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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처방변경, '성분명-대체조제'가 해법

  • 특별취재팀
  • 2007-11-01 07:00:51
  • 약사 52% "성분명 1순위"…의료계 "신뢰회복 먼저"

잦은 처방변경 문제는 단순히 약국가의 불용재고약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는 의약계의 총체적 모순을 그대로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잦은 처방변경으로 동네약국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사진=노컷뉴스)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제약사가 그렇고, 리베이트의 단물에 빠져 있는 일부 병·의원이 그렇다. 특히 보건의료계 학자들이 의약분업의 ‘최대의 적’이라고 꼽고 있는 의약담합도 야기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잦은 처방변경, 의약 담합도 야기…동네약국만 피해

특정 병·의원이 특정약국에만 처방변경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한 곳에 처방을 몰아주는 반면 주변 약국에는 재고부담으로 허덕이게 함으로써 ‘견제’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는 제약사로부터는 20∼30%의 리베이트를, 약국으로부터는 처방조제료의 500원 정도를 챙기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꿩 먹고 알 먹는 셈이다.

그러나, 담합약국이나 문전약국이 아닌 동네약국의 경우에는 한숨만 나온다.

충남 K시 A약국의 경우 무엇보다 멀리서 찾아온 단골환자를 약이 없어 그냥 돌려보내야 할때 제일 속이 상한다고 털어놓는다.

환자는 힘들여 찾아왔던 약국에서 다시 의원 앞 문전약국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하고, 약국에서는 애써 확보한 단골환자에게 충분한 약제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어떤 문전약국은 의사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피해를 보기도 한다. 수시로 처방을 변경하는 같은 건물의 의원에게서 처방변경 정보를 얻지 못해 골탕을 먹는 것이다.

약사 52% “해법은 성분명처방 조기도입 필요”

잦은 처방변경과 리베이트, 불용재고약 부담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제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성분명처방이다.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국립의료원과 인근 약국.
특히 성분명처방은 약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데일리팜의 설문조사(10월17일∼22일)에서도 174명의 응답자 가운데 52.2%에 해당하는 91명의 약사가 잦은 처방변경과 약국의 재고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성분명처방의 조기도입’을 꼽았다.

복지부가 지난 9월17일부터 국립의료원에서 20개 성분, 32개 품목에 대해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선상에 있다.

표면적으로 국민 편의와 약제비 절감을 들고 있지만, 이같은 수사의 근저에는 저가약 조제유도와 약가거품 제거 등이 깔려 있다.

실제로 매년 29%에 육박하는 약제비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성분명처방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성분명처방은 사실상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고, 이미 내부적으로는 지난 2003년 시범사업을 마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 다만, 올 12월 대선에서 친의료계 성향을 지닌 정부가 들어선다면 본격적인 제도 실시까지는 다소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약사들이 잦은 처방변경에 대한 차선책으로 꼽는 것이 ‘대체조제 사후통보제 폐지’이다.

데일리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분명처방의 조기도입’ 다음으로 많은 59명(33.9%)의 약사들이 대체조제 사후통보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174명의 약사 가운데 13명(7.4%)과 11명(6.3%)는 각각 ‘소포장의 원활한 공급 및 대상품목 확대’와 ‘리베이트 척결을 통한 유통투명화’를 잦은 처방변경의 해법이라고 응답했다.

국회서 ‘사후통보제, 환자 사전동의로 대체’ 주장 제기

약사가 가장 현실적으로 접하는 문제가 바로 대체조제 사후통보다. 이는 약사법 제27조에 규정돼 있다.

대민주통합신당 장복심 의원(국회 보건복지위)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동시에 위반 차수에 따라 업무정지(7일∼1개월) 처분을 받거나 면허취소까지 이르게 된다.

이 조항 탓에 약사는 그동안 생동성 품목임에도 대체조제를 할 때마다 매번 의사에게 전화나 팩스 등으로 통보를 해왔으며, 이같은 번거로움 때문에 결국은 대체조제를 포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도 지난 2002년 건강보험 재정 위기 이후 대체조제 활성화 차원에서 저가대체조제 인센티브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사후통보라는 걸림돌로 인해 대체조제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장복심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지난해 6월 ‘대체조제 사후통보제 폐지’에 관한 법안발의를 검토했다.

사후통보제를 폐지하는 대신 ‘환자의 사전동의’를 구하는 것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후통보제 폐지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장치로 복약지도 미이행시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한 바 있다.

장 의원의 경우 구체적인 성안작업까지 진행했지만, 의료계의 의료법 전면개정 반대기류와 정부의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이 착수되면서 법안발의를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권교체로 인한 성분명처방의 조기도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 법안에 대한 논의는 언제든지 국회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비단 약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절감과 국민의 편의성 등과도 맞물려 있는 탓이다.

이와 함께 현재 의무조항으로 규정돼 있는 지역의사회의 처방의약품목록제출과 관련 처벌조항을 신설하는 등 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국회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약사에게 대체조제가 허용되는 대신 약사가 고가약으로 조제하는 것을 지양토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잦은 처방변경과 약국의 불용약 해소는 의약사간 신뢰관계가 전제돼야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잦은 처방변경의 해법은 의약간 신뢰회복"

현 시스템에서는 약사는 처방권을 가지고 있는 의사에 대해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처방변경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대체조제와 관련한 통보조차 부담스러워한다.

실제로 이번 취재 과정에 만난 대부분의 약사들은 “생동품목이라도 대체조제를 위해 의사에게 전화를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처방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경우 아예 조제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데일리팜 설문조사 결과 역시 약사의 95%가 “잦은 처방변경의 원인이 리베이트 때문”이라고 응답해 의사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탓에 앞서 언급한 성분명처방의 조기도입, 대체조제 사후통보제 폐지, 지역처방목록 제출, 리베이트 척결 등의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개국한지 7년째인 서울 강서구의 한 약사는 “제도의 개선 등과 함께 의·약사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 사후통보제 폐지 등이 이뤄지더라도 어차피 의·약사는 환자를 매개로 상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의료계도 시각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상호신뢰 회복과 처방권 존중이 전제돼야 잦은 처방변경에 대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J의원 의사 J씨는 “약사에 대한 의사의 신뢰는 조제시 처방약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데서 시작되고 유지된다”면서 “사전동의 없이 나중에 환자가 내원했을 때 조제약이 처방과 다른 것을 알면 배신감이 생기게 되고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사는 “의원과 약국간 상호교류가 원활하게 진행되면, 재고약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고 그런 경우도 많다”면서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호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고 처방권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쨌든 잦은 처방변경에 대해 약사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이같은 불신은 궁극적으로 '처방의 이중검토'라는 의·약사의 기본적인 역할마저 부정케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성분명처방의 조기도입이나 대체조제 사후통보제 폐지 등 시스템 도입과 함께 국민건강을 담보하고 있는 의·약사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의·약사간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별취재팀] 홍대업·류장훈·김정주·한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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