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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 "플랫폼 편법 약 쇼핑 창구로 전락"…고발도 검토

  • 강혜경 기자
  • 2026-08-27 11:55:26
  • 요약
  • "비대면 진료 플랫폼, 비만·탈모약 오남용 유발 누구도 부정 못 해"
  • 약사회 "의원·약국 자판기 전락", 의사협회 "처방 제한할 수밖에"
  • 약사법 위반 고발, 관계부처 문제제기 등 검토
  • "비대면 진료, 진찰·검사 등 한계 뚜렷…보조수단으로 역할해야"
AI 생성 이미지.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환자 본인이 원하는 성분을 선택하고 처방받을 개월수를 선택하는 방식이 과연 대면 진료에서는 가능한 행위일까요?"

"탈모약과 비만약들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오남용되고 있고, 플랫폼들이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불완전한 시범사업과 정부의 방관 속에서 계속될 뿐이죠."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전문약 광고를 통한 의료쇼핑 부추기기가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하고, 이용자들로 하여금 약을 오남용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데 대해 의약단체도 문제 의식을 같이 했다.

대면 진료의 보조수단으로서의 비대면 진료가 의원과 약국의 역할을 제한하고, 편의를 위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 선택권은 보장될 지언정 의약사의 전문성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게 의사단체와 약사단체의 공통된 지적이다.

'피나스테리드 3개월분' 환자 선택…사실상 원하는 약 처방받기

플랫폼을 통해 탈모약과 다이어트 주사제를 처방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기시간을 포함해 5분을 넘기지 않는다.

감기나 피부관련 질환과 달리 탈모약과 다이어트 주사제 같은 비급여 약들을 속전속결로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이용자가 명확한 니즈를 가지고 처방약과 처방일수 등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처방약 성분은 물론 처방개월수, 의사를 선택하도록 돼 있는 비대면 진료 프로세스.

증상에 '탈모'를 입력하면 이용자가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먹는 미녹시딜 ▲폼타입 미녹시딜 ▲뿌리는 피나스테리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진료 후 결정이라는 옵션도 있지만 남성형 탈모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피나스테리드)를 선택할지, 남성형 탈모 유발 호르몬 억제제(두타스테리드)를 선택할지, 모발 성장을 돕는 발모 치료제(미녹시딜)를 선택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치료제를 고르고 나면 1개월, 2개월, 3개월 가운데 처방받을 일수도 선택할 수 있다.

'피나스테리드 3개월' 등 옵션을 선택하면 진료비순으로 의사 리스트가 표출·정렬되고 이 중 마음에 드는 의사를 선택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이미 이용자가 원하는 약이 정해져 있는 상태라면 진료비가 낮은 의사를 선택하는 게 인지상정일 수밖에 없다.

다이어트 주사제 역시 마○○○, 위○○, 삭○○, 콘○○○ 등으로 약이름이 가려져 있지만 ▲터제파타이드 ▲세마글루티드 ▲리라글루티드 ▲먹는 다이어트 약을 이용자가 결정하고, 최대 12펜까지 선택할 수 있다.

먹던 약을 그대로 저렴한 가격에 진료받을 수 있다고 안내돼 있는 닥터나우 탈모 진료 가이드.

사실상 진료 전 이용자가 약과 처방일수, 의사를 선택하다 보니 의사는 특이사항이 없는 한 환자의 주문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이용자가 약품의 종류와 처방일수를 선택하면 의사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처방전을 발행하는 구조는 보건의료제도 취지와는 동떨어진 행위"라며 "이런 부분을 지적할 때마다 플랫폼은 형식적으로 법망을 피할 뿐, 편법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돼 중단됐던 '원하는 약 처방받기'와 형식과 구조가 일치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닥터나우는 탈모·다이어트·여드름·인공눈물·소염진통제 등 제제를 메뉴판처럼 마련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원하는 약 처방받기' 기능을 출시했다 한 달 여만에 중단하기도 했다.

당시 닥터나우는 "지난 5월 당사가 시범 운영으로 선보인 원하는 약 처방받기에 대한 의료계 의견을 경청, 우려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며 "위법 여부와 상관없이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를 6월 16일자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위법 여부와 상관없이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시의사회가 해당 서비스에 대해 의료법·약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을 하면서 부담이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비급여 전문약을 환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부분은 의약품 오남용을 발생시켜 공익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게 서울시의사회 입장이었다.

이광민 부회장은 "대중에 대한 전문약 광고가 금지되는 이유는, 전문약은 환자가 원한다고 해 무조건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의약사 등 전문가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의사의 진료 행위를 침해하고, 약국을 가격과 별점, 후기 순으로 줄 세우는 플랫폼 행태에 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속조치로 관계 부처를 통한 문제제기와 고발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시사했다.

"비대면 진료, 대면 진료 보조수단…원칙 지켜져야"

의료계 역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일 뿐,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플랫폼이 주축이 돼 특정 약 처방을 부추기거나, 용이하게 처방전을 수령하게 하는 게이트웨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의사단체 고발 등 논란이 야기되면서 서비스가 중단된 닥터나우의 '원하는 약 처방받기'.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탈모와 비만약제들이 오남용 되고 있고, 오남용에 있어 플랫폼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부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여러 차례 지적이 제기됐지만 개선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처방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탈모약이나 다이어트 주사제 등 비급여 제제를 마약류, 오남용의약품, 사후피임약 등과 같이 비대면 진료시 처방이 불가한 카테고리로 묶어 관리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꼭 약이 필요한 사람이 처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신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의사들 입장에서 보면 비대면 진료로 초진이 가능한 분야는 제한돼 있다. 처방일수 역시 마찬가지"라며 "증상만으로 약을 처방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자, 비대면 진료의 뚜렷한 한계"라고 강조했다.

가령 두통을 호소해 진료실을 찾은 환자가 뇌출혈 진단을 받거나, 구토를 해서 왔는데 심장마비가 오는 등의 사례들을 진료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김 이사는 "대면 진료의 경우 문제가 있을 시 처치나 검사 등이 이어질 수 있지만, 비대면 진료에서는 초진환자와 처방일수 등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의사, 약사, 환자, 플랫폼의 도덕적 해이가 발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탈모나 다이어트 주사제를 손쉽게 처방받거나,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창구로서 플랫폼이 활용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네거티브 규제 보다는 임상 현장의 전문가적 판단이 바탕이 되는 포지티브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주장에 대해서는 "시장 접근성이 뒤처지는 사람들한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진료나 검사 등이 수반될 수 없는 현재의 비대면 진료 체계에서는 단순 전화통화나 화상통화를 통해 약을 처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기본 콘센서스" 라고 답변했다.

12월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 역시 비대면 진료의 정의와 준수사항, 중개업자의 준수사항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의료법 제34조의2(비대면 진료) 제1항은 '의료인은 환자를 대면해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며,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경우도 ▲환자가 해당 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내에 동일한 증상으로 대면해 진료받은 기록이 있는 경우 ▲환자의 거주지와 의료기관 소재지가 동일 지역에 위치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오는 12월 시행되는 의료법에는 '의료인은 환자를 대면해 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희귀질환자와 제1형 당뇨병 환자 같이 동일 지역 밖에서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 예외조항 역시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중개업자에 대해 제한하는 제34조의9(비대면 진료 중개업자의 준수사항) 역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는 의료인의 의료적 판단에 개입하는 행위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을 오남용하도록 조장하는 행위 ▲약사법 제24조 제2항에 따른 담합 행위를 알선·유인·사주하는 행위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26일 성명을 통해 "약물 오남용 등의 문제가 수없이 드러나고 국회에서 몇 차례에 걸쳐 지적이 됐음에도 비대면 진료, 약 배송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것은 중개 플랫폼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진료부터 약 배송까지의 과정 전체를 장악하게 할 것"이라며 "불필요한 과잉진료와 약물 오남용, 중독, 안전 문제는 건보 재정은 물론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기업들의 이윤을 위한 약 배송 전면 확대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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