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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넘긴 GLP-1 오남용우려약 지정…규제심사 넘을까

  • 이탁순 기자
  • 2026-09-09 06:00:56
  • 요약
  • 식약처, 자체심사 거쳐 규제합리화위원회 심사 중…"9월 내 개정 목표"
  • 4월 중앙약심·6월 행정예고 거쳤으나 순연…업계 "향정 회귀·가짜약 음성화 등 역효과" 반발
AI 생성 이미지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당초 8월 말 완료가 예상됐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 절차가 상반기를 넘어 9월 규제심사 문턱에 올라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규제심사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 고시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제약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처방 문턱과 심리적 장벽이 높아질 경우 환자들이 중독성 강한 향정신성 비만약으로 회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거나 온라인 불법 유통 및 '가짜약(위조의약품)'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4월 중앙약심 착수부터 6월 행정예고까지…자체심사 끝내고 '규개위'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 절차는 올해 4월 본격화됐다. 당시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위고비(세마글루티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삭센다(리라글루티드) 등 주요 비만치료제의 수요 급증과 의약분업 예외지역 공급 쏠림 등을 이유로 지정 추진에 동의했다.

이어 식약처는 지난 6월 5일부터 26일까지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안의 골자는 비만치료 목적의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티드, 터제파타이드 등 3개 성분 제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신규 지정하는 것이다.

지정 시 해당 품목은 제품 용기와 포장 등에 '오·남용우려의약품'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며,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에서도 의사 처방전 없이는 조제·판매할 수 없게 된다.

당초 식약처의 규제영향분석서상 규제 재검토 존속기한 기점이 2026년 8월 31일로 명시돼 8월 말 고시 및 즉시 시행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정부 내 규제심사 일정이 길어지면서 목표 시점은 9월로 순연됐다.

현재 절차는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식약처는 최근 전문지 출입 기자단 질의에 대해 "내부 자체규제심사위원회 규제심사를 완료하고 현재 규제합리화위원회 규제심사 중에 있다"며 "규제심사 일정 등에 따라 9월 개정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다만 행정예고 기간 접수된 제약·수입업체 및 의료계의 의견 건수와 세부 쟁점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제심사 중이며, 현시점에서 상세히 답변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공개를 유보했다.

지정 대상 범위에 대해서는 당초 행정예고안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당뇨와 비만 적응증을 동시에 보유한 마운자로에 대해 식약처는 "비만 치료 목적으로 3개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용기, 포장 등에 의무적으로 '오·남용우려의약품'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식약처는 예외지역 실태와 관련해 "올해 1분기 지자체 합동점검(632개소) 결과 처방전 없이 판매한 예외지역 약국 4개소, 본인 사용 의료기관 2개소 등 부적합 6개소를 적발했다"며 유통망 관리 명분을 강조했다.

제약업계 "부정적 낙인 찍어 환자 치료 기회 제한 비판"

반면 제약업계와 관련 학계는 이번 규제가 비만 치료 환경을 왜곡하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업계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기존 향정신성 비만치료제로의 '풍선효과'다. GLP-1 치료제에 '오·남용'이라는 규제 낙인이 찍히고 처방 접근성이 위축될 경우,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펜터민·펜디메트라진 등 마약류 식욕억제제로 돌아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중추신경계 흥분 작용으로 인한 중독성과 환각, 심혈관 위험 등 인체 위해성이 훨씬 큼에도,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최신 약물에 과도한 규제를 덧씌우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유통 경로가 좁아지면서 '위조의약품(가짜약)' 유통과 음성화 우려도 거센 반대 논거 중 하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위고비·마운자로 열풍과 함께 가짜 주사제가 SNS와 불법 암시장에 유통되어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고를 발령한 바 있다. 업계는 포장에 오남용 경고 문구가 붙고 정식 처방 장벽이 높아지면, 환자들이 온라인 직구나 음성적 불법 유통망으로 숨어들어 검증되지 않은 가짜약을 투약하는 치명적인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와 함께 비만을 '평생 관리해야 할 만성 대사질환'으로 바라보는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달리, 국내에서만 부정적 낙인을 찍어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식약처가 9월 고시 개정을 강행하려는 가운데,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예외지역 무처방 판매 차단이라는 보건당국의 명분과 향정약 회귀·가짜약 암시장 확산 등 부작용을 경고하는 제약업계의 목소리 사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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