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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찾아가 희망 조제"

  • 홍대업
  • 2007-07-26 07:05:42
  • 인천시장 표창수여 강금석 약사

7월 장마. 날씨는 후터분하고 불쾌지수도 높다. 그러나, 약국 안으로 보이는 약사의 얼굴은 날씨에 아랑곳없이 후덕한 이웃집 아주머니의 표정이다.

인천시 남구 만수동에 위치한 동양약국의 강금석 약사(46·성대약대). 그는 이달 6일 인천시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수상이유는 외국인 무료투약봉사. 올초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으로 표창까지 받았다는 것이 못내 쑥스럽고 겸연쩍다.

“저보다 더 열정적인 분들도 많은데, 주변 약사님들의 추천으로 팔자에도 없는 상을 받게 됐죠.”

강 약사는 매월 둘째주 일요일에는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영창테크노타운으로 향한다. 그 곳에는 한국이주노동자센터가 있고, 매주 일요일 오후 ‘무지개약국’이 개설되는 탓이다.

무지개약국은 별도의 공간에서 상시 개설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한국이주노동자센터의 사무실로 쓰이다가 일요일에만 일부 공간을 빌어 약국을 연다.

강 약사를 포함해 인천시약사회 여약사위원회 소속 3∼4명의 약사는 그 곳에서 인종차별과 엄청난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외국인들을 만난다. 중국, 베트남,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지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물을 건넌 사람들이다. 그들의 굳은 표정과 손끝에서 묵지근한 삶의 무게를 느낀다.

무지개약국을 찾는 외국인노동자는 보통 20여명쯤이다. 그나마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있을 때면, 그 수자는 10명 내외로 줄어든다.

이들은 대개 공장에서 장시간 막노동을 하는 탓에 어깨나 허리, 손목 등에 관절통이 있다. 그들에게 파스류나 경구용 진통소염제가 투약된다.

“20∼30대의 젊은이가 대부분이죠. 한국에 와서 결혼한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약국에 자녀들과 함께 오는 가장도 있죠. 아이들은 면역이 약해 감기약을 많이 받아갑니다.”

강 약사는 그들에 대한 병력과 투약내역을 차트에다 일일이 정리한다. 하지만, 파키스탄이나 스리랑카 등지에서 온 노동자들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는다. 투약할 때도 마찬가지.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의 경우 눈치코치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약국근무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투약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딸아이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엄마는 돈만 보내는 게 봉사야?”

그 전부터 ‘월드비전’에 매월 7만원을 기부해오던 강 약사였다. 외국아이들에게 2만원, 한국아이들에게는 5만원씩이다. 딸아이의 말을 듣고서 실제로 자신이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것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무료투약봉사였다.

“아마 다른 약사님들도 모두 저 같은 마음을 갖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약국을 운영하다 보면, 시간이 나지 않는 게 현실이죠.”

강 약사는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무지개약국서 투약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매월 7만원의 행복과 함께 외국인노동자들의 희망을 조제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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