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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보건복지부장관으로의 변신을 바라며

  • 데일리팜
  • 2010-08-23 06:26:01
  • 리병도 약사(전 건약회장)

요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57)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장안의 화제다.

한국에 온 그는 “오늘날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두고 ‘시장지상주의’로 대변되는 자유방임주의 견해와 ‘복지국가 옹호’로 대변되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지만, 공동체의 공동 목적과 공동선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경제가 정치를 밀어냈고, 사람들은 정치가 다루지 못하고 있는 도덕이나 윤리와 같은 가치에 큰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논리가 정치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도덕적·윤리적 가치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민주적인 삶의 가치, 공동체, 연대성, 신뢰, 시민애 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경세포는 왜 생겼나

지구상에 먼저 출현한 단세포 생물들은 글자 그대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다. 정보를 전달할 상대도 필요 없었고, 이기적인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서 혼자 먹고 사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다세포생물이 출현하면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옛날처럼 혼자 먹고 살려다가는 다 죽고 만다. 또는 자신의 몸의 어떤 세포가 상처를 입었을 때 방치해 뒀다가는 다 죽고 만다.

그런데 산다는 것은 몸을 이루는 개개의 세포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로서의 세포 '관계'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 호르몬이 그리고 신경세포가 나타나 이를 통해 생명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즉 살기 위해서는 서로가 필요하고 서로 정보를 나눠야만 했던 것이다.

시골에서 논농사를 하기 전에 논의 땅바닥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높은 곳은 벼가 말라 죽어버리고 너무 깊은 곳은 물이 고여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고른 바닥은 벼농사의 시작이요, 잘 준비된 시작은 농사의 반을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정치가 너무 한 쪽 기둥으로만 서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균형감각을 잃은 듯하다. 다른 분야를 차지하고도 우리가 관련이 있는 국내 보건의료 상황을 보자. 대기업에서 전방위적으로 의료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 영리병원이 아니라 의료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차관정치

그리고 복지부장관으로 내정된 진수희 내정자에 대한 우려가 많다. 그는 공공보건의료가 무엇인지 사적 의료기관이 아닌 공공의료기관 - 그것도 국립의료기관의 기본적인 임무조차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보건연합 한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이 지원되는 국립대병원원은 국민을 위한 진료기관이어야지 수익을 위한 기관이어서는 안된다. 국립대병원들의 수익의 순위를 매겨 수익률을 높일 것을 내놓고 주장하는 것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될 사람의 철학인가?”라며 비판했다.

진내정자의 법인세 인하로 투자를 촉진하자는 부자감세 옹호 발언 등으로 “이런 사고로 어떻게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 국민의 보건복지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책임, 지금도 심화되고 있는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의 심화’ 등의 우리나라 보건복지의 핵심과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원이라도 마련할 생각조차 기대할 수 있을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영리병원 허용문제와 경제자유구역에서의 영리병원 허용조건 완화, 건강관리서비스법안, 민영의료보험의 개인질병정보 및 의료기관 제 3자지불 문제, 비영리의료법인 의료기관 채권 발행 허용문제, 의료법 개정안(병원의 영리행위를 활성화하는 경영지원사업 도입 및 병원의 파산 및 합병 허용, 원격진료 허용 등) 문제 등 간단한 정책 소신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장관 임명 후 입장을 밝히겠다”는 지극히 불성실한 태도로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또 보건복지부 차관에 최원영 기획조정실장(52)이 내정됐다. 영리병원에 대해 기자들이 물어봤더니 차관은 계속 노코멘트다. 의료정책 관련 공무원들에게 물어봤더니 “제가 하반기에 정말로 바빠지겠네요.”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내 기류가 건강관리서비스법안이나 영리병원 통과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야당에서는 이런 장차관 인사에 대해 '차관정치'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른 발과 오른 다리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에는 부교감신경과 교감신경이 서로를 견제하고 평형을 이루면서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교감신경이 너무 흥분해도 부교감신경이 너무 활발해도 우리 몸은 문제다. 부교감신경이 아예 작동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살아있을 수가 없다.

우리의 정부도 정부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정부부서들의 역할도 서로 다르다. 대한민국이라는 다양한 세포 중에 하나다. 혼자 살려고 한다면 우리 전부가 죽는다. 오른 발과 오른 다리로 만으로는 제대로 일을 할 수도 걸을 수 조차 없다. 그래서 중심을 잡아 줄 - 중추신경계의 밸런스를 잘 잡아 줄 - 감각있는 장관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 몸이 대한민국이 살아갈 수 있고 일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의 영역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바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권과 이를 위한 의료접근권, 그리고 복지에 있어서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을 일차적으로 책임지는 주무장관이다.

재경부처럼 돈을 벌어야 하는 부서가 교감신경이라면 사회안전망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는 부교감신경이다. 보건복지부가 교감신경의 역할을 하면 우리는 교감신경 과다로 삶이 엉망이 되고 병원신세를 져야만 한다. 우리가 같이 살기 위해서는 중추신경계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그 자신뿐만 아니라 전체를 위해서도 선이다. 한 세포가 심장에 있을 때는 심장의 역할을 하지만 그 세포가 위에 있다면 그에 맞추어 위의 역할을 해야 한다. 박지성이 공격 위치에 있을 때는 공격을 하지만 수비 위치로 내려오면 수비에 충실해야 한다.

과거 교감신경이었더라도 이제는 부교감신경 역할을 해야 한다면 그렇게 변해야 우리가 온전할 수 있다. 이를 알고 이를 받아들인다면 보건복지부의 책임자로서 그 역할을 다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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