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시장이 실망한 건 실패가 아니었다
- 최다은 기자
- 2026-07-24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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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올해 7월은 제약·바이오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기업들이 잇따라 악재를 내놓으면서 실망감이 극대화된 한 달이었다. 문제는 단순한 임상 실패나 허가 지연에 그치지 않았다. 기대를 키우는 데는 적극적이면서 정작 결과가 예상과 달랐을 때 이를 설명하고 수습하는 방식은 미흡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충격이 컸던 곳은 HLB였다.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며 미국 진출이 또다시 좌절됐다. 이후 항서제약 제조소 실사가 자발적 시정조치(VAI)로 최종 종결되면서 재도전의 발판은 마련됐지만, 시장이 받은 충격까지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파트너사의 제조소 문제가 반복된 데다 관련 정보가 양사 간 제때 공유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글로벌 파트너십 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코오롱티슈진은 또 다른 의미에서 실망을 안겼다.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의 미국 임상 3상 첫 번째 시험에서 공동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임상 결과 자체보다 논란을 키운 것은 이후의 대응이었다. 공시와 보도자료, 기자간담회 발표자료에 기재된 수치가 서로 달랐고, 결과 발표 전 주가가 급락한 배경을 둘러싼 의혹도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다.
회사는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 위약 효과를 강조하며 오는 10월 공개될 두 번째 임상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러나 시장이 먼저 요구한 것은 새로운 기대가 아니라 이미 공개된 데이터에 대한 정확하고 일관된 설명이었다.
펩트론도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일라이릴리와의 공동연구가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월 1회 제형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공동연구 대상에 마운자로 주성분인 터제파타이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경영진 발언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펩트론 측은 특정 상업화 제품 하나가 아니라 복수의 차세대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회사는 직접 마운자로 월 1회 제형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기대가 장기간 커지는 동안 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관심은 오는 10월 기술평가 계약이 실제 본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로 옮겨갔다.
삼천당제약 역시 하루 만에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회사는 FDA로부터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개발과 관련한 Pre-ANDA 회신을 받았다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답변서의 핵심 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웠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스스로 규정한 호재보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원했다. 충분한 정보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만 앞세운 설명은 투자심리를 붙잡기는커녕 더 큰 변동성을 불러왔다.
신약 개발에서 실패는 낯선 일이 아니다. 임상은 실패할 수 있고 허가 일정도 늦어질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하나의 신약을 시장에 내놓는다. 문제는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어떻게 알리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시장과 어떻게 소통하느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그동안 기대감을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해 왔다. 기술수출 가능성이나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 FDA 일정 하나만으로도 기업가치가 크게 움직였다. 그러나 기대감은 실적이나 데이터보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근거보다 기대가 앞서면 현실이 조금만 달라져도 실망은 몇 배로 돌아온다.
상장사는 연구개발 기업인 동시에 공시 기업이다. 투자자는 희망적인 해석보다 정확한 사실을 원한다. 긍정적인 내용만 부각하고 불리한 정보는 뒤늦게 설명하거나, 공개 자료의 수치조차 일관되게 관리하지 못한다면 시장의 신뢰는 빠르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번 잃은 신뢰는 임상에 성공하는 것 만큼이나 회복하기 어렵다.
올해 7월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기술 경쟁력만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투자자들은 임상 결과뿐 아니라 정보 공개의 투명성, 기대 관리 능력, 위기 대응 방식까지 함께 평가한다.
악재 릴레이에서 시장이 가장 크게 실망한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었다. 이전부터 실패 가능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한 태도였다. 기업들이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새로운 기대를 내놓기 전에 이미 제기된 의문부터 명확하게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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