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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격차의 문제와 의약품 슈퍼판매

  • 데일리팜
  • 2011-09-01 06:35:02
  • 신광식 약사(상록수약국, 보건학박사)

의약품 슈퍼 판매 논란의 배경에는 우리사회가 결코 간과할 수없는 사회적 이슈가 숨어있는데 정보격차 문제와 정보강자의 정보 약자에 대한 패권적 행동이다.

의약품 슈퍼판매 이슈는 스스로 정보강자라고 믿는 사람들이 정보약자의 사정을 무시하고 자기편의대로 자신의 생활패러다임 기준으로 제도를 개편하고자 하는 시도이며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정보약자의 피해발생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에 의한 건강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제조자의 문제는 제조자가, 유통관리상의 문제는 유통관리자가 지지만 자신의 체질이나 잘못된 선택의 문제 등 이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경우는 환자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의약품의 잘못된 사용이 건강상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복지부도 인지하고 있음을 고백한 사실일 뿐더러 그 잘못된 의약품 사용에 활용되어야 할 필요한 정보가 있고 그 필요한 정보의 부적절한 사용이 건강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복지부도 알고 있음을 알게 한다.

사실 이 부분에서 국민의 상당한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약이 슈퍼에서 판매된다고 하는 순간 국민은 그것이 불완전한 정보라 하더라도 적당히만 이용된다면 피해는 없고 그런 사실이 보건복지부에 의하여 보증되었다고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 강자라고 하지만 사실 정보강자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가를 따져보면 이것도 매우 불완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의약품의 설명서는 보통 나이 40대만 넘으면 읽을 수 없는 깨알 같은 글씨로 처리되고 있지만 약의 필요는 나이를 먹어가며 증대한다.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외에도 건강식품, 의료기기나 화장품 또한 일반 공산품의 범주규정도 알기 어렵지만 설명서에 기재된 전문용어 역시 이해가 어려울뿐더러 오해의 소지가 크다.

이런 세세한 정보 뿐 아니라 단지 효능효과 정보라고 해도 일반이 오해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제산제나 위산 분비 차단제 등이 함유된 의약품에 소화불량이라는 표시가 큰 글씨로 쓰여 있지만 저산증을 중심으로 한 소화불량이나 체증에는 이런 약은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해열진통제라고 쓰여 있지만 만일 위염이나 궤양에 의한 통증이라면 이러한 진통제는 금기약이 되며 변비 때문에 발생한 복통이라면 복통을 효능효과라고 표시한 진경제 역시 크게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효능이 코막힘이라고 되어 있지만 비강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은 분비물 배출이 곤란한 경우역시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표시된 정보를 이용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보사용은 직간접 경험과 사회적으로 재생산된 정보에 의존하게 되며 이것은 불완전할뿐더러 청소년들의 오남용 사례처럼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따라서 의약품 사용을 놓고 보았을 때 우리사회의 진정한 정보강자는 의외로 소수에 불과할지 모른다.

정보격차의 보다 진정한 문제는 스스로 정보강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패러다임에 맞추어 제도와 사회경제적 환경을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눈, 귀가 불편하고 지식과 보행능력이 부족한 노인이 집에 가까운 약국을 찾아 아픈 사정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필요한 약을 약사의 상세한 도움을 받아 구입하여 느린 걸음으로 돌아가는 모델이 정보약자의 패러다임이라면 일주일분 생필품을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약을 겉포장에 표시된 효능효과를 보고 다른 물품과 함께 구입하여 포장지의 표시 정도에 의존하여 사용하는 모델은 정보강자의 그것이다.

정보강자와 정보약자가 자신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약의 주된 유통경로가 강자의 그것이 되었을 때 일반의약품을 주로 판매하는 동네약국의 영업기반이 약화되고 동네약국이 없어지고 나면 더 이상 정보약자의 패러다임은 존재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즉 사회적 목소리가 큰 정보강자의 생활패러다임 주장은 정보 약자의 생활패러다임을 파괴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자유론자(Libertarian)라고 믿는 사람들이 결과적 평등이나 보편복지를 비판하면서 스스로 유지하는 하나의 덕목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덕목이다. 하지만 정보격차의 문제는 이러한 공정한 경쟁이라는 덕목마저 파괴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있다.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이 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출발선과 출발신호는 평등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인데 약국이라는 정보전달 기관을 해체 한다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약을 사용해 볼 원천적 기회 즉 달리기를 한번 해볼 기회조차 박탈되어 버린다.

누군가 약자의 패러다임을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더라는 에피소드가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해도 된다는 증거로 채택되려면 그 사람은 우리사회의 정보 최약자라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지 아니하고 정보 약자들이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약국이라는 정보공급루트를 일방적으로 해체하는 것은 정보약자들에게는 최소한의 기본권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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