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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삶이 된 그는 '인간 손난로'

  • 김정주
  • 2016-12-29 06:14:59
  • 심평원 허강현 과장, 10여년째 중증환자 곁에

'시절이 하 수상'하니 추운 겨울, 훈훈함이 더욱 그리운 때다.

따스함을 좇아 모이는 계절이지만 사시사철 온기를 품고 사는 이가 있다. 심사평가원 허강현(54) 정보통신실 과장이 그 주인공이다.

허 과장은 십수년 간 휴일도 반납한 채 주변 사람들도 모르게 홀로 중증장애 환자들을 돌보는 그야말로 '건강 전문 자원봉사자'다.

환자들의 수발을 위해 관련 자격증까지 줄줄이 따내며 적극적인 자원봉사를 해온 그는 이제 환자들의 '산타'가 됐다.

"워낙 어르신들과 어린 아이들을 좋아해요. 2000년 즈음이었나요. 서울 달동네 지역 성당에서 지역 사회봉사활동으로 독거노인 말벗을 시작했지요. 하다보니 전문적으로 배워서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006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이후에 요양보호사 자격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한 자원봉사는 생활이 됐다. 내친김에 교통안전관리공단 소속 '희망봉사대'에 가입해 서울 지역 중증장애 환자나 교통상해를 입어 전신마비가 된 이웃 5가구를 배정받아 집중적으로 보살폈다. 서울은 봉사자들의 집중도가 높아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 안에서도 봉사를 거르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배정을 받은 가구는 1년 간 제가 전담하면서 자원봉사를 합니다. 보통 한 가구당 한 달에 몇번씩 찾아가 집안 일이나 목욕, 대소변 등을 도와드려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라 스스로 외출하기 쉽지 않아서 함께 바람도 쐬고 말벗도 해드리곤 하지요."

자원봉사단에 공식 가입해 활동을 하면 해당 기관에서 해마다 인증서를 부여한다. 허 과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인증서를 받았다.
거동을 못하는 중증장애 환자들의 대리인 역할을 한다는 건 단순한 봉사 차원을 넘어선다. 특히 대소변을 돕기 위해서는 의학적 처치나 관련 상식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해서 봉사자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허 과장의 자부심과 보람은 배가 된다고.

그런 그에게 본의 아니게 잠시 소강기도 찾아왔다. 올해 심평원 본원이 원주로 이전하면서 사택생활을 하게 된 허 과장은 원주 정착 초반에 잠시동안 봉사 일을 멈추었다. 10여년 간 생활 습관이 된 봉사 일을 잠시 그만두니 우울감과 고독이 급작스럽게 닥쳤다.

"하던 일을 안하게 되니까 한동안 꽤 우울함이 있었어요. 노인 분들을 못만나니 유난히 외롭기도 했고요. '이러면 안되겠다'싶더군요. 마음을 빨리 추스리고 다시 시작했어요. 올 해는 지역을 원주로 잡아서 틈 나는대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허 과장은 원주 지역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이나 중증장애 환자가 있는 6가구를 돌보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할애한 시간만 무려 108시간이다. 그것만으론 성에 안차 '간설관곡동자율방범대'에 가입해 그 지역 청소년을 선도하는 일도 150여시간을 해치웠다.

올해만 총 250여시간을 자원봉사에 쏟은 것이다.

"돌보는 가정에서 전화하면 무조건 달려가야해요. 거동이 불편하시고 건강이 좋지 않으시기 때문에 주말이라도 거절할 수 없지요. 제가 주말부부인데, 그러다보니 가족과 서로 얼굴 구경도 못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가족들의 우려가 예상됐지만 알고보니 허 과장의 가족도 만만치 않은 '봉사꾼'들이었다. 아내는 성당에서 노인 목욕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어서 허 과장의 활동을 마음으로 내조하고 있다.

부모의 봉사를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아들 2명도 모두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들만의 봉사영역을 만들었다는 그의 얘기에서 생활 속에 녹아난 따스함이 무심하게 베어나왔다.

이쯤되면 주변에서 '대단하다' 칭찬이 많거나 지역사회에서 그 흔한 감사패 하나 얻었을 법했지만 이조차도 쑥쓰러워 가족 외엔 그의 활동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사실 기자가 허 과장을 알게 된 것도 심평원 입사동기를 통해서였는데, 동기조차도 최근 들어서야 그의 봉사 이력을 알게 됐단다.

허 과장이 돌보는 장애 환자들은 그에게 감사의 표현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잘 모르시죠. 이런 것을 말하는 성격도 아니고요. 그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굳이 알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연신 쑥스러워하면서도 습관인듯 무심하게 봉사활동을 설명하는 허 과장은 내년에는 봉사 규모를 더 늘리고 싶다는 포부도 말했다.

어려운 분들에게 물질보다 몸으로 가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자신의 한 걸음이 소외계층과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싹을 틔워준다는 믿음이 있다고도 했다.

"이제 제 삶의 일부가 됐을 뿐인데 그 분들은 참 고마워하세요. 제 자신보다 더 저를 좋아해주신다고 느낀 적도 있을만큼이요. 앞으로는 봉사 규모를 조금씩 더 늘려갈 생각이에요."

'하 수상'한 시절과 영하의 날씨에도 견딜 수 있는 건, 우리 사회의 '손난로' 같은 사람들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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