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번 김장이에요?"…"정말 필요하니까요"
- 노병철·어윤호
- 2014-11-26 06: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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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과 내러티브] GSK 희망의 김장, 두 기자 따로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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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단지, 소위 말하는 '기삿거리'가 아니라 생각할 뿐이다. 매년 이맘때면 수많은 기업들의 봉사활동 진행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가 언론사에 쏟아진다.
게재하기 식상할 뿐더러, 보건의료 전문언론에 필요한 뉴스 역시 아니라고 판단했다. 더욱이, 오른손이 하는일은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하지 않느냐며 둘러대기도 편하다.
"이번 저희 김장담그기 행사, 직접 참여해 보시는 것은 어때요?"
GSK 홍보팀 역시 CSR에 대한 나의 애정(?)을 잘 알고 있다. 특히 '김장'은 제약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활동이다. 우스갯 소리로 업계 기자들은 "또 김장이야?"라는 말을 내뱉곤 한다.
그래서 제안이 의외였고,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또 의외였다. 육체노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단 가보면 얘깃거리가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취재해 보기로 했다.

봉사활동 당일(24일) 오전 아홉시. 행사 장소인 서울시 화곡동에 위치한 람원행복한홈스쿨로 향했다.
'행복한 홈스쿨'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에서 운영하는 저소득 결손가정 아동들을 위한 종합적인 아동 보호시설이다. GSK는 2009년 서울 지역 2개 홈스쿨 지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대구, 부산 등을 비롯 전국 총 6곳의 홈스쿨을 지원하고 있는데, 매년 1100포기 가량의 김장김치가 저소득, 결손가정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이날 봉사활동에서는 서울지역 4곳 홈스쿨 아동들의 가정에 보내질 830포기의 김장김치가 담궈진다. 하필 제일 양이 많은 곳이다. 막연한 기대감에 두려움이 더해지는 순간이었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지만 이곳은 전형적인 예전 화곡동의 풍경이 즐비했다. 좁게 엉겨 붙은 단독주택과 비포장 오르막길 등이 동네의 소득수준을 가늠케 했다.
그 풍경 사이로 장소 제공처인 람원교회 주차장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GSK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외국계 제약사 직원'이라는 모던함을 집어 던진 소박한 옷차림새다. 알고 온 것이 아니었다면, 못 알아 봤으리라.

자발 참여한 총 37명의 직원들의 부서 역시 다양했다. 마케팅, 영업, 메디컬, 임상, 재무부 등 평소 옥신각신하기 일쑤인 부서들, 또 생판 얼굴 볼 일 없는 부서 인력들이 얼굴을 마주했다.
매년 참여해 김장의 달인이 된 직원도, 일을 도와주시는 교회 집사님에게 핀잔을 듣는 직원도 얼굴에는 웃음끼가 감지된다.
직접 담근 김치에 교회 자원봉사자 아주머니들이 삶아주신 수육은 더할 나위 없는 점심 메뉴였다. 당연히 막걸리 한사발도 곁들여 진다.
"아우 기자님, 이런 자리에서 그런 질문을... 하하."
무리와 말 한번 섞어보고자 옆에있던 재무팀 과장에게 던진 질문이 하필 "홍유석 사장님(얼마 전 새로 선임된 GSK 사장)은 어때요?"였다. 머쓱함에 막걸리 한잔을 들이켰다. 직업병이 문제다.
"인터스텔라 봤어? 진짜 재밌더라.", "요새 미생 보는 맛에 산다." 넉살 좋은 차장님의 일상사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와~ 자네가 12학번이야? 그 년도에도 대학을 가는구나..." 새내기 인턴 직원의 나이를 듣고 본부장님은 사뭇 격세지감을 느낀다.
평소 구사하는 어휘의 반이 영어, 약어를 차지하는 외자사 직원들이 맞나 싶다.
어쩌면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목적이 중요한 행사지만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이들이 모여 수다를 곁들인 노동을하며 '좋은 일'했다는 성취감을 얻는다. 회사는 이들의 '오늘'을 유급으로 배려한다. '사회공헌활동'이라는 거창한 단어 뒤에는 이같은 소소함이 숨어 있었다.

빨리 끝내고자 하는 직원들의 열렬한 의지덕에 김장은 늦은 오후쯤 포장까지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것은 배달이다.
830포기의 김치를 일일이 배달하기는 무리가 있어, 근처 가까운 가정 2곳을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으로 나눠 방문키로 했다.
이런 류의 기사에는 절절한 사연이 또 들어가 줘야 제맛이란 생각에, 김치 한박스 들고 따라 나섰다. 동행하는 홍보팀 부장님에게 사전에 사진 촬영도 부탁해 뒀다.
방문하는 가정은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이현영(가명·남아)과 1학년 이주하(가명·여아) 남매의 집. 행복한홈스쿨의 교육지원을 받는 아이들은 김장 행사에 구경왔다가 본인들의 집까지 우리를 안내했다.
"OO야, 우리 엄마 공장 너네 집 근처로 옮겼다?"
자전거를 타고 곁을 지나가는 또래 아이에게 현영이가 건넨 말을 통해 모친의 직업이 드러난다. 람원교회에서 도보로 10분 가량, 구불구불 휘어진 한 골목에 현영·주하 남매의 집이 보였다.
"아빠~ 김치왔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는 현영이 목소리에 편모가정일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갔음을 알게 됐다. 이른바 1.5룸형의 반지하 셋방에서 고단한 표정의 중년남성이 우리를 맞았다. 현관문 앞 통로는 같이 간 인원들이 일렬로 설 수 있을 정도의 너비였다.
두말없이 사진촬영을 포기했다. 아이들의 아버지가 몸이 불편해 집에 있는 것인지, 무슨 사연을 갖고 있는지 등의 준비했던 질문도 던지지 못했다.
되레 미안함에 고개가 숙여졌다. 일반 대중들이 보는 공중파 다큐 프로그램이라면 이들을 돕고자 하는 후원인이라도 모집된다지만, 데일리팜과 같은 전문지에서 보도되는 기사가 그같은 성격을 지닐 수는 없다.
고맙다는 아이들 아버지의 인사를 뒤로하고 나서는 길, 문득 취재 제안을 위해 가졌던 홍보팀과의 미팅이 떠올랐다.
"왜 매번 김장이에요? 아이템이 같으니까, 기자들이 관심을 더 안 갖죠."
"저희 홍보팀도 잘 알죠. 그래서 다른 활동을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김치가 이분들에게 제일 필요한 물품이더라구요. 때가 되면 김치 언제쯤 주냐고 물어 보세요. 기사에 반영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CSR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하잖아요."
앞으로 CSR 보도자료를 적극 반영할 것이라는 장담은 못하겠다. 다만 더이상 뻔하디 뻔한 제약사들의 연말 자랑거리로 치부하지는 않으리라. GSK 뿐 아니라, 아스트라제네카, 아스텔라스, 애브비, 바이엘 등 많은 다국적제약기업들이 김장담그기 봉사활동을 지원한다. 그만큼 그들에게 김치가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GSK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가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이번 기사가 꽤나 길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머릿속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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