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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기금마련 급하다

  • 데일리팜
  • 2009-05-11 06:25:08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마련한 '#한국의약품부작용관리센터 설립을 위한 약사법 개정 정책 간담회'는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 제조업자·수입업자 및 약국 등에 대해 #부작용 보고를 의무화 하고 있지만 그동안 체계적이지 못해 왔고 신고 건수도 미흡한 실정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부작용 모니터링 건수는 지난 98년 64건에서 2002년 148건, 2004년 907건, 2007년 3750건 등으로 많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비해서는 여전히 현저하게 그 건수가 작다. 그중에서도 제약회사의 보고건수는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3~11%에 불과해 더 적다.

미국의 경우는 연간 40~50만 건에 달하는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으면서 제약사들이 보고에 매우 적극적이다. 약 1/30인 시장규모를 감안해도 우리의 부작용 모니터링 보고비율은 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아울러 인구 대비 역시 2007년 기준으로 우리가 100만 명당 75건에 불과하지만 미국 1587건, EU 312건, 일본 251건 등으로 확연히 대비된다.

약물 부작용을 단순히 약화사고라고 생각하는 것이 근본적인 장벽이다. 환자에 대한 피해구제 문제와 회사 또는 해당품목의 이미지 타격 때문에 가급적 은폐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부작용에 대한 일반적인 대처방식이다. 하지만 신약 선진국은 되레 부작용을 알리는데 능동적이다. 제약사의 경우 설사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부작용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서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 같은 대처가 제약업체는 물론 의약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적응증의 확장과 신약개발의 또 다른 기회요인을 만들어 준다. 부작용 보고는 길게 봐서 정면 대응할 때 결코 손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위한 발판으로 피해구제 기금마련이 급하다.

따라서 부작용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이해되어야 한다. 아니 바뀌어야 한다. 약리작용 '주작용'(main effect) 이외의 모든 작용을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라고 하는데, 대개 이 경우까지 포괄해서 우리는 부작용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엄밀히 약물 부작용(adverse drug reaction, ADR)은 주작용과 전혀 다른 반대의 약리작용으로 봐야 한다. 사이드 이펙트까지 무조건 은폐하고자 하는 부정적 정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물론 부작용까지 포함해서 사이드 이펙트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절대 놓쳐서도 안 되고 반드시 축적될 고부가가치 약물임상 자료라는 인식을 가져가야 한다.

부작용 모니터링을 활성화하기 위한 관건은 세부적인 피해구제제도를 법에 분명히 명시하고 그에 따른 기금마련 방안을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짜는 일이다. 전자는 환자를, 후자는 업계와 의·약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피해구제제도를 명시하고 있기는 하다. 법 제86조(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사업) 제1항에는 의약품 제조업자나 품목허가를 받은 자 등에 대해 의약품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구제하고 나아가 의약품 안전성 향상과 신약개발 지원을 위한 연구사업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이에 따른 비용을 제조업자와 품목허가를 받은 자가 부담토록 하고 있으며, 제3항에서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제4항에서 제1항 사업의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가족부령(시행규칙)으로 정한다고 위임해 놓았으나 정작 시행규칙에는 그 세부사항이 없다. 결국 약사법 제86조는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1항과 제2항이 2007년 10월에 개정됐고, 제4항이 2008년 2월에 개정됐으니 길게는 1년6개월여 동안 법 조항이 낮잠을 잔 꼴이다.

부작용 보고는 제약계와 약국 말고 의료기관이 또한 축이자 중심역할에서 빠질 수 없다. 의료기관은 지난 98년부터 약물 부작용 신고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0년부터는 3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부작용 감시위원회가 설치·운영돼 오면서 모니터링이 이뤄져 왔다. 지난 2006년에는 '지역약물감시센터'가 식약청의 지원으로 시범·가동되다가 2007년이 돼서야 본 사업이 진행돼 역사가 그야말로 일천하다. 더구나 이 센터는 대형병원과 의대 교수 중심으로 이뤄지는 자발적인 부작용 신고 시스템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식약청이 외부 용역형태를 운영하는 형식이다 보니 일사불란한 수집과 감시가 사실상 어렵다. 아울러 식약청이 의료기관 개설자의 부작용 보고 의무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연 원만히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의료기관의 경우는 미국의 부작용 보고와 평가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미 FDA 산하 약물평가연구센터(Center for Drug Evaluation and Research, CDER)는 '메디워치'(MedWatch)라는 감시 프로그램을 의료 현장에서 수집·평가한다. 이를 위해 AERS(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라는 일종의 조기경보 데이터 관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 같은 데이터 시스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지능형·지식베이스 기반의 부작용 자동추출, 분석, 보고 등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의료사고 피해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FDA 직원 중 30%가 넘는 의사들이 있는 것도 그렇고, 이들이 AERS를 통해 들어오는 부작용 보고를 분석하는데 투입되고 있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이다.

우리나라도 결국 의약품 부작용 사례를 적극적으로 취합하고 나아가 피해구제까지 맡게 될 한국의약품부작용관리센터 설립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부작용 모니터링 시스템은 그만큼 허술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방송과 신문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부작용 사건은 의약품이 갖는 존귀함을 무력화 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약품은 물론이고 의·약사와 업계 등 의약계 전체가 덤터기를 쓰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약장사'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약품 부작용 문제는 일차적으로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하고 나아가 의약계의 신뢰회복을 위한 차원에서 더 이상 조심스럽게 접근할 사안이 아님을 절치부심 살펴봐야 한다.

핵심의제인 피해구제기금 논의를 해보자. 그만큼 민감하고 어려운 사안이다. 곽정숙 의원의 간담회에서는 일본을 벤치마킹할 경우 제약계가 지불해야 할 의약품 부작용 부담금은 매년 총 15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됐다. 매출액 대비 0.01%를 감안한 수치다. 우리는 제약계가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할 입장에 있는 것을 알지만 정부도 과감히 기금출연에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시작이 중요한 만큼 처음부터 제약계에 과도한 출연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부작용 보고 상황을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아울러 정부는 초기 몇 년간 과감히 전체 출연금의 절반을 책임지는 결단을 내렸으면 싶다. 그래야만 제약계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다. 제약계도 선진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장기 미션을 수행한다는 당찬 각오로 피해구제제도 출연금에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피해구제기금은 그냥 버려지는 멸실형 보험의 성격이 아니라 반드시 그 결과가 리턴돼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경쟁력을 키워주고 신약의 원천 소소를 제공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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