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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타 여파…'타그리소'와 환자들에게 돌아온 건?

  • 안경진
  • 2016-10-31 06:15:00
  • 안전성 논란 후 불안심리 늘고 급여 불투명...말기환자만 방치

경쟁자인 동시에 동반자이기도 했다. 3세대 표적항암제로서 EGFR T790 변이가 나타난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의 유일한 치료대안으로 꼽히는 '#올리타(올무티닙)'와 '#타그리소(오시머티닙)'에 관한 얘기다.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파기에서 촉발된 올리타 안전성 논란은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유지 조건으로 '제한적 사용'이란 단서를 붙이는 형태로 일단락됐다. 지금은 늑장공지나 주가조작 등 기업 자체의 이슈에 초점이 맞춰지는 듯 하다.

문제는 그 사이에 방치된 폐암 환자와 가족들이다.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마지막 희망이라 여겼던 약의 부작용이 떠들썩하게 알려지면서 환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는데, 정부는 수습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3상 임상시험 조건부 신속허가제도'의 존속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라 급여등재는 더욱 기약이 없어졌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올리타·타그리소는 '애증의 관계'?=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에는 줄곧 '한미약품의 경쟁약'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세계 최초로 표적항암제의 내성을 해결한 혁신의약품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신속승인을 받았음에도, 국내에선 올리타보다 한발 늦게 허가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한미'라는 타이틀에 밀릴지 모르는 박빙의 승부였던 것이다.

올리타(위)와 타그리소(아래)
올리타가 '7.7 약가제도 개선안'의 첫 수혜자로 거론되면서 일각에선 '타그리소가 하루빨리 급여를 받기 위해선 올리타에 묻어가는 게 좋다. 지나치게 경쟁사를 자극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9월 30일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반환과 식약처의 임상 중 사망사례 보고가 잇따르면서 올리타가 순식간에 '위험한 약'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를 가중시킨 것은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태도였다. 조건부 신속허가 이후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됨에 따라 신규 환자 대상 처방을 금지한다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한 식약처는 4일만에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근거로 '신규 환자라도 의사의 판단 하에 환자에게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고, 환자 본인의 동의가 있으면 올리타를 처방할 수 있다'고 번복한다.

기존에 올리타를 복용하고 있던 투약을 중단할 경우 급격한 증세 악화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는데, 되레 국내 개발 신약이라는 이유로 부작용 검증에 특혜를 준다는 논란만 낳은 격이 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대체약제인 타그리소가 식약처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고, 독성표피괴사용해증(TEN)이나 스티븐존슨증후군(SJS)과 같은 중증피부이상반응, 사망 등의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며, "보건복지부가 올리타 복용으로 치료효과를 지속적으로 얻고 있는 말기 폐암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식약처는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신규 환자에 대한 처방을 금지시킬 것"을 촉구했다.

정작 아스트라제네카는 눈치만 볼 뿐이다. 미국에선 조직검사 없이 혈액만으로 타그리소 투여 대상을 확인할 수 있단 '코바스 EGFR 변이 검사v2'까지 허가를 받았다지만 우리나라에선 욕심조차 내보기 힘든 상황.

최근 기자와 만난 제약업계 관계자는 "빠르면 11월로 예상됐던 올리타 급여시기가 무산되면서 애매해지긴 타그리소도 마찬가지"라며, "올리타 3상임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유일한 대체약제기에 급여시기가 빨라질지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말기 폐암 유일한 옵션…"급여 절실"= 더욱 애가 타는 건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2013년 유병인구 기준 국내 폐암 환자수는 5만 8653명,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4만 9000명이며,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수는 약 1만 9천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타쎄바, 이레사 등 1세대 EGFR 티로신키나제(TKI)나 지오트립 같은 2세대 TKI를 사용하다 EGFR T790M 내성이 확인되면 3세대 EGFR TKI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

제보에 따르면, 진료현장에는 올리타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는 몇몇 환자들로부터 타그리소의 임상시험 참여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까페
실제 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8000명 넘게 가입돼 있는 한 인터넷 까페에는 임상등록이 가능한 센터를 묻는 게시글이 대거 늘어났다. 그 중에는 "현재 무상으로 올리타 3상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 아직까지 중증 피부이상반응 없이 치료를 받고 있지만 불안하다"던지 "3상 임상시험 조건부 신속 허가제도를 폐지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는 반응들도 읽을 수 있었다.

11월 중순부터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타그리소 약제 지원 프로그램이 신규환자 등록을 마감할 것으로 알려진 터라 당분간 혼란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말기 폐암 환자들의 치료접근성 문제를 비롯해,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성균관의대 안명주 교수(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사망 사례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3상 임상시험 조건부 신속 허가제도'의 전면 재검토나 폐지가 논의되는 것은 지나친 처사로 보인다"며, "어떤 약제나 개발과정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항암제나 1상임상 단계에서는 사망 사례가 종종 보고된다"고 말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중간에 계약을 파기하면서 이 같은 사례가 드러나 사건이 증폭된 데다, 신약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추측된다는 설명이다. 조직검사를 통해 약제사용 전 단계부터 약효를 볼 수 있는 환자를 명확히 선별해 낼 수 있기에 안타까움은 더하다. 그런 환자들에선 올리타나 타그리소 같은 3세대 표적항암제를 썼을 때 1년 반~2년가량 생존기간 연장효과가 있다고 확인됐다.

안 교수는 "이번 사태로 인해 올리타와 타그리소 두 약제 모두 급여시기가 불분명해지면서 환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일선에서 폐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다른 치료 옵션이 없는 말기 폐암 환자들을 위해 두 약제 모두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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