지를 저도 같이 느낄 수 있어서 제가 더 행복한 것 같아요."
가족들의 반응을 가까이서 지켜본 작가에게도 센터에서의 촬영은 평소 스튜디오 안에서 보내던 시간과는 달랐다. 촬영하러 온 가족을 맞는 직원들과 센터 관계자들의 친절이 촬영 분위기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날 삼진제약 임직원 봉사단은 가족을 맞이하고 촬영 순서를 조율하며 어르신들의 이동을 도왔다. 촬영장 밖에서도 활동이 이어졌다. 보호자들이 별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보드게임을 준비했다. 센터가 진행하는 인지워크북과 원예 프로그램에도 함께했다.

센터 관계자는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도 잠시 자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환자 대상 프로그램에 비해 보호자가 이런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아 식물을 심는 활동 등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가족사진을 찍은 보호자도 이날 들은 강연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돌봄 과정에서 느꼈던 마음들이 강연에 담겨 있어 와닿았고, 자신도 나름대로 잘해오고 있다는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그 마음은 다른 보호자들을 향한 바람으로 이어졌다. "오늘 같이 참여한 사람들이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함께 가지게 됩니다."
미뤄둔 가족사진에서 출발…기억사진관 이어갈 준비도
삼진제약이 사회공헌활동으로 가족사진을 선택한 배경에도 이처럼 돌봄 속에서 미뤄둔 일상이 자리했다. 최지선 삼진제약 부사장(경영관리본부장)은 현장에서 만난 가족들에게서 '언제부턴가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진단 이후에는 외출도, 모임도 줄어들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카메라 앞에 서는 일 자체가 사라지더라"며 "기억이 흐려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기억을 남겨드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전했다.

이번에 서대문구치매안심센터를 찾은 삼진제약 임직원 자원봉사단의 이름은 최근 발족한 삼봉단이다. 봉사자·수혜자·지역사회를 대변하는 세 개의 봉우리가 함께 모여 연대와 협력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았다.
현장에서는 등대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가족들을 안내하는 봉사단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신안 임자도의 삼봉단등대가 봉사단의 이름과 활동 취지에 맞물리면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최 부사장은 이번 활동에서 임직원이 직접 시간을 내 가족을 만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족 맞이와 접수 안내부터 촬영 순서 조율, 어르신 이동 보조, 대기 가족 응대까지 촬영 현장의 여러 일을 함께 맡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만남에 앞서 준비한 것이 치매파트너 교육이었다. 삼진제약은 마포구치매안심센터의 협조로 임직원 대상 교육을 진행하고 실제 봉사활동으로 연결했다.
"치매 가족을 현장에서 맞이하려면 선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말이 상처가 되는지, 같은 질문이 반복될 때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알고 가야 합니다."
최 부사장은 "배운 사람이 현장에 가야 교육이 완성된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임직원이 환자와 보호자를 직접 만나면서 자신들이 만드는 의약품이 누구의 일상에 닿는지도 체감하기를 기대했다.

기억사진관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도 병행했다. 다른 자치구에서도 운영할 수 있도록 촬영 장비와 운영 매뉴얼을 표준화하고,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반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최 부사장은 "치매는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과제"라며 "제약기업은 사회적 책임에 따른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진제약은 이번 서대문구 활동을 시작으로 서울 시내 다른 치매안심센터로 기억사진관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촬영한 사진은 보정 등 후반 작업을 거쳐 액자에 담아 가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완성된 사진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가족사진을 찍은 지 20년이 넘었다는 보호자는 촬영을 마친 이날 이미 오래 남을 장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함께 센터에 다니는 가족들이 조금씩 단장하고 웃던 모습이었다.
"오늘만큼은 그래도 다들 조금 단장하시고 밝은 표정을 보게 되니 저도 마음이 흐뭇하고, 같은 보호자로서 너무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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