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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철학·약 사회학

  • 데일리팜
  • 2008-11-03 06:44:24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의 약은 이미 물질만이 아니다. ‘사랑의 묘약’도 같은 의미다. 그렇다면 약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은 끝도 없이 나올 수 있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먹거나 바르거나 주사하는 것이라는 국어사전만으로는 설명이 너무도 부족하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보자는 철학적 도전이 지난 달 21일 시도됐다. 팜 오케스트라라는 포럼에서 ‘약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목으로 하는 서울대학교 철학교수의 발표와 ‘약의 사회적 고찰’이라는 주제의 사회학 교수 발표가 그것이다.

약을 굳이 철학적으로 따져보려는 이유나, 그 결과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심도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도 논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철학은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하고 사물의 본질을 살피는 학문이므로 인간과 사회에 연결된 약의 본질을 철학 이론으로 정리한다면 약학 교육방향은 물론, 약의 공급자나 소비자의 약에 대한 인식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포럼에서는 법철학, 의료철학, 생명철학처럼 좀 더 표면적인 문제의 근본 기제를 밝히는 응용철학의 한 분야로 약철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편 전쟁이나 탈리도마이드 사건 같은 역사적 사건이나 신약들의 생성 과정에서 경험했듯이 예견할 수 없는 ‘명증의 숙제’를 약이 안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 약력

1970년 약사공론 기자 입사~취재부장 1981년 국회 이상희 의원 보좌관 1985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 입사 1992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실장 1997년 대한약사회 사무총장 2007년 정년퇴임

특히 약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서 인간의 존재를 함께 인식해야 하지만, 상업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행복증진을 행위원리로 하는 ‘책임’을 발표자는 키워드로 강조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약의 본질이며, 데카르트적 인간 모델이 정신과 물질의 2원론으로 설명되듯이 인간을 기계나 육체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약의 연구는 인간의 사랑이라는 최고의 행위원리가 없을 경우 약이 독으로 전환되고 인류의 파멸을 초래한다는 경고가 곁들여졌다. 또한 이 경고는 윤리학의 관점에서 행위원리가 해명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패널 토론에서 드러난 관심도 약이 던지는 철학적 명제는 결국 ‘윤리’로 모아진 것이다.

철학적 논의가 약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형이상학적인 막연한 답에 그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연과학 울타리에서 맴도는 약학을 인문과학에 폭 넓게 접목시키는 일이나, 물질로만 여겨온 약에다가 정신을 담는 것은 인식론 차원에서의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약업계에 상업주의나 리베이트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만연되어 있고, 교육의 근본적 체제를 바꾸게 되는 약대 6년제 시행을 앞둔 현 시점에서는 더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철학을 가까이 하려는 태도는 모든 관계에 대해 반성하는 자세로 설명된다. 뒤돌아보고 생각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철학이고 이러한 태도가 좀 더 근본에 접근하는 것인 만큼 약철학이라는 생경한 단어가 오히려 신선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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