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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예능 프로그램에 비친 안전사고

  • 데일리팜
  • 2010-08-30 06:32:31
  • 안지현 교수(중앙대학교 용산병원 내과)

우리나라 공중파 TV에서 몇 해째 예능을 선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예능인들이 항상 새로운 도전에 나서 성취하는 과정은 이제 단순히 예능을 넘어 리얼 다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댄스 스포츠, 에어로빅, 봅슬레이, F1 등 국내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벼농사 프로젝트와 같이 의미심장하면서도 장기간 공을 들인 컨텐츠로 매주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그런데, 최근 몇 주간 방영된 프로레슬링의 경우 화제만큼이나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가운데 훈련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멤버들은 단순한 타박상은 물론이고 뇌진탕, 갈비뼈 골절 등 부상의 정도가 심상치 않다. 이미 예전에 봅슬레이 촬영 도중 한 멤버가 어깨를 다친 경우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예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복귀한 남자가수는 녹화 중 멀리뛰기에서 발목이 골절돼 오랜기간 활동을 접어야만 했다. 한창 인기를 끌던 개그맨은 게임 도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병상에 있었고 이후 대중들에게 잊혀져 갔다.

떡 먹기 게임 도중 목숨을 잃은 성우, 해외 촬영 도중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배우, 그리고 아나콘다에 물린 뒤 깊은 슬럼프에 빠진 개그우먼의 안타까운 사연은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사실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보기에 편치 않은 장면들도 계속 반복된다. 뜨거운 음식 빨리 먹기, 짧은 시간 내에 많이 먹기, 롤러코스터를 타 면서 음식 먹기, 짜고 맵고 자극적인 음식 먹기 등 먹는 것을 소재로 할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뜨거운 음식을 자주 먹으면 식도암이 생길 수 있고, 짠 음식은 위암, 고혈압, 골다공증 등의 원인이 된다.

또한 심하게 흔들리는 곳에서 음식을 먹으면 질식의 위험이 높다. 그리고, 출연자들끼리 갑자기 도로 위에서 도망가고 추격하는 설정에서는 카메라맨이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 항상 교훈적일 필요는 없다. 일단 재미있고 즐거울 때 비로소 예능은 존재 가치가 있게 된다.

여기에 감동과 교훈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더욱이 스스로를 낮춰 대한민국 평균 이하(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라고 하는 예능인들에게 시청자들은 자신을 감정이입하게 되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과제를, 그것도 고통을 감내하며 이겨내는 과정처럼 가슴 뜨거우면서도 유쾌한 장면은 없을 것이다.

고통이 컸던 만큼 감동이 배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브라운관 앞에서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언젠가 예능이 아닌 뉴스 시간에 방송 출연자의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그 안타까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핀란드에서 열린 ‘세계 사우나 챔피언대회’에서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1999년부터 매년 열린 대회가 이번 사고로 더 이상 개최되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다. 이제 방송에서 멘트나 자막을 통해 ‘위험하니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라고 알려주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보다 안전하면서도 즐거운 소재를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하겠다.

또다른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의 얼굴에 빨래집게를 하고 줄다리기를 하는 게임을 해서 가학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사간 과다 경쟁 때문에 보다 쉽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가학적인 소재를 찾는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이런 논란도 노이즈 마케팅의 일부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시청자 층에 무심코 따라하기 쉬운 어린이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열악한 방송 제작 여건상 팀 닥터가 항상 옆에 있을 수는 없지만 위험한 장면을 녹화할 때에는 응급 상황에 대한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연출자나 방송 작가도 당장의 시청률보다는 출연자 보호 측면에서 녹화에 앞서 의료인이나 해당 전문가에게 안전성에 대한 소정의 자문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출연자를 건강한 모습으로 계속 만났으면 한다. 사건, 사고로 더 이상 그들의 건강한 모습을 볼 수 없다면 모두에게 큰 불행이다. 이번 논란이 무작정 비난이 아닌 좀 더 안전하게 방송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예능에서 늘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 온 무한한 도전정신과 제작자와 출연자의 뜨거운 열정만큼은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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