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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의약품 사막화'를 막아라

  • 데일리팜
  • 2011-06-01 06:40:00
  • 리병도 약사(전 건약 회장)

얼마전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이 동아일보에 국민들의 편리성을 위해 일반의약품의 '소매점' 판매 허용을 주장하면서 "외국에서 일반의약품을 약국 외에서도 팔 수 있게 하는 것은 소비자를 위한 일이다. 소비자가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일반의약품을 가까운 곳에서 필요할 때 언제든 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데 고씨가 주장하고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뒷 부분인 것 같다. 그는 이어 "약국의 개설권 규제도 과도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약국은 약사만이 개설할 수 있다... 이런 규제는 소비자 편익의 관점에서 보면 불합리하다. 누가 어떤 형태로 약국을 개설하든 약사만 처방약을 판매하도록 규제한다면 소비자 보호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또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형태로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다면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져 편익이 늘어날 것"이라며 법인약국과 대자본의 약국진출을 노골적으로 피력했다.

그렇다면 고씨가 주장한 다른 문제는 다 그만 두더라도 과연 누구나 - 당연히 대형유통자본을 염두에 둔 -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면 국민의 편익이 증가할까? 답은 한 마디로 아니다. 동네에 산재한 약국은 우리 몸에 비유하면 말초혈관이다. 대자본이 진출한 약국은 비유하면 대정맥 정도일 것이다. 규모있게 하겠다는 것이니. 대자본이 진출하면 동네약국은 경쟁력을 상실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면 그 불편함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겪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예를 주위에서 비일비재하게 보고 있다.

그 많았던 동네이발관, 동네구멍가게들을 이제는 보기 어렵다. 게다가 대기업 유통자본이 SSM으로 동네상권까지 진출하자 이제 몇 안남은 동네슈퍼들도 고사 직전이다. 한 술 더 떠 이렇게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키고 난 후 자본들의 행태는 더 가관이다. 외국의 예를 보면 지역의 상권뿐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황폐화시킨 후 이들은 두 지역상권 중 하나에 있던 점포를 정리해 그 곳에 살던 주민들이 차를 타고 다른 지역의 점포를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점포가 없어진 지역주민들의 불편은 이루 말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것이 영국 등에서는 얼마나 문제가 되었는지 'Food Deserts'란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예로 1972년에 테스코는 영국에 790개의 매장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 많은 작은 도심의 매장을 폐쇄했다. 적절한 규모의 경제를 갖거나 큰 소비력을 갖기에는 너무 작은 곳들이라는 이유때문이다. 1972년 500 평방미터 이하의 판매장을 갖고 있는 500개의 테스코 점포가 문을 닫아 1980년에는 매장이 단지 190개만 남게 되었다.

이렇게 슈퍼마켓이 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패턴은 주변의 모든 지역 점포를 문닫게 하고는 다시 나가버려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식품 사막'을 만드는 것이다. '식품사막'은 단지 식품에 대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좋은 품질, 저렴한 가격, 영양가있는 음식에 대한 접근권을 저해한다. 이러한 사막효과는 이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인 - 고령자와 환자에 큰 영향을 주는데, 그들은 식품정보에 접근(인터넷쇼핑에 미숙)하지도 못하고 개인 수송 수단도 없기때문이다. 이를 약국에 접목해 본다면 '의약품사막'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더 많은 다양한 사람 - 재벌포함 - 이 약국을 개설토록하면 그 도덕적 해이와 노골적 상업화는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면 약사들은 잘하냐고 반박한다면 그래도 얼굴없는 자본이 아닌 개인약사는 윤리교육도 받고 윤리적 규제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자본을 어떻게 윤리교육시키겠는가? 자본은 스스로 우리에게 윤리를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이윤을 추구할 뿐이라고. 우리는 도덕공동체가 아니라고.

결국 고본부장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국민의 편의성이 아니라 대자본의 이익 확보다.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 자본논리요 이미 망가진 신자유주의논리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튼튼한 경제를 위해 중산층을 키워야한다. 편리성으로 포장된 약국외 판매 주장은 서비스경쟁력 강화 한답시고 - ssm으로 중소상인 다 죽이는 대기업 유통업 싹쓸이의 약국판 일 뿐이며, 모든 분야를 대기업의 먹이감으로 삼는 논리의 교묘한 속임수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우리 몸의 말초혈관처럼 곳곳에 산재한 동네약국을 죽이려는 정책을 중단해야 할 것이며, 다시 한 번 동네에 산재한 약국을 살리는 길이 국민들의 진정한 편리성을 위한 길임을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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