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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없는 약 안팔 수 있는 용기를 갖자"

  • 김지은
  • 2016-12-16 12:14:54
  • 스타 강사로 떠오른 정병욱 약사

약사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종횡무진 달려가 강의하는 약사가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은평프라자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정병욱 약사(49·중앙대)는 요즘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루 3~4시간 잠을 자고, 주말에도 쉴 수 없는 빡빡한 일정에는 강의와 교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동료 약사와 약대생, 제약사 영업사원 등 그의 강의를 듣는 대상도 다양하다. 약국을 운영하며 외부 강의를 병행하는 약사들이 많이 늘었다지만, 정 약사 강의는 수강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중심엔 약국에서 직접 환자를 응대하는 그의 기본 마인드와 전체 약사사회에 대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정 약사가 강의에 나선 것은 2007년부터였다. 의약분업 이후 약의 주체인 약사가 그 역할을 잃어가는 데 아쉬움이 누구보다 컸다.

무엇보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약사의 역할이 의약분업 전보다 축소된 데 문제의식을 그는 느꼈다. 약을 병의원에서 처방하면서 약사는 그 약을 얼마나 더 잘 알고 설명할 지 고민보다 어떤 자리에서 처방전을 더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복약지도 때 '식후 30분에 드시라'는 말만 반복한다고들 하는데, 의약분업 후 환자에게 약과 질환에 대해 설명하기 보다 어떤 약국 자리에서 처방전을 더 많이 받고 어떻게 약을 잘 담아줄 지 고민하는 상황이 됐잖아요.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약에 대한 공부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었고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강의를 통해 많은 것을 알려드리지 못해도 공부에 대한 열정을 자극하고 싶었죠."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제 그는 지역 약사회와 제약사 등에서도 믿고 맡기는 강사가 됐다.

최근에는 서울시약사회가 32주 일정으로 진행 중인 목요강좌에서 27주째 약사들을 만나 강의하고 있고, 전국 각 분회와 지부 약사 연수교육, 보충교육에서도 약사들을 만나고 있다.

휴일도 없이 계속되는 강의와 교육 준비에 더해, 수업 후에도 계속되는 수강생들의 질문에 메일과 문자 메시지 등으로 계속 답을 하다 보면 잠자는 시간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워낙 많은 지역을 다니고 쉴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요즘 건강도 조금 안좋아졌어요. 그래도 계속 강의하고, 힘을 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강의를 듣는 동료 약사님들의 눈빛 때문입니다. 목요강좌는 20주가 넘어가는데도 60세가 넘는 선배 약사님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들으시고 강의 후에도 열정적으로 질문하시곤 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지치지 말고 계속 강의를 준비하고 교육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 약사는 약사가 의사와 종속 관계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며 환자를 케어해 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약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약국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약을 많이 판매하는 것이 좋은 약사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역시 공부를 하며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는 약사는 오히려 약을 덜 권하는 데 더해 환자가 요구하는 약을 상담을 통해 판매하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공부로 실력을 쌓은 후 약을 안팔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판매를 거부한다는 게 아니라 환자가 약을 복용하려는 이유를 충분히 듣고 맞지 않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는 거죠. 당장은 경영에 마이너스일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약사에 대한 신뢰가 쌓이더라고요. 우리 약국에 많은 환자가 오지는 않지만 단골 환자들이 다른 약국에서 구입한 약을 가져와 문의할 정도의 신뢰가 쌓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게 곧 약사 직능이 유지되는 이유이고요. 체력이 되는한 강의를 통해 내 동료, 후배들의 직능을 지켜가는 데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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