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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넨셀 113억 투자' 세종메디칼…청탁 의혹에 주주들 나섰다

  • 차지현 기자
  • 2026-09-09 08:48:38
  • 요약
  • 세종메디칼 주주연대, 강세찬·브로커 양씨 재판부에 엄벌 탄원서 제출
  • 2021년 경영권 교체 직후 바이오 사업 확대…제넨셀 투자 전후 조달↑
  • 투자자산 가치 0원·상장폐지 수순…당시 투자 결정·인허가 영향 여부 쟁점

[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제넨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 세종메디칼 투자자 피해 문제로 번지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세종메디칼 소액주주들이 법원에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5년 전 제넨셀에 113억원을 투자하게 된 배경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계획 승인 과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세종메디칼 주주연대는 최근 제넨셀 창업자 강세찬 씨와 브로커 양모 씨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서부지법과 서울고법에 '세종메디칼·제넨셀 피해주주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다. 주주연대는 세종메디칼과 주주, 제넨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임상시험 인허가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이 있었는지와 관련자들 역할, 투자자 피해 규모 등을 재판 과정에서 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주연대는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승인과 세종메디칼 투자 사이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넨셀 측이 임상 승인을 전제로 외부 투자 유치를 추진했고 실제로 승인 절차가 진행되던 시기에 세종메디칼이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한 만큼 당시 투자 결정 과정과 인허가 절차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주주연대는 기존 재판에서 피해 규모와 경위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최근 공개된 녹취와 자료에 대한 추가 검토 필요성도 제기했다.

사건의 발단은 5년 전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승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넨셀은 경희대 연구진의 천연물 신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2016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자생식물과 천연물 소재를 활용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개발해왔다. 당초 담팔수 추출물 기반 후보물질 'ES16001'을 대상포진 치료제로 개발했으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범위를 넓혔다. 이후 국내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추진하면서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제넨셀은 2021년 9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ES16001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신청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같은 달 30일 인도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관련 자료 등을 포함해 14개 항목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당시 제넨셀은 세종메디칼과 투자 유치를 협의하고 있었고 강씨는 임상시험계획 승인이 투자 성사에 중요한 조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강씨가 브로커 양씨를 통해 정치권에 도움을 요청한 정황이 최근 잇따라 공개됐다. 검찰 공소장과 공개된 녹취 등에 따르면 강씨는 양씨에게 정치권 인사를 통해 식약처 임상 승인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양씨는 친분이 있던 김승원 당시 국회의원에게 제넨셀의 임상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김 후보자는 2021년 10월 12일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제넨셀 건을 챙겨봐 달라는 취지로 연락했다. 공개된 녹취에서 김 후보자는 양씨에게 식약처장에게 직접 챙겨보도록 이야기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후 김 전 처장이 관련 내용을 실무진에 전달한 정황도 공개됐다. 김 후보자 측은 특정 결과를 요구하거나 심사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심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정상적인 민원 전달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을 키운 것은 정치권 연락과 세종메디칼의 투자, 식약처 승인이 짧은 기간에 연이어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연락한 지 일주일 뒤인 10월 19일 세종메디칼은 제넨셀 주식과 전환사채(CB)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113억원을 투자했다. 다시 일주일 뒤인 26일 식약처는 ES16001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불과 2주 사이에 김 후보자의 연락과 세종메디칼 투자, 식약처 임상 승인이 연이어 이뤄진 셈이다.

투자와 임상 승인이 맞물려 진행되는 과정에서 세종메디칼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세종메디칼 주가는 2021년 7월 22일 2070원에서 경영권 변경과 바이오 사업 확대 기대감이 반영되며 7월 30일 5760원까지 일주일 만에 178.3% 뛰었다. 이후 600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제넨셀에 113억원을 투자한 10월 19일 7000원을 기록했고 임상 승인 전날인 25일에는 784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식약처가 임상 2·3상을 승인한 26일 7560원으로 3.6% 하락한 데 이어 27일에는 5300원으로 29.9% 급락했다. 11월1일에는 3825원까지 밀려 승인 전날 대비 51.2% 떨어졌다.

특히 최근 공개된 녹취와 수사 기록을 통해 김 후보자를 둘러싼 대가성 의혹까지 다시 부각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김 후보자가 양씨로부터 후원금 500만원을 약속받은 정황이 있다고 봤다. 다만 실제 후원금을 받지 않았고 청탁 행위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24년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최근 관련 고발 사건이 경찰에 배당되면서 재수사 여부가 검토 중이다.

세종메디칼이 제넨셀 투자에 나서게 된 배경도 살펴볼 지점이다. 세종메디칼은 복강경 수술기구를 주력으로 하던 의료기기 업체다. 국내 최초로 복강경 수술기구인 투관침을 국산화하고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지만 2021년 경영권 변경을 계기로 바이오 투자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기 시작했다.

세종메디칼의 기존 최대주주 정현국 씨 등은 2021년 7월 타임인베스트먼트 등에 보유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타임인베스트먼트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세종메디칼은 같은 시기 정관에 의약품과 백신, 바이오 연구개발·상업화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하며 바이오 사업 진출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는 대규모 자금조달도 함께 추진됐다. 세종메디칼은 2021년 7월 경영권 변경 계약과 같은 날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각각 100억원씩 총 3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9월 자금 납입이 이뤄졌고 한 달 뒤 제넨셀에 113억원을 투자했다.

세종메디칼과 제넨셀의 관계는 투자 이후 더 깊어졌다. 최초 지분 취득 당시 세종메디칼은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기재했지만 이후 세종메디칼 측 인사가 제넨셀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제넨셀은 관계기업으로 분류됐다.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는 재무적 투자에서 양사 간 경영 관계가 한층 밀접해진 것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제넨셀은 2022년 5월 환자 모집을 시작했지만 같은 해 12월까지 목표 424명 가운데 109명을 모집하는 데 그쳤고 이 중 100명이 무작위 배정됐다.  결국 제넨셀은 2023년 5월 중간 통계 분석과 임상 전략 수정을 이유로 시험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세종메디칼이 보유한 제넨셀 투자자산 가치도 급격히 떨어졌다. 세종메디칼은 2021년 제넨셀 주식 취득에 62억9000만원을 투입했고 같은 해 말 기준 장부가는 64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지분법손실과 기타 지분법 변동 등을 반영하면서 장부가가 전액 소진돼 0원이 됐다. 여기에 별도로 인수한 제넨셀 CB 50억원까지 더하면 세종메디칼이 떠안은 투자 부담은 더 커진다.

이후 카나리아바이오 투자까지 부진하면서 세종메디칼의 재무 부담은 더욱 확대됐다. 회사는 2022년 카나리아바이오 주식과 사채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이후 투자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제넨셀 투자 실패에 카나리아바이오 관련 손실까지 겹치면서 세종메디칼은 2024년 3월 거래가 정지됐고 한국거래소는 올해 6월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현재 세종메디칼은 경영권 변경 이후 추진했던 바이오·제약 사업의 흔적을 상당 부분 정리한 상태다. 2021년 백신·바이오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외형 확장에 나섰지만 올해 들어 종속회사 두 곳이 모두 연결대상에서 빠졌다. 두원사이언스제약은 지난 5월 파산 선고를 받았고 세종비에이치엘은 3월 청산을 완료했다. 반기말 기준 세종메디칼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없다.

시설투자 축소도 이어졌다. 세종메디칼은 2023년부터 추진한 마곡 R&D센터 건립사업을 올해 4월 철회하고 관련 자산·부채를 매각예정으로 분류했다. 매각예정자산은 토지와 건설중인자산 등을 포함해 239억1564만원이다. 이 과정에서 40억7200만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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