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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I 한 번 쓰면 ‘AI 신약’입니까

  • 최다은 기자
  • 2026-09-11 06:00:40
  • 요약

[데일리팜=최다은 기자] AI가 후보물질을 직접 설계한 신약과 기존 물질을 선별하는 데 AI를 활용한 신약은 같을까. 임상 설계나 제조·품질관리에 AI를 적용한 의약품도 AI 신약으로 볼 수 있을까.

제약바이오업계에 AI 신약이라는 표현이 넘쳐나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다. AI가 쓰인 단계와 역할은 제각각인데 공동연구 착수부터 인프라 구축, 후보물질 발굴까지 모두 AI 신약개발로 묶인다.

AI는 이미 신약개발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대학과 제약사가 공동연구에 나서고 기업들은 고성능 AI 인프라를 구축한다. 활용 범위도 후보물질 발굴에서 임상개발과 제조·품질관리로 확대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는 자연스럽다. 다만 개발 과정에 AI가 한 번이라도 쓰였다는 이유로 ‘AI 신약’이라는 이름부터 붙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동연구 계약은 연구의 시작이고 후보물질 발굴은 신약개발의 출발점이다. AI가 후보물질을 직접 설계했는지, 기존 물질 가운데 가능성 있는 후보를 추렸는지, 임상이나 제조의 효율을 높이는 데 쓰였는지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를 하나의 AI 신약으로 묶으면 기업별 기술 수준과 AI의 기여도를 구분하기 어렵다. 초기 단계의 연구에도 AI라는 이름표가 붙으면 혁신이라는 기대가 먼저 따라온다. 정작 AI가 기존 방식에서 무엇을 바꿨는지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AI가 발굴한 후보물질이라고 신약개발의 높은 실패 확률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임상에서 효능과 독성을 검증하고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탈락하면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찾아낸 물질도 의약품이 될 수 없다.

AI 신약을 내세우려면 AI를 어느 단계에 적용했고 어떤 역할을 맡겼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후보물질 발굴 기간과 실험 대상,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AI의 예측이 비임상과 임상에서 얼마나 재현됐는지, 발굴한 물질이 실제 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살아남았는지도 판단 기준이다.

AI는 새로운 종류의 신약이 아니라 신약을 개발하는 도구에 가깝다. 같은 도구를 썼다는 이유로 기술 수준과 개발 단계가 다른 물질을 모두 AI 신약으로 부르면 이름의 의미도 흐려진다.

AI 신약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붙이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AI가 신약개발 과정에서 무엇을 얼마나 바꿨는지 보여줘야 한다. 이름을 붙이기 전에 그 이름을 구분할 기준과 설명부터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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