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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보다 쉽단 말에 목도리 만들러간 두 기자

  • 안경진
  • 2016-12-22 12:15:00
  • 목도리 하나 만들곤 파김치...얀센 장학금지원 행사 체험

"오른손이 하는일을 왼손이 모르게하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성경구절이다. 모두가 알 수 있게끔 매스컴을 통해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후원활동은 왠지모를 거부감이 든다.

연말맞이 기부금 전달이나 연탄나눔, 김장 등 연일 쏟아지는 제약사들의 사회공헌활동(CSR) 보도자료를 기사화 할 때도 지나치게 홍보냄새가 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긴 매 한가지다.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다.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내부직원들끼리만 조용히 진행된다는 한국얀센의 '목도리 만들기 행사'에 자진해서 참여하겠다고 나서게 된 이유.

1989년부터 지급됐다는 장학금이 처음 시작된 연유도 그렇지만, 2013년 첫 해 외에는 일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한다는 점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의욕에 찬 기자는 2년 전 김장담그기 행사 참여를 통해 느낀 점이 많았다는 어윤호 선배까지 "김장보다 훨씬 쉽다"는 말로 꼬셔(?) 얀센 본사로 향했다.

경제적 지원보다 중요한 '사회의 관심'

유독 추웠던 12일 오후 도착한 서울 용산구 한국얀센 사옥 25층 회의실에는 20명 남짓의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외부에 알리지 않았을 뿐 벌써 4년째 반복되는 행사다보니, 이방인(?) 2명을 제외하곤 전부 익숙하다는 뉘앙스다. 본사 외에 공장에서도 23명이 자원했단다. 시간 내 완료하지 못하면 집에서 완성해 와야 한다는 말에 간단히 인사만 나눈 직원들이 곧장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설명은 단순했다. 앉는 즉시 작업투입이다.
이날 소개 받은 ' 폴얀센장학금(Paul Janssen Scholarship)'은 일종의 정신장애인 자녀 지원활동이다. 부모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불안, 대인관계 기피 등 사회적 지지기반 부족에 따른 여러 문제들을 겪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정신과 의사였던 얀센의 창립자 폴 얀센 박사의 정신을 잇고자 이런 이름을 붙였단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1989년 제정됐된 성적장학금을 2012년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와 협력하면서 변경했다니 장학금 지원햇수는 벌써 25년째다.

폴얀센 장학생으로 선정된 초, 중, 고등학생 중 지원한 학생에게는 1년간 주 1회 2시간씩 대학생, 대학원생 멘토를 통한 학습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고. 단순한 경제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회로부터 관심 받고 있다는 정서적 유대감과 심리적인 지지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2012년 서울·경기 지역 장학금지원 80명, 멘토링지원 21명으로 첫 발을 내딛었던 지원활동은 2016년 현재 전국 단위로 확산돼 장학금지원 65명, 멘토링지원 20명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한국얀센 직원들이 기획했던 ' 러브산타' 역시 좋은 취지를 인정받은 덕분에 고정행사로 굳어진 경우다. 2013년 얀센 임직원과 가족들 50여 명이 '아이들과 미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러브산타 데이' 행사를 열고 장학생들에게 전달할 크리스마스 선물을 직접 만든 일이 계기가 됐다는 것.

매년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기획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첫 해에는 수제향초와 립밤, 비누를 제작한 뒤 손편지가 동봉된 크리스마스 선물세트를 전달했고, 2014년에는 직접 만든 산타양말 안에 과일과 로션을 넣었다. 지난해는 수제 크리스마스 리스와 로션, 손편지였고, 올해는 고심 끝에 목도리와 바디제품을 선정했단다.

매년 선물을 받게 될 학생들에 대한 작은 배려가 숨어있는 셈이다.

작은 시간투자가 아이들의 꿈으로…지속가능성의 비결

그랬다. 취지는 너무나도 좋다. 문제는 지원자들의 수준 대비 작업수준이 고난도라는 점이었다.

안감과 겉감, 홈질과 공그르기 같은 전문용어(?)가 난무하는데, 용어해석에 진땀을 빼다 옆에 앉은 선배를 바라보니 더 난리가 났다. 하필 안감과 겉감 길이가 다른 키트를 받아든 선배는 애꿎은 천만 15분째 매만지는 중이다.

헤메는 어윤호기자(왼쪽)와 안경진기자. 설명서와 키트(맨 위 사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감이 오질 않았다. 큰일이다.
"저런~, 실을 분리하셔야 하는데"

명색이 가정주부인데 빨리 끝내고 선배를 도와보자는 마음에 덜컥 실을 꿰고보니 아이들과 미래에서 지원 나오신 선생님께서 손사래를 친다. 배분받은 실을 네 가닥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데 억지로 바늘귀에 밀어넣은 탓이다. 어쩐지 실이 굵다 싶었다.

"목도리가 짱짱해야 덜 춥죠 (하하하)"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실을 풀으니 시작한지 20분이 다 되도록 제자리 걸음.

비슷한 실력으로 보였던 대외협력팀 이준엽 부장님과 박상문 대리가 속도를 내는 모습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옆을 돌아보니 선배는 거의 포기 상태. "니가 데일리팜 대표다"라는 선배의 말에 부담이 배가 됐다.

연신 바느질을 하노라니 옆자리에서 지난해 러브산타 선물을 받은 학생들이 보내왔다는 감사 편지가 건네진다. 듣자하니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후 취미를 발견하고,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는 아이나 적성을 찾아 대학에 입학했다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처음 받아본다는 아이, 얼굴은 모르지만 따뜻한 편지와 선물에 설레인다는 아이의 편지를 받아드니 마음 한 구석이 뻐근해졌다. 서툰 바느질을 하는 손길이 한층 숙연해지는 느낌이다. '얀센은 참 좋은 회사인 것 같다.

한 때 가고싶었던 회사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른 꿈이 생겼다'는 한 학생의 당돌한 고백에는 웃음도 나왔다.

시간 내 완성해야 하기에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다. 목도리가 완성되면 포장 후 직접 쓴 손편지를 동봉한다.
결국 옆자리 차장님의 도움을 받아 공그르기를 마치고, 목도리가 완성됐다. 물론 선배 목도리도 완성이다.

어딘가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을 '동생의 꿈'을 응원한다는 기분. 목도리 포장과 손편지 작성까지 끝내고 나니 뿌듯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내일자 기사마감은 시작도 못 했는데…)

러브산타 행사에 4번째로 참여했다는 차장님은 아마도 이 기분을 잊지 못해 매년 업무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자원하는 게 아닐까. 행사종료 30분을 남겨놓은 시간에 도착해서 방법 설명을 듣고 숙제를 받아가는 몇몇 직원분들도 비슷해 보였다.

2016년 선물준비를 마친 얀센의 숨은 산타들
우리의 작은 시간이 모여 학생들의 꿈을 응원할 수 있다! 직원들을 4년 연속 산타로 변신하게 만드는 '지속가능성'의 비결은 바로 그것이었다. 한 것 없이 고된 하루지만 그날 퇴근길 만큼은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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