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순혈주의 깨질까'…유한양행, 차기 대표에 쏠린 눈
- 차지현 기자
- 2026-08-01 06:00:58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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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총괄부사장 인사보다 늦어진 후계 구도…9월께 최종 후보 확정 전망
- 외부 영입 임원 잇단 퇴사, 김열홍·이병만·유재천 압축…첫 외부 출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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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유한양행 차기 대표이사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회사가 내년 3월 대표 교체를 앞둔 가운데 아직 공식 후계자를 확정하지 않으면서다. 과거 차기 대표를 총괄부사장으로 미리 발탁해 승계를 준비시켰던 사례와 비교하면 후계 구도 윤곽이 늦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42년간 이어진 순혈주의 전통 타파와 공동대표 체제 재도입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총괄부사장 없는 후계 구도…예년보다 늦어진 인선
3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조욱제 대표 뒤를 이을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1955년생 조 대표는 지난 2021년 대표이사에 오른 전문경영인이다. 조 대표는 1987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영업·마케팅과 약품사업, 경영관리 부문을 두루 거쳤다.
유한양행은 대표이사에게 3년의 임기를 부여하고 한 차례 연임을 거쳐 최대 6년간 회사를 맡기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왔다. 조 대표는 취임 후 2024년 한 차례 연임했고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가 만료된다. 기존 관행대로라면 이번 임기를 끝으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셈이다.
유한양행은 국내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 체제 기업으로 꼽힌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보유 주식을 공익법인에 출연하면서 특정 개인이나 오너 일가가 회사를 지배하지 않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1969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이후 57년간 이를 이어오고 있다.

오랜 기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온 만큼 대표이사 승계 절차도 체계적으로 마련해뒀다. 회사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을 선임 2~4년 전부터 관리·육성한다. 이후 이사회는 추천받은 후보군의 적정성을 심의·의결해 정기 주주총회 6개월 전 최종 1명을 대표이사 후보자로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종 후보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에 오른다.
특히 유한양행은 최종 후보를 대표 취임 전 총괄부사장 등으로 임명해 경영 전반을 경험하도록 하면서 승계를 준비해왔다. 실제 이정희 유한양행 기타비상무이사는 2014년 7월 총괄부사장에 선임된 뒤 2015년 3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조 대표 역시 2020년 6월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2021년 3월 대표이사직을 이어받았다. 대표 취임에 앞서 경영 역량을 검증하고 안정적인 승계를 준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 같은 승계 절차를 고려하면 늦어도 7월께에는 총괄부사장 선임 등 총괄부사장 선임 등을 통해 차기 대표 후보가 드러났어야 한다. 그러나 8월에 접어들 때까지도 후임이 특정되지 않으면서 인선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승계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차기 수장 자리를 둘러싼 내부 검토가 예상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7년간 이어진 '유한맨' 승계…외부 수혈로 변화 조짐
역대 대표 면면을 보면 유한양행 승계 원칙은 뚜렷하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30년 이상 근속한 내부 인사를 대표로 발탁하는 '순혈주의'다.
첫 전문경영인인 12대 조권순 전 대표를 시작으로 14대 홍병규 전 대표, 15대 연만희 전 대표, 16대 김태훈 전 대표, 17대 김선진 전 대표, 18대 차중근 전 대표, 19대 최상후 전 대표, 19·20대 김윤섭 전 대표, 21대 이정희 전 대표, 22대 조 대표까지 모두 장기간 회사에 몸담으며 주요 보직을 거친 정통 '유한맨'이다. 공채·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 영입 인사가 대표이사에 선임된 사례는 13대 박춘거 전 대표가 유일하다.

이 같은 순혈주의는 유한양행 임원 구성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유한양행은 부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진도 오랜 기간 내부 승진 인사로 채워왔다. 웬만해서는 경력직을 채용하지 않았고 외부 인사 영입도 일부 핵심 연구인력 등 제한된 분야에 그쳤다. GC녹십자·종근당·대웅제약 등 비슷한 규모 제약사가 외부 인재 수혈을 확대하는 흐름 속에서도 유한양행은 내부 육성 중심의 인사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2023년을 기점으로 고위 임원 인사에도 외부 수혈이 본격화했다. 유한양행은 2023년 종양학 권위자인 김열홍 고려대 의대 교수를 사장으로 영입해 연구개발(R&D)과 임상의학 부문을 총괄하게 했다. 내부 승진 인사가 대표와 고위 임원직을 맡아온 유한양행이 외부 전문가를 사장급으로 곧바로 앉힌 이례적인 인사였다. 여기에 외부 출신인 오세웅·임효영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이영미 부사장까지 새로 영입하면서 부사장급 이상 임원진에서 외부 인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외부 출신 고위 임원들이 잇달아 회사를 떠나면서 임원 구성은 다시 내부 인사 중심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8월 오세웅 부사장이 퇴임한 데 이어 올 초 이영미 부사장과 임효영 부사장도 회사를 떠났다.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부사장급 이상 임원진을 확대한 지 불과 3년 만에 관련 인사 대부분이 빠졌다는 얘기다.
현재 유한양행에서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를 제외하고 부사장급 이상 직급을 가진 임원은 3명이다. 유일한 외부 출신인 김열홍 사장이 가장 높은 직급에 있다. 그 아래 내부 출신인 이병만·유재천 부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3명이 차기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유한양행 차기 대표 3파전…공동·각자대표 체제도 선택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김열홍 사장 단독대표 선임이다. 김 사장은 2023년 유한양행 합류 후 R&D와 임상의학 부문을 총괄하며 항암신약 '렉라자' 후속 성과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를 이끌어왔다.
김 사장이 대표에 오르면 홍병규 전 대표가 취임한 1985년 이후 42년째 이어진 내부 출신 대표 승계 전통이 깨진다. 유한양행이 내부 육성형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한 이후 사실상 첫 외부 영입 출신 최고경영자가 탄생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내부 승계 원칙보다 연구개발 전문성과 신약 중심 성장 전략을 우선한 선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내부 승진 전통을 유지한다면 이병만 부사장이 가장 관행에 가까운 후보다. 이 부사장은 1986년 입사해 영업과 홍보, 약품사업, 경영관리 부문을 두루 거친 40년 경력 정통 유한맨이다. 회사 주요 사업과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 부사장 선임은 외부 인재 수혈 기조 속에서도 오랜 내부 육성 원칙과 조직 안정성을 이어가겠다는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재천 부사장은 내부 승계와 세대교체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후보다. 1994년 입사한 유 부사장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영업·마케팅을 거쳐 현재 유한양행 핵심 수익원인 약품사업을 이끌고 있다. 국내 영업 현장과 제품 사업화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유 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되면 내부 출신 중심 승계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경영진 세대교체와 본업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김 사장과 내부 출신 부사장이 역할을 나눠 맡는 공동대표 또는 각자대표 체제도 가능한 선택지로 언급된다. 김 사장이 연구개발과 임상, 글로벌 사업을 맡고 이 부사장 또는 유 부사장이 국내 영업과 경영관리 등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외부 전문가 신약 개발 역량과 내부 인사의 조직 장악력을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한양행이 과거 김윤섭·최상후 공동대표 체제를 운영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현재 차기 대표이사 인선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알 수 없다"면서도 "대표이사 선임 주주총회 약 6개월 전인 9월께 후계 구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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