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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공부방 차려진 약국서 '명품 상담'

  • 이혜경
  • 2013-04-15 06:34:58
  • 인테리어-익스테리어-명품 상담 3박자 처방전 의존도 낮춰

[연중기획] 디테일로 승부하는 약국들 [23] 대구 수성구 수정약국

인테리어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서울 인테리어 업자가 대구까지 내려왔다. 인테리어에 필요한 목재부터 벽지까지 모두 서울에서 공수해왔다. 열흘 동안 약국에서 먹고, 자면서 대구 수정약국이 '명품' 상담 약국으로 거듭났다.

김명숙 약사가 공부 겸 상담을 하는 자리에 앉아있다.
"자, 보세요. 사람들이 재래시장에서 지갑을 열 때와 백화점에서 지갑을 열 때, 씀씀이부터 달라요. 물론 약국에서 '지갑을 연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백화점 같은 약국에 들어오는 기분을 만들자는 거죠."

김명숙 약사는 의약분업 시작과 함께 대구 수성구에 수정약국을 열었다. 13년 전 일이다.

당시 수정약국 주변에는 3개의 의원이 있었다. 의원에서 나오는 처방전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처방전의 달콤한 유혹도 잠시. 2006년부터 1년 사이 동네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단 한곳의 의원도 남지 않고 모두 떠났다. 김 약사는 고민에 빠진다.

'처방전을 따라 약국을 옮겨야 할까.'

◆의원 떠나고, 5년간 나홀로 약국=의원들이 모두 떠난 자리에서 김 약사는 2~3년간 평소와 다름없이 약국을 운영했다.

약국 위층으로 현재 자리 잡은 의원이 들어서건 몇 달 전이다. 처방전을 내는 의원이 들어와서 조금 낫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약사는 "병원 없어도 상관없다"고 되받아쳤다.

의원이 없어도 약국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김 약사만의 '디테일'이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가 이야기 하는 수정약국 디테일 경영의 노하우는 '인테리어, 아웃테리어, 명품 상담' 3가지다.

의원이 떠나고 2~3년 간 변화 없이 약국을 운영하던 김 약사는 3년 전 무릎을 '탁' 쳤다.

3년 전 옆 부동산을 임대하고 공간을 터서 마련한 자리에 상담 겸 공부가 이뤄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놨다.
인테리어 업자를 수소문, 서울에서 전문 인테리어 업자를 대구로 내려오게끔 했다. 약국에서 열흘 동안 숙식을 시킬 정도였다. 김 약사가 원하는 공간을 그려 나갔다.

공부방 겸 매약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약국 옆 부동산 자리를 임대했다. 서울에서 온 인테리어 업자는 벽을 부수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LED 간판과 손수 디자인한 POP를 약국 외부로 끌어내 '익스테리어'도 신경 썼다.

수정약국 바깥은 LED(노란색 동그라미) 간판이 부착돼 있다. 다양한 건강정보가 LED 간판을 통해 전해진다.
-왜 의원을 따라 약국을 옮기지 않았어요?

=솔직히 층약국도 아니었는데 주변 의원들이 스트레스를 줬어요. 그렇다고 처방전이 많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의원 따라 이사 가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고, 처방전에 의존하는 게 내 업무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한약조제약사라는 강점도 있으니깐, 한약이랑 일반약 매약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번뜩 들었던 거죠.

-한조시 약사라... 약국을 들어서자마자 한약냄새가 진동을 한 이유가 있었군요.

=한약재가 매출의 50%를 차지해요.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약 판매가 각각 30%, 20% 정도 이뤄진다고 보면 되겠네요. 지금 이 자리에 약국을 연 것은 13년 밖에 안됐지만, 30년 동안 약사의 삶을 살았어요. 한방은 하고 싶다고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동안 조금씩 쌓아오면서 하던 한방공부를 인테리어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두 번은 오후 8시 30분께 부랴부랴 약국 문을 닫고 공부를 하러 간답니다.

◆주말에 쉬는 것보다 노트정리가 더 즐거워=인터뷰를 하다말고 김 약사는 부동산 자리를 트고 마련한 공부방 겸 상담실에서 공책 몇 권을 꺼내왔다.

김 약사가 제본한 강의노트
그가 꺼내 보인 노트는 제본된 책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워딩된 원본자료를 한 장 넘기면 김 약사가 정갈하게 필기한 필기자료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 식으로 반복하는 제본된 책은 원본 책의 두 배 분량이다.

한약재부터 일반약, 건식을 판매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명품 상담',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끝없는 배움'.

수정약국 입구에는 '항상 연구하는 수정약국'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하정헌 임상영양학회 정회원, 한림생약연구회 정회원, 옵티마케어·메디팜 정회원 등 '배우는 약사'라는 것을 고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약국 한쪽 벽면은 항상 공부를 한 다는 것을 알려주는 문구가 써져 있다.
'정회원' 타이틀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김 약사는 일주일에 두 번씩 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공부를 한다.

요즘은 경기도 안양에서 내려오는 약사와 함께 한림생약연구회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수업을 마치면 김 약사는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와 직접 제본한 책에 강의 시간에 적었던 내용을 옮겨 적으며 복습한다.

수업 시간에 적은 노트의 내용을 집에서 옮겨 적을 때 그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한다.

-공부하는 게 재밌으세요?

=사람들이 '정리의 여왕'이라고 해요. 나 역시 배운 것이 다시 노트에 옮겨 적어 정리하면서, 즐거움을 느껴요. 솔직히 공부하는 게 가장 재밌어요. 그런데, 공부는 약사가 해야 하는 '일'이예요. 젊은 약사들은 처방전에 의존하려고 해요. 안되지. 앞으로 약국은 '상담약국'이 아니면 살아나지 못할 거예요. 결국 우리는 공부를 해서 홀로서기를 해야 해요. 배움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도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줘야 하는 게 약사의 숙명이 아닐까.

-제본한 책이 꽤 많아요. 약국에 둔 이유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칼슘을 보충해야 하는 손님이 왔다고 생각해봐요. 이 제품이 필요할 것 같다고 내밀면, (까칠한)손님 중에는 '무슨 약이냐. 굳이 이걸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뭐냐'고 되묻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경우엔 직접 제가 배우고 필기한 '이 책'을 내밀죠. 자 보세요. (칼슘 페이지를 열어 보이는 김 약사) 꼼꼼하게 필기된 것을 보여주면서 '믿고 복용하라'고 하면 매약은 거의 성공 이예요.

◆직접 디자인한 POP, 약국 바깥은 LED가 '깜박깜박'='어지럼증에 관한 진실!'

'오메가3를 냉동실에 24시간 넣어두면 어떻게 될까요?'

수정약국 한편에 자리 잡은 'Information'에 놓인 POP 문구다.

김 약사가 자체제작한 POP가 약국 인포메이션에 자리잡고 있다.
"자체제작"이라고 말하는 김 약사는 POP가 고객과 대화할 수 있는 창구이자 매약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특히 POP는 신규 내방고객을 단골고객으로 바꾸는데 한 몫한다는게 김 약사의 부연설명이다.

처방전에 의존하지 않는 수정약국이지만, 하루 평균 20~30건의 처방전은 나오고 있다.

김 약사는 처방전을 들고 내방하는 신규고객이 약국을 둘러보다가 POP가 걸린 인포메이션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 50%는 성공이라고 귀띔했다.

계절 테마에 맞게 POP를 제작한다는 김 약사의 현재 테마는 '봄과 어지럼증". 첫 방문한 고객이 조제된 약을 건네받으면서 "요즘 따라 어지러운 이유가 있나요?"라고 물으면 90%는 단골환자가 된다고 조언했다.

수정약국인 인테리어 뿐 아니라 아웃테리어도 꼼꼼히 챙긴다.

길가에 위치한 약국의 지리적 입지를 활용하기 좋은 것 중 하나가 'LED 간판'이다.

POP에 담긴 내용의 일부가 깜빡이는 LED 간판을 통해 전해지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약국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한약제제. 김 약사는 한약재 판매를 위해 매주 2회씩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약국을 떠나는 기자의 뒤통수에 대고 김 약사는 "인테리어, 아웃테리어, 명품상담 세 가지만 지키면 돼!"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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