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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피임약 전문약 전환,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 최은택
  • 2012-07-04 17:39:26
  • 여성계, 식약청 재분류안 성토...식약청 "부작용 우려 상기해야"

"우리 얘기 한 번 들어봐. 너희들 논의 과정에서 여성들은 없었어."

"40년이 넘게 약국에서 사 먹었던 약이야. 그런데 갑자기 부작용 위험이 있으니까 전문약으로 바꿔야 한다네. 그럼 그동안 우리가 먹은 약은 뭐야? 해명도, 사과도 없네. 우리 무시 당한거?"

사전피임약 전문약 전환방안에 대해 여성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나 의료계의 주장처럼 사전피임약의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부터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4일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 주최로 열린 피임약 재분류 방안 정책토론회.
피임약 재분류안에 대한 의구심은 살림의료생협 추혜인 주치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추 주치의는 4일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이 주최한 '피임약 재분류, 왜 여성이 결정의 주체여야 하는가?' 정책토론회에서 산부인과의사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피임·생리이야기' 자료를 꺼내 들었다.

산부인과의사회 등은 재분류안이 발표되자 부작용 우려 등을 이유로 사전.사후 피임약 모두 전문약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장본인 중 하나다.

추 주치의가 제시한 이 단체의 질의응답 코너내용을 보면, 피임약은 연령 제한 없이 건강한 여성이라면 누구가 복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일반적으로 건강한 여성에게 먹는 피임약은 매우 안전하다', '자궁내막암이나 자궁외 임신, 난소낭종 및 유방낭종의 위험 감소가 보고되는 등 다양한 건강상 이점을 갖는다'라고 답하고 있다.

건강한 여성에게 피임약은 매우 안전하고 오히려 다른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부가적인 이익이 있다는 것인데, 최근 의료계나 식약청의 부작용 우려 발표와 상호 배치된다고 추 주치의는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이사는 "정책결정자는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근거해 정책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번 재분류안은 객관성을 확인할 수 없고 취약집단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인 이인영 홍익법대 교수는 "사전피임약 전문약 전환은 여성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40여년간 약국에서 일반 판매해 오던 것을 갑자기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의 원칙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전문약으로 전환되면 피임약 복용을 위해 진찰료와 조제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보장권을 제한할 수 있고 국가권력의 과소보호 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황지성 소장은 "장애여성에게 적절한 피임방안에 대한 연구나 실질적인 보완책 마련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구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것은 (장애 여성들을) 더욱 심각한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차별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대학생네트워크 '결'의 권유경 학생은 "이번 재분류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된 것은 여성들의 건강권이 아니라 의약사들의 이권 다툼이라는 사실을, 과학마저도 이권 다툼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추악한 실태를 목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씨는 "피임약을 복용하는 당사자는 여성이며, 모든 여성들에게 개인의 체질, 병력, 건강상태 등이 고려된 피임약 부작용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이수나로의 '수수'라는 별칭을 쓰는 한 학생은 "재분류에 앞서 여성의, 그리고 청소년 당사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면 과연 이런 결정이 나올 수 있었겠느냐"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학생은 "경구피임약 전문약 전환은 (청소년에게는) 피임약을 접근 불가능한 약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신원 소화계약품과장은 "피임약은 여성 호르몬 수치에 변화를 줘 월경불순 등 부작용 외에도 혈전증 등 심각한 위해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호르몬제를 전문약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피임방법은 의사의 관리하에 자기 한테 맞는 가장 좋은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반약 전환이 검토된 긴급피임약은 응급용으로 일반적 피임법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진보 개혁 성향의 많은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 활동가는 "40년이 넘게 약국에서 사먹었던 약이다. 그래놓곤 갑자기 부작용 위험이 있으니 전문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그동안 우리가 먹은 것은 무엇인가,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하거나 해명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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