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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방약 91% 판매가 통제, 마진 등 갈등요소 잠복

  • 최은택
  • 2016-12-16 06:14:56
  • '수액3사' 숙원 풀었지만...실거래가 가이드라인 될수도

[해설] 퇴장방지의약품 퇴장 막을 제도

퇴장방지의약품을 상한금액 대비 91% 미만(최소원가)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판매가 제한제도(약사법시행규칙)가 확정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수액3사'의 숙원이 이뤄진 의미있는 일이지만, 유통마진 논란 등 갈등 유발 가능성도 있어 제도 운영과정에서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15일 개정 약사법시행규칙을 보면,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가 수액용 주사제 등 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의약품에 대해 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가격(제조원가 및 판매관리비 등을 고려해 결정하 가격) 미만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내년 1월부터 3년간 금지된다.

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의약품은 퇴장방지의약품, 고시하는 가격은 약제급여목록표상의 상한금액이 아닌 다른 고시에 명시된 '상한금액의 91%(지정가격)'를 각각 의미한다.

◆도매 '노마진'?=논란소지는 유통마진 부분에 있다. 개정 시행규칙에 따라 제약사는 퇴장방지의약품을 판매할 때 요양기관이나 도매업체를 가리지 않고 최소 '상한금액의 91%' 약값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미리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은 '상한금액의 91%' 기준이 요양기관에 공급되는 사실상의 실거래가격 가이드라인(심리적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런 가정이 성립한다면 요양기관은 도매업체를 통해 퇴장방지의약품을 구매할 때도 '상한금액의 91%' 가격을 요구할 게 뻔하다.

가령 상한금액이 100원짜리인 퇴장방지의약품을 제약사가 법령이 허용한 최저가인 91원에 도매업체에 공급하면, 도매업체는 여기다 일정부분 마진을 붙여 팔아야 이익을 낼 수 있는데, 요양기관이 91원을 요구하면 도매업체는 마진없이 넘겨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매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 마진이 없는 의약품을 취급할 도매업체가 있겠나. 취급 기피현상 등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팀목은 실거래가상환제=이런 논란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현재도 가동되고 있다. 바로 실거래가상환제다. 도매업체는 유통마진을 챙겨도 되지만, 요양기관은 원칙적으로 보험의약품으로 이익을 남길 수 없게 돼 있다.

더구나 퇴장방지의약품은 의약품을 상한금액보다 싸게 구매하면 요양기관에 제공되는 인센티브 대상도 아니다. 한마디로 요양기관 입장에서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한 저가구매 동기는 '제로'라고 볼 수 있고, 이런 논리대로라면 도매업체는 91원에 사서 92~100원에 판매할 여지가 생긴다.

물론 민간병원과 달리 예산 통제를 받는 국공립병원의 경우 예산절감 차원에서 저가구매 동기가 있기 때문에 실거래가상환제 아래서도 유통마진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입찰병원?=진정한 논란의 핵은 입찰에 있다. 퇴장방지의약품 판매가 제한제도는 사실 공개입찰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는 병원에서 비롯됐다. 입찰병원은 통상 원내사용의약품을 그룹별로 묶어 총액이나 그룹별로 입찰을 실시하는 데, 투찰 가이드라인이 되는 '예정가격(예가)'가 너무 낮아서 기초수액제 등 퇴장방지의약품 공급가가 턱없이 낮아지는 원인이 됐었다.

퇴장방지의약품 판매가 제한제도 시행이후 입찰병원들이 종전 예가 수준을 유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입찰참여 업체는 불가피하게 '상한금액의 91%' 저지선이 있는 퇴장방지의약품 공급가는 과거보다 더 높이고, 다른 비퇴장의약품에서 공급가격을 낮춰 예가를 맞춰야 한다.

입찰에 참여하는 도매업체는 그만큼 마진을 양보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비퇴장방지의약품은 추가적인 공급가 인하로 실거래가격이 낮아져 추후 실거래가 약가인하율이 더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약품비 절감효과를 높일 좋은 장치를 하나 더 챙기는 일이 되겠지만 도매업체와 비퇴장방지의약품 보유 제약사는 손해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이런 혼란이나 불형평성을 최소화하려면 입찰병원이 퇴장방지의약품을 입찰그룹에서 분리해 따로 입찰에 붙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안은 퇴장방지의약품 공급가 인하압박이 비퇴장방지의약품으로 전가되는 걸 막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마진이 없는 퇴장방지의약품 입찰에 도매업체가 관심을 가질 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 퇴장방지의약품 별도 입찰은 다른 유인책이 없다면 유찰사태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퇴장방지의약품 판매가 제한은 일단 2019년 12월31일까지 3년 한시제도로 도입된다. 종료 전에 다른 대안을 찾거나 마땅한 방법이 없으면 폐지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제도는 공정경쟁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처음부터 공정거래당국(공정위)의 지지를 받기 어려웠다. 복지부가 개정 시행규칙을 추진하면서도 가장 넘기 어려운 벽이 바로 공정위였다.

결국 한시제도로 합의가 이뤄진 건 총리실이 복지부와 공정위의 주장 모두를 수긍해 중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3년 뒤에도 제도를 존속시키거나 다른 대안을 찾으려면 제도운영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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