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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더 술 권하는 사회

  • 데일리팜
  • 2010-12-16 06:30:32
  • 안지현 교수(중앙대학교 용산병원 내과)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1921년 소개된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에 나오는 대사 속에 일제 치하의 절망과 푸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대는 다르지만 한 해가 저무는 연말의 송년회와 회식은 술 소비를 부추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부터 음주로 인한 사고와 질병의 심각성을 집중 홍보하는 대국민 캠페인을 펼쳤다. 30여년전 주로 A형 간염 등 전염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술잔 돌리지 않기 운동’이 캠페인의 주를 이루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졌다.

여기서 잠시 최근 1~2년 사이 발표된 술에 관한 몇몇 연구들을 살펴보자. 먼저 2009년에 발표된 연구들이다. 룩셈부르크의 Alkerwi 등이 Atherosclerosis에 발표한 메타분석에서 남자는 하루 40그램, 여자는 하루 20그램 미만으로 술을 마실 때 대사증후군의 유병률도 의미있게 줄었다.

캐나다 토론토의 Baliunas 등이 Diabetes Car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술을 전혀 안 하는 것보다 적당히 마실 때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되었다. 당뇨병 예방 측면에서 남자는 하루 22그램, 여자는 24그램이 가장 적당했다. 그렇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남자는 하루 60그램, 여자는 하루 50그램을 넘어서면 당뇨병의 위험이 증가했다.

캐나다 토론토의 Taylor 등이 Addic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술을 많이 마실수록 남녀 모두에서 고혈압의 위험성이 올라갔고,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남성에서 그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하루 평균 50그램 마시면 상대위험도는 1.81배, 100그램을 마시면 2.81배로 상승했다.

올해에 발표된 연구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지난 7월 캐나다 토론토의 Taylor 등이 Drug and Alcohol Dependence에 발표한 연구를 보면 술을 많이 마실수록 다치는 사고도 당연히 늘었다. 그런데, 마시는 술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단순히 일직선으로 비례해 사고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급격하게 사고율이 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단 두 잔의 술을 마셔도 음주운전은 위험했다.

인터넷으로 보다 일찍 기사화되었지만 지난 달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의 Wagenaar 등이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정식 발표한 연구에서 술에 부과하는 세금을 2배 올릴 경우 음주 관련 사망률이 평균 35%까지 줄어들고,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도 1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병, 폭력, 범죄도 각각 6%, 2%, 1.4%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주종은 달라도 대부분의 술 한 잔에는 10~15그램 가량의 알코올이 들어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회에서 적절한 음주량으로 남자는 하루 2잔, 여자는 하루 1잔을 넘기지 않도록 권고한다. 그렇지만 술잔이 몇 번 오가다 보면 이론과 실제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술을 마시게 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 영문으로 소개된 우리나라의 소주(Soju)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2004년에만 한국에서 30억병 이상의 술이 팔렸고, 2006년 한국 성인 1명당 소주를 90병 소비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90병을 1년 365일로 나누면 성인 1명이 매일 1/4병씩 마신 셈인데 술을 전혀 안 하는 사람도 있으니 과연 이 많은 소주를 누가 다 마신 걸까?

맥주, 양주, 막걸리는 빼고 소주만 따졌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여기에 맥주와 함께 섞어 마시는 술을 ‘somaek(소맥)’으로, 여기에 ‘poktanju(폭탄주, bomb drink)’, ‘one shot(원샷)’까지 영문으로 친절히 소개하고 있으니 이 내용을 접한 외국인들은 아마도 한국 성인 상당수가 알코올 중독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무튼 어느 나라보다 회식이 잦고, 그때마다 원치 않아도, 술을 잘 하지 못해도 눈치껏 마셔야 하는 우리의 음주 문화를 볼 때 하루 2잔 이내로 음주를 제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최근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의 담뱃값 8천원 논란에서 보듯 절주 효과가 뚜렷이 나타날 만큼 당장 술에 붙는 세금을 올리기는 정서상 더더욱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비교적 술에 관대한 사회, 하지만 술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이들의 뉴스를 보면 하루 2잔 이상의 술은 건강 뿐만 아니라 신뢰도 잃게 할 수 있음을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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