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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처방약 변경, 3∼4개월 주기 흔해"

  • 특별취재팀
  • 2007-10-30 07:07:14
  • 2주마다 바뀐 곳도…약국 66% "100만∼500만원 불용약"

병의원의 잦은 처방으로 약국가의 불만이 크다.(사진은 본문내용과 무관)
서울 강서구의 P내과. 인근 약국들은 잦은 처방변경 때문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P내과의 잦은 처방변경은 지역 약국가에도 익히 소문이 날 만큼 유명하다.

강서구 P내과 '수시로' 처방변경-동작구 H피부과는 '2주마다'

이 곳은 각 제약사 직원이 방문할 때마다 처방약이 바뀌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레보프라이드정25mg(SK케미칼·199원)에서 뉴레보정(유한메디카·175원)로, 뉴레보정에서 레보젠정(뉴젠팜·178원)으로, 레보젠정에서 레보프로정(한불제약·204원)으로 처방을 변경했다고 인근 약국가는 전했다.

또, 혈압약인 심바스타틴 제제도 한울에서 경보로, 경보에서 동성으로, 동성에서 일화나 CJ 등으로 수시로 전환됐다.

인근 Y약국의 S약사는 “처방변경의 주기도 일정치 않고, 아주 예전에 처방을 하던 약까지 가끔씩 나와 어쩔 수 없이 많은 품목을 구비할 수밖에 없다”면서 “알리벤돌의 경우 10품목이 넘는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J약국도 인근 H피부과의원으로부터 나오는 처방전을 조제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개국한지 5개월이 채 되지 않는 이 약국의 경우 피부질환치료제인 테르페나딘 제제만 벌써 4∼5번이나 제약사가 바뀌었고, 변경주기는 2주 정도라도 성토했다.

잦은 처방변경으로 인해 약국가의 재고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J약국은 현재 H피부과로부터 나오는 처방은 환자를 문전약국으로 돌려보내는 등 아예 조제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당뇨약만 10품목 갖춰…잦은 처방변경에 '대체불가' 낙인까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J가정의학과 인근의 C약국도 이런 사정은 비슷하다.

J가정의학과에서는 위장관계통의 약물인 레보프라이드(SK케미칼·199원), 엘프리드(아주약품·186원), 레보필(종근당·178원), 네오시드(드림파마·190원), 펩스리드(환인제약·178원), 리보웰(보람제약·143원)을 수시로 처방변경을 하고 있다. 고혈압약물인 노바스크(화이자·523원)와 애니디핀(종근당·388원), 암로핀캡슐(유한양행·335원), 암로핀정(유한양행·335원), 스카드(SK케미칼·419원), 노바로핀(중외제약·334원)도 그렇고, 비급여로 처방되는 비만치료제인 리덕틸(한국애보트)과 리덕타민(유한양행)과 슬리머(한미약품), NVU(대웅제약) 등도 마찬가지라고 C약국은 토로했다.

소염·진통제 역시 자주 처방이 바뀌었고, 품목에는 클란자S(한국유나이티드·315원), 아펜탈(아주약품·214원), 애니락(보람제약·248원) 등이 있다.

특히 당뇨약은 아마릴(한독약품·344원), 글리닥스(보람제약·186원), 메피그릴(중외제약·275원), 글리민(경동제약·273원), 다이피릴(환인제약·276원), 글리마릴(한국유나이티드·276원), 그리메피드(한미약품·275원), 아로밀(아주약품·276원), 글라디엠(유한양행), 네오마릴(종근당·275원) 등 10가지에 달했다.

C약국 L약사는 “J가정의학과의 처방전을 받다보면, 재고부담으로 인해 다른 의원의 처방전은 아예 포기를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런 상황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전북 J시의 A약국. 이 약국은 전형적인 동네약국이지만, 인근 N외과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북 J시의 N외과. 에페신정을 케이페리정으로, 대원디아제팜을 바리움정으로 수시로 처방을 변경하고 있다.
N외과의원의 처방변경 주기는 한달 정도. 앞서 언급한 서울 동작구의 H피부과보다는 나은 편이다.

지난 6월에 처방하던 골격근이완제인 에페신정(명문제약·150원)을 7월에는 케이페리정(한국콜마·121원)으로, 7월에 처방하던 신경안정제인 대원디아제팜2mg(대원제약·11원)을 8월에는 바리움정2mg(한국로슈·12원)으로 변경했다.

특히 이 의원은 처방변경하면서 '대체불가' 낙인까지 찍어 인근 약국을 힘겹게 하고 있다.

A약국 K약사는 데일리팜 제보를 통해 “N의원에서 수시로 처방을 변경하고 대체불가 도장까지 찍어 처방전을 발행한다”면서 “문전약국이 아니면 처방변경에 관한 정보를 몰라 약을 제대로 구비할 수 없고, 결국 환자로부터 불신감을 키우게 된다”고 토로했다.

잦은 처방변경, 약국가 재고만 쌓인다

익명을 요구한 충남 K시의 A약국. 이 약국은 소위 ‘문전’은 아니지만, 인근에 내과 3곳, 외과 1곳, 피부·비뇨기과 1곳, 소아과 1곳, 치과 2곳, 정형외과 1곳 등 의원급 의료기관 10곳이 포진해 있다.

이 약국도 약 100여미터 떨어진 J내과 때문에 적잖이 골치를 썩고 있다. 바로 잦은 처방변경 때문. J의원에서 처방은 하루에 3∼4건 정도 나온다. 그러나, 처방약의 변경주기가 짧게는 3∼4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사이어서 재고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

충남 K시의 J내과. 소화성궤양용제를 5∼6개월 주기로 처방을 변경하고 있다.(제보자의 요구로 모자이크 처리)
실제로 J의원에서는 지난 2006년 9월말에는 소화성궤양용제인 Nizatidine 성분의 자니티딘정75mg(드림파마·156원)이 처방됐지만, 5개월여만인 올해 3월초에는 니자티딘정75mg(한국넬슨·169원)이, 또다시 6개월여만인 10월 중순경에는 니자티드정75mg(한국파마·210원)으로 처방이 나왔다.

A약국의 B약사는 “1년에 두 번 정도 바뀌는 것은 아주 양호한 병원”이라며 “특별한 이유도 없이 너무 처방이 자주 바뀌어서 재고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A약국의 경우 단골환자가 적지 않은 편이어서 J내과의 처방전을 들고 온 환자를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어, 여러 가지 약을 구비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위장계통 약물의 경우 시메티딘 제제는 10품목이, 알리벤톨 제제는 7∼8품목이, 파모티딘 제제는 4품목이, 니자티딘과 리보설프리드, 레바미피드 제제 등은 최소 3가지 이상의 제약사 제품이 구비돼 있다.

또, 혈압약물인 아테놀, 심바스타틴, 아모디핀 등과 당뇨약물인 메트포민 제제 등이나, 항생제인 세파클러와 아목시실린, 세파드록실, 진통소염제인 아세클로페낙과 록소프로펜 등도 마찬가지라고 A약사는 털어놨다.

약사 77% “잦은 처방변경, 약국 재고부담으로 이어져”

처방변경으로 인해 약국가에서 겪는 경영부담은 생각보다 그 정도가 깊다. 어떤 약국은 "등허리가 휜다"고 표현할 정도다.

데일리팜이 약사 174명을 대상으로 이달 17일부터 2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도 이를 살펴볼 수 있다.

병·의원의 처방변경으로 곤란을 겪은 경험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87.9%에 해당하는 153명의 약사가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변한 반면 ‘곤란을 겪은 적이 없다’고 답변한 약사는 겨우 16명(9.1%)에 그쳤다.

약사들의 77%가 잦은 처방변경으로 불용재고약이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사진은 본문내용과 무관)
특히 인근 의료기관의 잦은 처방변경과 관련 약국에서 겪은 가장 곤란한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약사의 77.0%(134명)가 ‘처방변경으로 이미 준비했던 의약품이 재고로 남는 경우’라고 답변했다.

또, ‘처방약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환자를 돌려보내는 경우’도 19.5%(43명)에 이르렀고, 처방약 변경으로 인한 ‘환자와의 불필요한 마찰 발생’과 ‘인근 약국과의 갈등 발생’이라는 답변은 각각 1.7%(3명)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그만큼 잦은 처방변경으로 인해 약국가에서 겪는 고충이 적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처방변경으로 인해 약국에 누적되는 재고약의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설문대상 약사의 66%인 115명이 100만∼5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36.7%에 이르는 64명은 200만∼500만원, 100만∼200만원은 51명(29.3%)이었다.

100만원 미만은 31명(17.8%)이었으며, 500만∼1000만원 미만은 19명(5.1%)의 약사가, 1000만∼2000만원 미만은 9명(5.1%)이었으며, 2000만원 이상은 0명으로 집계됐다.

충남 K시의 A약국(익명)은 “전체 재고약의 20% 정도는 처방변경으로 인한 재고”라면서 “개봉약의 경우 반품도 제대로 되지 않아 자칫 불용약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밝혔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J안과의원 부근 K약국도 “점안액은 한 두 개가 판매되고 나면 나머지 몇 십개는 그대로 재고 처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마디로 병·의원의 잦은 처방변경이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동네약국의 불황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약국가에서는 잦은 처방변경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별취재팀] 홍대업·류장훈·김정주·한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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