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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서 DRG까지…정부관료가 보건정책 주물럭

  • 최은택
  • 2012-11-19 06:44:52
  • 대선공약 쟁점사안은 사장…"현실적인 문제만 실행되고 있다"

[보건행정분야 4개 학회 공동 학술대회]

보건의료분야 '폴리페서'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대통령 선거 캠프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후보자가 당선되면 보건의료 정책을 이끌어가다가 정권이 바뀌면 다시 뒤엎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 후보공약 검증 무용론도 나왔다. 정치 색채가 강하고 이견이 큰 사안은 실행되지 못하고, 현실적인 문제들만 관료 주도로 제도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정책선거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손명세 보건행정학회장은 회원들에게 토론방식 변경을 하루전날인 지난 15일 공지하고 사과했다.
모두 한국보건정책학회,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한국병원경영학회, 한국사회보장학회가 16일 공동 주최한 '2012 후기 학술대회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이다.

이날 토론회는 당초 여야 대선 후보자나 각 캠프의 정책책임자를 초청해 보건의료분야 정책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었다.

손명세 보건행정학회장
하지만 서울시선관위가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뒤늦게 문제를 제기해 행사는 각 캠프가 보내온 서면자료를 분석해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손명세(연대 보건대학원장) 한국보건행정학회장은 "올해 1월부터 준비해 온 행사였다. 4개 학회가 공동으로 토론하면 학제간 연구가 보다 다양화되고 전체를 조감하는 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그러나 "뒤늦게 선관위에서 선거법에 위배된다고 통보해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준비 과정상의) 불찰에 대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기관이 주최하고 예비후보자가 직접 참여하는 경우만 공약 검증이 가능하다는 게 선관위 측의 입장이라고 손 회장은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한국노총 김선희 국장은 "우리도 비슷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선관위가 정책선거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
패널토론에서는 보건의료분야 정책 학회들과 학자들에 대한 자성론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김소윤 연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보건의료분야는 대선공약의 주요 아젠다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캠프에 누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보건의료 정책방향이 결정되는) 경향이 짙었다"고 말을 꺼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런 방식의 공약 검증토론 자체가 (공약 손질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후보자들 뒤에 있다가 (그 후보자가 당선되면 정책을) 독식하게 되는 경향,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또다른 집단이 정책을 뒤엎어버리고 새로 판을 짜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데도 학자들이 방기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보자 캠프의 정책에 대한 적절한 검증없이 (당선자 진영의 학자들이 정책을 주도한다면) 정책실행 과정에서 (학회나 학자들이 긴밀히) 점검하고 토론하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심사평가연구소장)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패널토론자인 김윤 서울의대(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장)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거들고 나섰다.

김 교수는 "올해 들어 7개 질환에 대해 DRG(포괄수가제)를 당연 적용하고, 약값을 20~30% 깎아서 제약산업 입장에서는 1~2조원이나 되는 기대이익을 잃어버리게 되는 일들이 벌어졌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던 사안들도 아닌데 정부관료에 의해 추진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대선공약 중 정치적 색채가 강하고 이견이 큰 사안들은 잘 반영되지 않는다. 공약도 별 소용없다"며 "현실적인 문제가 관료를 중심으로 실행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말만 무성하고 전문가들간 견해 차이가 큰 것처럼 보이는 사안들은 실상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고, 실제 변화는 다른 곳(관료집단)이 중심이 돼 이끌려 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대선 후보 캠프 책임자를 불러 신랄한 정책검증을 준비했던 국내 최고 권위의 보건의료분야 정책학회들이 토론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학회 일원인 일부 학자들의 정치권 진출과 정책 '독주'를 방기해왔다는 내부 비판만 자초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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